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역사가 쓴 자서전
이석우 지음 / 시공사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어떤 이는 사람이 내적으로 단순해지면 단순해질수록

사물을 보다 폭넓고 깊이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필사자는 문자 삽화를 세밀하고 정교하게 만들면서

그것을 통해 무한한 탐구를 시도함으로써

거기에서 영원과 만나고 있는지 모른다.

 

     그림을 ‘읽어가면서’ 그 그림이 담고 있는 당대의 역사적 현실을 설명하는 책이다. 역사학 교수이면서 아마추어 미술가이고 싶은 저자의 심리적 경향이 드러나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책의 흐름은 저자가 뽑은 각 시기를 반영하는 그림들을 실어 놓은 후, 그림의 작가가 처한 시대적 상황을 설명하는 식이다. 예를 들자면 황제 유스티아누스와 황후 테오도라의 거대한 그림에서 그들을 신성시하려는 당시의 분위기를 읽어내는 식이다.

 

     책 제목처럼, 그림은 역사가 남긴 자서전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그림 이외에도 인간이, 그리고 자연이 남겨놓은 수많은 유물, 유적, 기록, 생각이 모두 역사가 남긴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저자는 역사학자이면서도 미술에 관심이 많았기에 특별히 그림이라는 주제로 시대의 흐름을 읽어 내려가고자 하는 시도를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비단 그림이 아닌 다른 소재를 중심으로 역사적 흐름을 읽어 내려가는 책이 나올 법도 하다. 이를테면 ‘신발로 읽는 역사’ 등등..

     저자가 기독교인인지 책의 곳곳에 그 자신의 신앙을 드러내는 한 줄 글이나 성경의 한 절이 적혀 있는 것도 이색적이었다. 통상 역사책을 내면서 그런 시도를 하는 사람을 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다지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책 자체가 엄격한 역사서라기보다는 저자가 본 그림들을 차근차근 그 자신의 소감을 적은 것(다만 저자의 전공은 속일 수 없기에 거기에 역사적 배경이 들어갔을 뿐)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정도의 내용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말하면 저자의 의도를 엄청 왜곡하고 있는 것일까?

 

     아무튼, 저자의 그런 시도 덕분에 역사상 남은 위대한(저자의 주관적 선택이지만) 그림들을 컬러 사진으로 접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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