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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전 29일
제랄드 메사디에 지음, 진인혜 옮김 / 책세상 / 1999년 1월
평점 :
절판
기름종이가 불을 막아주지 못하는 것처럼 자본주의는 전쟁을 막아주지 못합니다.
또 다른 사조는 자본주의에 의해 사회 평화가 유지되기를 원합니다.
그것 역시 천만의 말씀입니다.
자본주의는 내적 불평등을 두드러지게 합니다.
전형적인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에서 살인은 사망의 첫 번째 원인이 되었습니다.
지구의 종말은 어떻게 올 것인가. 이 책은 이 질문에 가능한 대답으로, 물질적인 자산의 멸망이 아니라 정신적인 자산의 황폐화를 들고 있다. 일본의 선불교 집단이 현대 만연한 자본주의의 폐해가 일본 고유의 정신을 말살시키고 있다고 확신하고, 전 지구적인 혼란을 획책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뼈대이다.
그들이 사용하는 것은 우선 미디어를 이용한 인간 정신의 혼란 유도였다. 미 대통령의 연설 중계를 하는 가운데 갑자기 삽입된 포르노 방송. 연이어 가상현실체험기계를 통해 성적인 욕구를 충족 받는 미래에 그들은 그 프로그램을 잔인하고 선정적인 것으로 바꾸어 놓는 것으로 인간의 정신을 자극한다.(저자는 매스 미디어를 하나의 마약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음모자들이 일으킨 초반부의 혼란은, 미디어를 통한 성의 타락에 기인하고 있다. 그들은 연이어 전 지구의 온라인 전산망에 혼란을 주어서 모든 은행의 돈을 증발시켜버리는가 하면, 종국에는 그 통신 케이블을 갉아먹는 박테리아를 통해 모든 종류의 통신을 마비시킨다. 그 가운데 사람들은 극도의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음모자들의 혼란 책동은 누구도 막지 못한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조용히 나타나 일을 벌이는 것이다. 그들이 진정으로 두려운 이유는, 그들의 목적을 알 수 없다는 것에 있는 것 같다. 이는 그들이 어떠한 요구도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지 못한 방법의 지구 종말이라는 점에서 신선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소설이라는 장르의 완성도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초반부의 팽팽한 긴장감과는 달리, 소설의 종결은 흐지부지되는 측면이 있었다. 또, 역자의 말과는 달이 저자의 동양적 사고에 대한 이해는 초보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