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 유대인은 선택받은 민족인가 고정관념 Q 8
빅토르 퀘페르맹크 지음, 정혜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흥미로운 것은,

대중은 유대인이 아닌 사람들이 성공한 경우 그들이 어느 민족인지를 캐지 않지만,

유대인일 경우에는 반드시 민족적 뿌리를 밝히려고 든다는 것이다.

 

 

 

1. 줄거리 및 간단한 감상평 。。。。。。。

 

     웅진 지식하우스의 ‘고정관념 Q’ 시리즈의 하나다. 저자는 역사, 전통, 경제의 세 분야로 나누어 유대인에 얽힌 ‘고정관념’을 매우 살짝, 그나마 종종 제기된 고정관념에 대한 엉뚱한 해명을 늘어놓고 있다.

     예를 들면 ‘유대인이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았다’라는 첫 번째 ‘고정관념’에 대해(이게 고정관념이라면 ‘사실은 그렇지 않다’라는 주장을 논리적으로 하는 것이 바른 방향이겠지만), 그런 고정관념 때문에 유대인들이 오랫동안 유럽 사회로부터 박해를 받아왔다는 내용을 쓰고 있다. ‘유대인은 경전의 민족이다’라는 ‘고정관념’에 대해서는 사실상 ‘그렇다’는 대답을 하고 있고(이런 결론을 내는 항목들이 제법 많다), 책의 말미에는 이 모든 것들이 ‘편견’이라고 말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겨, 독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개인적으로 내가 읽은 네 권의 ‘고정관념 Q’ 시리즈의 책 중 가장 별로라는 생각이 드는 책. 책에 담긴 정보의 정확성이나 옳고 그름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책의 논리적 구성에 문제가 보인다.

 

 

 

2. 트리플 감상평 。。。。。。。

 

     ※ 이 리뷰는 ‘리더스 가이드(http://www.readersguide.co.kr/)’에서 했던 ‘트리플 리뷰 이벤트’를 위해 쓴 것입니다. 이 책(『유대인』)만의 리뷰는 앞서 간단히 썼고, 이후에 쓰는 내용은 『유대인』 외에 같은 출판사의 시리즈로 나온 책들인 『이슬람』과 『팔레스타인』의 내용까지 포함한 리뷰입니다.

 

 

     세 권의 책을 읽고 리뷰를 쓰려고 막상 노트북을 여니 약간 고민이 생긴다. 리뷰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 지 하는 고민이다. 세 권의 책이 담고 있는 주제들을 중심으로 써야 할 지, 아니면 시리즈의 기획 자체를 두고 말해야 할 지,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이 스쳐간다. 생각 끝에 적당히 섞어서 내용을 이어가기로 했다.;;

 

     유대인, 이슬람, 팔레스타인. 이 세 가지 주제에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하나는 사람을, 또 하나는 종교를, 나머지 하나는 지명을 가리킨다. 언뜻 같은 카테고리로 묶일만한 내용이 전혀 없어 보인다. 세 주제가 하나의 대상을 가리키는 것도 아니다. ‘팔레스타인에 사는 이슬람교를 믿는 유대인’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도 참 어색하다.(이걸 묶으라고 한 사람 누구야!!) 내가 생각하기에 이들 주제들을 연결시켜주는 유일한 접합점은 ‘분쟁’이라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책들 사이에 감춰진 또 하나의 요소, 즉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사회’가 추가되어야 할 것 같다. 이들 주제는 비단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구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복잡한 문제의 양상들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이라는 땅이 문제의 땅이 된 것은 일차적으로 유럽인들의 로마제국이 유대인들을 강제로 이주시켰기 때문이고, 2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측은 팔레스타인이라는 하나의 땅을 두고 둘 이상의 민족들에게 보장을 해 주는 비열한 짓을 벌였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런 사태를 그대로 뒀고, 그 결과 팔레스타인에서 살던 팔레스타인인들은 졸지에 고향을 잃고 떠도는 삶을 살게 되었다. 또, 유대인들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것은 유럽인들 중 하나인 게르만민족이 그들을 학살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인들이 끝없는 싸움을 계속하는 것은 단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구사회의 책임이 상당부분 있다. 이슬람에 대한 ‘고정관념들’이 생긴 이유는 중세기 동안 끊임없이 벌어졌던 유럽사회와의 전쟁들 때문이고, 그런 상황은 다시 미국의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과 아랍세계 사이의 충돌과 그로 인한 유대인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만들어낸다.

     세계화라는 주제는 비단 오늘의 주제만은 아니다. 말은 국지적인 문제라고 하지만 사실 그 원인을 깊이 들어가 보면 더 이상 국제적이지 못한 주제들이 많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은 유럽의 식민주의 때문에 발생한 것이고, 발칸 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종청소의 문제에도 복잡한 유럽 제 국가들의 역사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나비효과라고 했던가. 지금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은 일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확대되어 언젠가 우리에게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팔레스타인, 중동하면 우리와는 상관없는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중동의 정국불안은 유가상승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당장에 자동차를 이용해야 하는 수많은 우리나라 사람들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각종 산업에도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두 차례의 오일쇼크를 통해 증명되었다. 우리가 다른 지역이나 다른 사람들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싸움은 사람들 사이를 가로막는 벽을 만들고, 그 벽이 오래 되면 서로에 대한 오해가 생긴다. 그리고 오해가 굳어지면 만들어지는 것이 ‘고정관념’이다. 고정관념은 다시 오해를 만들고, 오해는 벽을, 벽은 싸움을 만드는 역순의 진행도 일어난다. 누군가 이런 악순환을 끊어내지 않으면 오해는, 분쟁은, 고정관념은 한없이 계속될 것이다.

     책들을 읽으면서 왜 사람들인 ‘함께’라는 의식을 갖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인종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지지하는 정치적 노선이 다르기 때문에 싸워야만 한다는 건 좀 궁색한 이유가 아닌가. 다르다는 것이 곧 다툼의 이유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분쟁을 조장하는 사람들에게는 뭔가 다른 이익을 얻고자 하는 목적이 있고, ‘다르기 때문에 싸워야 한다’는 식의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대중을 선동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그런 선동에 넘어가는 사람들의 책임도 결코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런 사람들이 있는 한, 선동자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유무형의) 선동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잘 알아야 한다. 그런데 앎을 방해하는 것은 선입관이고, 선입관은 고정관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의미에서 서로간의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한 고정관념 타파는 매우 의미가 있다. 비록 이 책들이 일차적으로는 프랑스에서 출판되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고정관념)과는 약간 차이가 있는 항목들도 많고, 종종 중립적이기 보다는 특정한 ‘주의(主義)’에 치우쳐있는 서술들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물론 누구도 엄밀하게 ‘객관적’이거나 ‘중립적’일 수 없는 게 사실이지만) 말이다.

 

     이 책들의 장점은 편집 방식에도 있다. 저자들은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을 통해 독자들과 직접 대화를 하는 느낌을 주고 있고, 글의 내용들은 심오한 철학적, 종교적 논의보다는 상식적의 것들이라 쉽게 읽힌다. 교양을 쌓기 위해 읽기에 딱 좋은 책이다. 기회가 된다면 나머지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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