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
태어난 지 두 살만에 시력과 청력을 상실한 미셸은 누구도 손 댈 수 없는 폭군으로 변해간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자 아버지에 의해 요양원으로 보내질 찰라, 어머니는 미셸과 같은 아이를 전담해 가르치는 선생님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사하이 선생님을 초청한다. 어둠 속에 혼자 남아 어쩔 줄 모르고 있었던 미셸에게 사하이 선생님은 빛을 던져 주지만, 그와 반비례 하듯 사하이 선생 자신은 망각이라는 어둠 속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고 있었다.

2. 감상평 。。。。。。。
아마도 처음으로 본 인도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기대했던 것 이상의 감동을 주는 영화였고, 연기자들의 연기력도 크게 흠잡을 만한 데가 없었다.
영화는 헬렌 켈러를 떠올리도록 만드는 주인공 소녀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다는 것은 외부세계와의 완전한 단절을 의미했고, 그렇게 고립된 소녀는 자신이 누구인지, 이 세상이 어떤 곳인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를 모르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희망을 준 것은 외부 세계의 통역자인 사하이 선생님의 메시지였다. 미셸의 내부에 질서가 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비약일지도 모르지만, 오늘날 사람들의 상황이 꼭 그와 같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누구인지 진지하게 성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이 세상에 대해서, 자신의 삶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없다. 그저 내 앞에 있는 것을 집고, 먹고, 던지고, 소리 지르고, 때리는 것만을 능사로 삼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가면 갈수록 묻지 마 식의 범죄와 반인륜적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 또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어 버린 사람들의 보여줄 수 있는 최종 단계가 아닌가 싶다.
생각해 보면 이런 모습은 사람들이 이 우주를 ‘닫힌 세계’로 규정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미 예상된 것이었다. 자연 세계 외부의 어떠한 존재도, 힘도 인정하지 않고, 오직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만이 사실이라고 가르치고 배워온 사람들에게 또 무엇을 바랄 것인가. 오늘날 인류는 철저하게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독방에 갇혀 있다. 그리고 이들이 생각해 낼 수 있는 것의 파괴적인 결과는 오늘 우리가 보고 있는 딱 그대로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어느 날 학원에서 문제 하나를 풀다가 막혀 끙끙댄 적이 있었다. ‘□’라는(이게 중학교로 들어가면 x라는 기호로 바뀐다) 당시에는 획기적인 기호를 사용해야만 풀 수 있는 문제였는데, 이를 알 리 없는 나로서는 도무지 해결할 수 없었다. 옆에 있는 선생님에게 물어보면 ‘□’라는 기호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셨을 테지만 적잖은 고집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끝까지 혼자 풀어 보려다가 결국 포기하고 울어버렸던 기억이 난다. 내가 다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 작지 않은 오만함이 결국 모든 것을 그르쳐버렸다.
영화 속 대사 중 하나인 ‘우리는 모두 신 앞에서는 시각장애인’이라는 말이 와 닿는다. 현대인들은 두려워하고 있다. 외부의 도움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해서 나의 존엄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미셸처럼 사하이 선생님의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