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 줄거리 。。。。。。。

 

     같은 마을에 사는 좀머 씨라는 독특한 아저씨를 바라보며 조금씩 자라가는 주인공 ‘나’의 성작 이야기. 하루 종일(종종 며칠 동안도) 그저 앞으로 걷는 일밖에 하지 않는 좀머라는 독특한 아저씨를 두고 마을 사람들은 이런저런 추측을 하지만 누구도 정확하게 그에 대해 알지는 못한다. 누구와도 제대로 대화를 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길만을 가고자 하는 아저씨를 흥미롭게 관찰하던 (채 십대가 되지 않았던) ‘나’는 의도치 않게 몇 차례 그와의 직간접적인 조우를 하고, 이때의 만남은 ‘나’의 성장에 작지만 중요한 영향을 준다.


 

2. 감상평 。。。。。。。

 

     그리 길지 않은 이 동화 같은 이야기는 그다지 복잡한 구조를 가지지 않으면서도(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여지를 풍성히 담고 있다. 서술자인 ‘나’의 성장소설로 읽을 수도 있고, ‘나’를 단순한 관찰자로 놓고 좀머 씨의 행동에서 의미를 찾아내며 읽을 수도 있다. 물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이야기만을 따라갈 수도 있고.

     내 경우엔 역시나 좀머라는 인물의 독특한 행동이 눈에 더 띄었다. 누구와의 소통도 거부하며 - 어쩌면 두려워하며 - 자기의 길만을 가려는 존재. 누군가의 방해를 극도로 싫어하며 앞만 보고 걸어가다 결국 가지 말아야 하는 곳까지 걸어간 사람. 실제로도 외부와의 접촉을 극도로 경계한다는 저자가 91년 이 작품을 썼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저자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일 수도 있고, 어쩌면 지나치게 개인주의화 된 세상에 대한 냉소를 보내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은 1900년대 중반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해 좀머 씨의 행동과 일종의 대조를 보여주는 것을 보면 후자 쪽으로 해석할 여지가 더 큰 것일지도 모르겠다.

     인간 진화에 관한 신화는 가면 갈수록 생존에 적합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가르치지만, 오늘의 인간들이 과연 과거의 사람들보다 더 살아가기에 적합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주 전체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데도 유독 인간과 생명체만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그저 하던 대로만 해도 충분히 번성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는 좀머처럼 호수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데도 그것을 인정하기 싫어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미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는 법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실패를 경험하고 있다. 생존을 위해서는 좀 더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옳다는 식의 헛소리가 박수를 받고 있는 시대이니 뭐 말은 다했다. 길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돌아가는 것이 답이다. 여기가 정확히 어디인지 모른다면,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특히나 반대쪽으로 가고 있었다면 돌아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바른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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