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인형 - Air Doll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줄거리 。。。。。。。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궁상맞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히데오의 집에는 일명 섹스돌(sex doll)이라고 불리는 실물 크기의 성욕대체인형이 있다. 히데오는 그 인형에게 자신의 옛 애인의 이름은 ‘노조미’라는 이름을 붙여 놓고 진짜 애인이라도 되는 양 밤마다 탐닉한다.

     그러던 어느 날 노조미에게 ‘마음’이 생기면서 이야기는 더 앞으로 나아간다. 히데오가 출근을 한 낮에는 바깥세상을 구경하며 보냈던 노조미는, 우연히 들어가게 된 한 DVD대여점에서 준이치를 본 순 간 눈을 뗄 수 없었다. 대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에 대한 마음을 키워가지만, 선반을 정리하다가 일어난 우연한 사고로 팔이 찢어져 순식간에 바람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준이치에게 들키고 만다. 놀랐느냐는 질문에 자신도 속이 비어 있다는 알 듯 말 듯 한 대답을 하는 준이치. 영화는 그렇게 속이 빈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내고 있다.

  



 

2. 감상평 。。。。。。。 

 

     개봉되었다는 소식을 듣기 전부터 한 번 쯤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좀처럼 개봉하는 곳을 찾기 어려웠다. 사람들이 많이 보지 않아서 그런가보다 할 수도 있겠지만, 개봉한지 고작 5일 만에 본 영화니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대형 배급사를 끼고 만들지 않으면 쉽게 흥행할 수 없는 이유를 이 영화가 그대로 보여준다. 가까운 영화관 4개를 지나 40분이나 걸려 찾아가야 했던 영화관에서 어렵게 보게 된 영화. 평일 아침 조조 시간이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극장 안을 채웠다.

     영화는 온전히 배두나에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황량한 도시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영화 속 그림은, 영화의 주제를 드러내는 데는 잘 맞아떨어졌지만 딱히 영상미를 보여 줄만한 장면들은 아니었다. 자연히 배경보다는 등장인물들이 엮어내는 관계에 좀 더 주목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그렇다고 영화 속의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세심하게 묘사되고 있지도 않다는 점이다. 그저 카메라가 훑어가는 동안 용케 앵글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을 잠시 응시하고는 그것으로 끝이다. 물론 이런 연출 방식이 보여주는 사람들의 시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카메라를 채우고 있는 배두나에게 쏠릴 수밖에. 게다가 몇 번이나 과감한 노출로 등장하니..

 



     영화의 주제는 진부하지만 한 번쯤 더 생각해봐도 좋을 그런 내용이다. 그 안에 공기만 가득 찬 인형처럼,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공허함으로 가득 찬 것이 도시 속에서 파편화, 부품화 된 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인형과의 동거를 진심으로 만족하고 있는 히데오나 이별한 애인에 대한 그리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준이치나, 그 외 배경인물로 등장하는 여러 사람들 모두가 그렇게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속이 비어 있는 도시인’이란 물질중심의 발전을 거듭해 온 현대의 인류가 자초한 일종의 집단자살의 한 형태일지도 모른다. 아쉬운 건 감독이 이 주제를 ‘보여주지’ 못하고, 그냥 ‘말하고’ 있다는 부분.(사실 인물들이 내뱉고 있는 대사도 지나치게 의미가 부여되어 있거나, 전혀 생뚱맞거나 둘 중 하나이다.)

     영화에는 기승전결이 없다. 영화 종반부의 충격적인 사건에서 고조가 되었어야 했으나, 스토리를 따라가며 이미 충분히 짐작할 만한 내용이라 충분히 올라가지 못한 채 떨어지는 롤러코스터처럼 뭔가 밋밋한 맛이 느껴진다. 마음을 갖게 된 공기인형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마저 이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려 남은 것이 없다.

 

     배두나라는 배우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단,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란 건 확인하고 들어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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