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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왜 촛불을 끄셨나요 - 폭력과 추방의 시대, 촛불의 민주주의를 다시 묻는다 ㅣ 당비의생각 2
당대비평 기획위원회 엮음 / 산책자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촛불집회에 우리가 ‘모자람’을 느껴야 한다면,
그 까닭은 ‘고시 철회’를 이뤄내지 못한 것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합법적이고 정상적 시민’으로 안도했던 기억만으로
‘타인의 고통’에 대해 눈 가린 우리의 태도에 있다.
1. 요약 。。。。。。。
작년 여름을 환하게 밝혔던 촛불집회에 관한 이론적 분석을 담고 있는 책이다. 목차에 나와 있는 것처럼, 여러 저자들은 각각의 눈으로 본 촛불집회에 관한 소회를 쓰고 있는데, 1부가 촛불집회의 정치적 의미에 집중하고 있다면, 2부는 그에 담긴 미학적 의미에, 3부는 실천적 함의에 관해 주로 논하고 있다.
다양한 저자들의 촛불집회에 관한 평가는 서로 다르지만, 그들은 일관되게 ‘촛불’은 단순한 사회 현상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으며, 그 영향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데에도 의견을 같이 한다. 하지만 지난 여름의 '촛불'이 가시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는 현실 앞에, 그 이유와 대안에 대해서는 약간 다른 관점을 제시해주고 있다.
2. 감상평 。。。。。。。
지난여름, 우리나라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시간을 내서 차분하게 되 집어 보는 것은 결코 낭비가 아닐 것이다. 연인원 수 백만에 달하는 사람들이, 전국에 걸쳐서, 수십 일 동안 모여 같은 구호를 외치는 경험은 지난 2002년 월드컵 이후로 그리 드문 장면은 아닌 것이 되었지만, 지난여름의 그것은 단순한 유희나 즐거움을 위한 희구가 아니라 좀 더 실제적인 삶의 필요를 위한 투쟁의 성격을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아는 후배들에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잘 지켜보라’고, ‘우리는 지금 역사의 중요한 기점에 살고 있는 거라’고 말하고 다녔던 기억도 난다.
하지만 그 결과는 딱히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라는 게 우리 시대가 접하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 정부는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한창 시위가 고조되었을 때는 입을 다물고 있다가 시간이 지나자 자신이 가진 칼을 동원해 가차 없이 반대했던 시민들을 잡아 보복하고 있고, 그토록 반대했던 고시는 강행했으며, 여전히 전국토를 파헤쳐서 국민 세금을 건설사들에게 퍼주겠다는 계획은 포기하지 않은 듯하고, 세계적인 경제위기는 사람들이 광장으로 모이는 것을 주저하도록 만들고 있다.
‘도대체 왜’라는 탄식이 저절로 나오는 상황에서, 이 책은 잘 조직된 결론은 아니지만, 여러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당시의 상황에 대한 이론적 분석을 제공해 주려는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을 해냈다. 특히 1부에서 이 작업은 촛불의 정치학적 의미를 분석해 내는 흥미로운 작업으로 정리되었고, 3부에서는 촛불이 부족했던 점과 나아가야 할 지향점에 관해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결과를 제시해주고 있다.
내가 불만인 것은 이 책의 2부에 해당하는 몇 개의 글들인데, 지나치게 미학적 분석으로 치달아 ‘무식한 일반인들’(나도 여기 포함된다)은 알아듣지 못할 학자들의 책에서 인용한 구절들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결론적으로 그저 좀 삐딱하게 보는 것 이외의 다른 결과물들을 내지 못한 글들이 제법 보인다. 서동진은 물론 클로드 르포르나 알튀세르와 같은 사람들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도 많다는 걸 모르는 지, ‘신뒤르케임주의 문화사회학’이니 ‘뒤르케임주의적 종교사회학’이 뭐니 하는 것들은 그들의 리그에 가서 떠들며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이런 평가는 어디까지나 내가 ‘무식한 일반인’이기 때문이고, 그 중에서도 촛불집회에 관한 건전한 인식에 현대인들의 ‘과학주의’ 혹은 ‘증거주의’가 끼친 악영향에 관한 것처럼 쉽고 유익한 글도 있긴 했다.
몇 달간 쏟아졌던 소나기는 지나갔다. 비록 그것이 몇 달에 걸쳐서 일어났긴 했지만, 난 아직 장마가 오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국지성 호우는 그저 우산을 챙기거나 장화를 꺼내도록 만들 뿐이지만, 장마는 외출에 대한 의사 자체를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이 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외출에의 의지를 버리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외출은 좀 더 많은 사람들을 집에 주저앉힌 대가이자, 더 많은 사람들을 밖에 나가지 못하도록 만드는 원인이기 때문에 문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런 의미에서 그 소나기를 분석하고, 어떻게 장마를 기다릴 지에 관한 여러 방법들을 제시하는 것은 꼭 필요한 작업이리라. 이 책이 그 모든 것에 대한 대안은 분명히 아니지만, 일단 이 책에 담긴 다양한 시각으로 그 때의 일을 한 번 정리를 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참, 사족을 붙이자면, 책의 제목은 나름 매혹적이지만, 책의 내용과는 딱히 ‘밀접한 관련’까지는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