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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권리를 말한다 - 살아가면서 읽는 사회 교과서
전대원 지음 / 뜨인돌 / 2008년 1월
평점 :
권력을 소유하면 할수록 인권 감수성은 점차 둔해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권력이라는 것이 자신의 의지를 상대방에게 관철시키는 힘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1. 요약 。。。。。。。
사회 선생님이 쓴 법과 권리에 관한 이야기.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저자는 우리나라 헌법이 모든 국민에 대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들에 관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교사라는 저자의 직업은 글쓰기에도 그대로 드러나서, 저자는 주제와 관련된 시사적인 질문을 툭 던져놓고, 그것을 고리로 말하고자 하는 기본권의 의미와 의의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 1학년 정도의 수준이라면 충분히 읽어갈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쓰였으면서도 그 내용은 가볍지 않다.
2. 감상평 。。。。。。。
터번처럼 생긴 이상한 모자를 뒤집어 쓴 수염자국이 선명한 아저씨와 교복인 것 같은 옷을 입은 채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여자 아이, 그리고 자기 얼굴만 한 돋보기를 들고 허리를 90도로 굽힌 채 무엇인가를 관찰하고 있는 아주머니, 이 모든 그림이 범상치 않은 그림체로 그려져 있는 표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도대체 저 주황색 바지에 체크무늬 조끼를 받쳐 입고 이상한 터번까지 쓴 키치 패션의 사나이는 누구란 말인가. 도대체 이 책은 뭐란 말인가.
이런 와 닿지 않는 표지 디자인은 책을 읽기도 전에 기대감을 접게 만드는 데, 이러한 생각은 책의 본문으로 들어가는 순간 금새 사라져버린다. 저자는 친한 사람에게 하듯 편하게 말을 걸고 있고, 그의 질문에 마음속으로 대답을 해 나가는 순간 어느새 이야기에 빠져 들어간다. 썩 괜찮은 책이다.
책의 부제가 ‘살아가면서 읽는 사회 교과서’인데 참 잘 지었다. ‘교과서’란 꼭 배워야 할 무엇이 담겨 있는 책이라는 의미로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의 중요성을 드러내는 표현이고, ‘살아가면서 읽는’이라는 수식어는 그 중요한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이 학술적인 방식보다는 실제적인 예와 경험을 통해 전달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부제처럼 책의 내용 또한 그러했다.
책의 논점에 대해서는 특별히 반박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오히려 좀 더 논지가 강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마도 어린 학생들을 1차 독자로 상정하고 썼기 때문일 것이라는 느낌이 맞다면 이 정도만 되도 충분히 좋아 보인다.
책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들을 다루고 있다. 모든 법의 최상위의 법이라는 헌법이지만, 그 성격상 선언적인 의미만 가지고 있어서 일상생활에 직접 적용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그 선언적 의미를 일상에 적용하면 어떤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야 하는 지를 보여줌으로써 헌법을 살아있는 법으로 복원시킬 경우 우리들의 삶에 얼마나 유익할 지를 생각해 보게 만든다.
언젠가 알고 지내던 한 법대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의 목표가 ‘헌법 정신이 구현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헌법 정신만 제대로 구현되더라도 사람을 존중하는 따뜻한 사회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소박한 기대였다. 문제는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이 ‘소박한 기대’를 ‘지나친 기대’로 만들어버릴 정도로 헌법 정신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권력을 손에 넣은 이들이 그렇게 헌법을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일반 국민 전체가 헌법에 대해 명확한 이해도, 제대로 된 교육도, 온전한 실현에 대한 경험도 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 데 자기의 것을 나누어 줄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한 첫 걸음은 사람들에게 헌법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교육을 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 교육은 어렵지 않게,편하게 접근을 해야 할 텐데 이 책은 충분히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