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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크 독트린 - 자본주의 재앙의 도래
나오미 클라인 지음, 김소희 옮김 / 살림Biz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무수한 국가와 개인들의 신체에 가한 잔인한 강압 속에서
근본주의적 자본주의가 출현했다는 사실을 밝힐 것이다.
자유시장의 역사는 쇼크 속에서 쓰였다.
1. 줄거리 。。。。。。。
책은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충격적인 ‘실험’ 이야기로 시작한다. 1950년대 CIA가 이완 카메론이라는 몬트리올의 한 의사를 후원해 심리치료 환자들에게 잔인한 실험을 실시했다. 환자들은 잠을 잘 수 없었고 몇 주 동안 외부와 격리되었으며 전기 쇼크와 환각제들을 투여 받았다. 환자를 유아상태로 되돌려 정신분열적 증세가 나타나기 이전의 순수한 백지상태로 만든다는 것이 실험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실험은 사람들을 순수한 백지상태로 돌아가게 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정상적인 인격을 파괴해 극단적인 분열 상태로 만들었다. 연구자들은 새로운 질서를 세우기 위해 이전의 것들을 제거해야 한다는 이유를 댔지만, 결과적으로 남은 것은 철저하게 파괴된 사람들의 비참한 모습 뿐. 그들은 ‘손상’과 ‘치료’를 구분할 능력이 없었다.
이런 미치광이 같은 생각과 실험이 어떻게 경제정책에 적용되었는가가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시카고 대학의 밀턴 프리드먼은 앞서의 카메론처럼 ‘인간의 개입으로 사회 패턴이 왜곡되기 이전의 조화로운 상태’에 관한 신화를 바탕으로, 극단적인 자유방임형태의 경제구조를 열렬히 찬양했다. 그는 시카고 보이즈(시카고 대학에서 배운 그의 제자들)와 함께 전 세계에 이 급진적인 사조를 퍼트리는 데 일평생을 바친다.
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중국, 인도네시아, 폴란드, 러시아에서 그의 이론은 실험되었으나 그 결과는 한결같았다. 공공기관의 민영화와 사회보장예산의 대대적 삭감, 경제적 안전망을 구성하는 모든 규제의 철폐는 국민의 대다수를 극빈층으로 전락시켰고, 때문에 극렬한 반대를 맞닥뜨려야 했다. 때문에 이 때 필요한 것이 ‘쇼크 요법’이었다. 대규모의 지진, 전쟁, 폭력과 고문, 탄압 같은 충격적 요법은 국민들을 ‘백지 상태’로 만들고, 그 기회를 틈 타 이런 ‘급진적인’ 정책들을 도입하면 된다는 논리였다.(독재자가 되라는 말과 거의 구분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프리드먼주의는 전 세계에 더욱 큰 악영향을 끼치는데, 이제 그들은 노골적으로 ‘재난 자본주의’를 자신들보다 약한 나라들에 강요하기에 이른다. 90년대 후반 금융위기를 맞았던,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에게 그랬고, 미국의 거짓말로 시작된 이라크 전쟁이 그랬다.
결론부에서 저자는 이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덫으로부터 느리지만 확실하게 벗어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말한다. 그들은 이전의 쇼크로 인해 크게 당했기에, 쇼크에 대한 일종의 내성이 생긴 사람들이었다. 아직 희망은 남아 있다.
2. 감상평 。。。。。。。
“위기에 처한 국민들은 마법과 같은 해법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기꺼이 권력을 넘겨준다.”
“OOO은 파괴와 창조 혹은 손상과 치료를 구별하지 못했다.”
“만능 물대포는 사람들이 쓰레기인 것처럼 싹 쓸어버렸다. 이제 거리는 반들거리고 깨끗해졌다. 그리고 동시에 텅 비어 있었다.”
“사람들은 여기서는 의료혜택을 줄이고 저기서는 무역정책을 바꾸는 점진적 변화에는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수십 가지 정책 변화가 단번에 전면적으로 시행된다면 대중은 무기력해지면서 맥없이 지쳐버린다.”
“그들은 기꺼이 정적들을 제거하고, 저항을 일절 허용하지 않으며, 백지상태에서 새롭게 시작하려 했다.”
책에서 따온 인용구들이다. 어느 것 하나 우리나라를 가리키지 않지만, 참 어이없게도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내용들이 아닌가. 우리는 이미 프리드먼 식의 쇼크요법을 받고 있었다. 모든 국내 경제지표가 사상 최대의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는데도 일부 신문에서 조장한 위기설에 위축된 국민들은 자기가 경제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해답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사람에게 기꺼이 권력을 넘겨주었다. 하지만 그는 시민들을 쓰레기처럼 물대포로 ‘청소’하기에 바빴고, 가차 없이 반대자들을 구속시키고 정적들을 제거하고 있다. 결국 그의 목표는 민영화와 복지예산 삭감, 사회의 여러 공적 안전장치의 해제로 나타나고 있다. 참 무서운 일이다.
물론 나는 지금 우리의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사악한 음모를 가지고 국가를 전복시키려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이 믿음이 잘못된 것이라고 밝혀지면 어떤 사람들의 마음은 통쾌할지 모르나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당해야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런 소망과는 다르게 참 우려스러운 것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시다발적인(마치 쇼크를 주려는 것처럼) 자유방임주의적 정책들 때문이다. 모든 것이 ‘경제’라는 두 글자의 단어면 해결이 되는, 그리고 그 ‘경제’라는 카테고리 안에는 참 다양한 방식이 있는데도 오직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이 ‘경제’라는 경전에 담긴 유일한 진리인 것처럼 밀어붙이는 방식이 너무나 걱정된다. 세계 조류(사실 그 ‘조류’도 한 가지가 아닌데도)에 편승하는 것만이 우리의 하나뿐인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너무나 두렵다. 세계적인 실험의 결과 그 방식은 절대 다수의 국민들을 빈곤으로 몰아넣고, 소수의 거대자본가들만 그 모든 이익을 빨아먹는 결과로 나타났는데도 그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옹고집이 참 답답하다.
시민들의 깨어 있는 의식이 정부 당국자들과 재난 자본주의자들의 욕심을 무산시키는 책의 마지막 부분은 참 인상적이다. 그 ‘의식’의 중심에는 건전한 공동체 정신이 있었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자신의 것을 나누어 채워주는 전통적 가치라면 우리에게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있으니까. 지금도 우리들의 어머니들은 이웃집과 함께 김장을 돌아가며 하고, 받은 호의에 대한 답을 돈이 아닌 또 다른 호의로 갚는 것이 드물지 않다. 기회비용을 따지기 보다는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직은 헛소리로 치부되지 않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보게 되기를 소원한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책은 왜 이렇게 한결같이 두껍고 어려울 것처럼 생겼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