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토템 1
장룽 지음, 송하진 옮김 / 김영사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초원은 너무도 복잡해서 무슨 일이든 하나가 또 다른 무엇과 항상 연결되어 있지.

특히 늑대들은 초원은 물론 다른 동물들과도 연결 고리로 모두 이어져 있기 때문에

이 고리가 망가진다면 초원의 목축업은 더 이상 유지될 수가 없는 거야.

 

 

1. 줄거리 。。。。。。。

 

     1960년대 중국. 아버지가 자본주의 사상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숙청되어 몽골 지방으로 밀려 온 천전이라는 청년이, 초원 생활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닫는다는 이야기이다. 전형적인 도시 인텔리였던 그가 초원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접하면서, 초원을 경장지로 만드는 것이 곧 개발이고 발전이라는, 농경사회 중심의 개발전략의 문제점을 깨닫게 된다.

     특히 천전이 매력을 느낀 것은 초원의 늑대. 처음에는 유목에 피해를 주는 늑대를 왜 모두 죽이지 않는지 의문을 가졌던 그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초원의 생태구조를 이해하게 되면서 생태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삶을 이어 나가려는 초원 사람들의 지혜를 깨닫게 된다. 내친김에 천전은 아기 늑대를 한 마리 꺼내와 직접 기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초원의 생산력을 늘린다는 미명아래 반농반목(半農半牧)이라는 정책을 급격히 추진하게 되고, 이는 초원에게도 늑대에게도 큰 위기로 다가온다. 그리고 30년 만에 돌아온 초원의 모습은..

 

 

2. 감상평 。。。。。。。

 

     무척이나 두꺼웠던 소설이었다. 이런 두꺼운 책들은 좀 더 오랜 즐거움을 선사해 줄 수도 있고, 오랫동안 손에 들고 다닐 것이 생겼다는 만족감까지 준다. 물론, 내용이 흥미로워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 소설의 성격을 무엇이라고 정의 내릴 수 있을까? 우선 소설 전체에 담겨진 강한 생태주의나 자연주의적 관심 때문에 ‘자연주의적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인해 파괴되어 가는 자연과, 생태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는 마구잡이식 개발논리에 대한 강한 비판 의식이 책 전반에 깔려 있다.

     늑대는 유목민들이 키우는 양을 잡아먹기도 하지만, 반대로 양들이 먹을 풀을 싹쓸이 해버리고 말들이 달리다가 걸려 넘어지게 하는 구멍을 파대는 마르모트나 산토끼, 그리고 가젤 등의 숫자를 적절하게 줄여주어 생태계를 유지시키는 주요 기능을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중앙 관리들’은 그저 초원을 갈아 논과 밭으로 만들고, 돌로 만든 집(초원민족들은 이동식 집을 짓는다)을 세우는 것만이 발전의 증거인 양 멋대로 생각해 버린다.

     40년 전 미개발 상태의 중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지만, 왜 오늘날 우리나라의 상황이 떠오르는지... 과연 시간이 지난다고, 장소가 바뀐다고 사람들의 지능까지, 사고력까지 발달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한편으로 이 책은 깊은 동서양을 총괄하는 역사를 ‘늑대와 양’이라는 사관(史觀)으로 재정립하려는 시도가 담겨 있다는 면에서, 역사서적 측면이 가미된 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다. 소설 속의 천전(곧 작가)은 유목민족을 늑대로, 농경민족을 양으로 비유하며, 역사적으로 왜 높은 문명수준을 자랑했던 농경민족들이 항상 유목민족들에 의해 큰 피해를 입고 정복을 당했는지를 ‘민족성’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한다.

     저자의 이런 분석은 언뜻 일리가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역사적 상황에 대한 지나친 단순화라는 문제점도 동시에 안고 있다. 한 나라가 망하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마련인데 말이다. 또, ‘민족성’이라는 그 실체가 불분명한 무엇에 근거해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책의 곳곳에 묻어 있는 ‘중화사상’이 마음에 걸린다. 저자는 대중화사상에 근거해 현재 중국 땅에 있었던 모든 왕조와 나라는 곳 중화인이라는 식의 논리를 강요한다.(이런 면은 특히 ‘늑대 토템과 지적 연구’라는 마지막 장에 부각된다) 이런 논리의 자연적 결과로 ‘원래부터’ 중국에 속한 영토 따위는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시점이든 중국 왕조가 점령했었던 지역은 모두 중국 땅이라는 생각으로까지 발전해 나가는 경향도 보인다. 이런 생각은 다음과 같은 문장에 잘 드러난다. 

     “농경과 유목의 두 형제민족이 함께 열심히 싸운 덕분에, 2천여 년 전부터 중국에 속했던 영토를 지금까지 보존할 수 있도록 해 준거야.”

     물론 저자가 책의 곳곳에서 중국의 정책이나 방향에 대해 반대의식을 표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위대한 중국’, 혹은 ‘중화사상’이라는 개념 아래 적용되는 것일 뿐이다.

 


     저자의 초원 생태에 대한 깊은 연구와 그에 관한 서술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특히 늑대의 습성에 관한 연구는 어느 생태과학서적에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을 수준이다. 또, 자연 그대로의 삶에 대한 저자의 시각은 당장 오늘날에 적용해도 괜찮을 정도다. 책 두 권을 읽는 동안 마치 내가 몽골 초원에서 생활하는 듯한 느낌을 잠시나마 가질 수 있었다.(자꾸 불에 그대로 구운 고기가 먹고 싶어진다는..) 읽어볼 만한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