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사물의 기원
장 그노스.김진송 지음 / 열린책들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그러나 면밀히 살펴보면 이런 극소수의 인간들은

동물에 대한 우월감 때문에 모피를 입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엉뚱하게도 동물에 대한 지배적 우위를 같은 인간에 대한 우월감으로 착각한다.

 

 

1. 줄거리 。。。。。。。

 

     일종의 칼럼집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내용의 ‘진지한’ 칼럼은 아니고, ‘의도적인 현실 비틀기(패러디)’와 ‘의도적 왜곡(거짓말)’을 중심 테마로 한 칼럼이다. 때문에 지나치게 머리 아파하면서 읽을 만한 내용보다는 종종 쓴 웃음을 지으며 읽을 만한 편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2. 감상평 。。。。。。。

 

     이 책의 성격은 저자를 표기하는 데서부터 드러난다. 장 그노스와 김진송. 언뜻 잘못 읽으면 장 그노스라는 사람이 쓴 책을 김진송이라는 사람이 번역한 책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처음에는 나도 그렇게 읽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두 사람이 공저를 한 것으로 표기되어 있다. 하지만 실은 두 사람은 한 사람일 뿐이다. 김진송의 마지막 자인 song을 거꾸로 하면 그노스(gnos)가 되는 것이다.

     책의 내용도 흥미로운 것들이 많다. 의자가 사실은 개를 보며 실제로 진화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비행기가 뜨는 힘은 사실은 승객과 승무원들의 염력 때문이라고 우기기도 하고, 지방흡입수술로 나온 인간 지방으로 만든 비누 이야기나, 인어(人魚)와 함께 다니는 마어(馬魚) 이야기 등 언뜻 어이없어 보이는 이야기들도 다수 있다. 한편 이런 유의 책에서 빠질 수 없는 현실 풍자가 제대로 구현된 이야기로 ‘암흑의 신 페트롤리우무스의 전설’이나 ‘강자 보호와 약자 처벌에 관한 법률’ 등은 꼭 읽어보라고 추천할 만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개미』 시리즈로 유명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소설집인 『나무』나 『장미의 이름』으로 유명세를 탄 움베르토 에코의 『미네르바 성냥갑』시리즈나 『작은 일기』, 『바보들에게 웃으며 화내는 방법』 등의 칼럼집이 떠올랐다. 모두들 현실에 대한 풍자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웃음을 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작가들이다. 에코 식의 칼럼들이 철학적이고 문제에 대한 냉소적 공격을 띄고 있고, 베르베르 식의 이야기에는 문학적 요소들이 강하다고 한다면, 이 책에는 그 중간쯤의 성격이 보인다. 때때로 강렬한 풍자와 냉소가 보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저 재미있게 읽을만한 내용들도 보인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강점은 ‘한국적’이라는 점이다. 책 자체에도 한국을 배경으로 한 내용들이 듬뿍 담겨 있다. 에코나 베르베르의 책들이 서양적 상황을 바탕으로 해서 언제나 충분한 공감을 느끼기 어려웠다면, 이 책은 된장국을 먹는 듯한 구수함이 묻어 나온다.

 

     마지막으로 리뷰를 마치기 전에, 이 책을 ‘순수과학’ 영역으로 분류해 놓은 우리 동네 도서관의 왕까칠 사서님의 재치(?)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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