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현대지도자
서중석 지음 / 성균관대학교출판부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박정권의 행태나 근대화는 인간을 극단적인 이기주의자로 만들었고,

반공교육, 그중에서도 유신체제에서의 반공교육은

북의 주민을 ‘이리떼’나 괴물로 인식하게 하였다.

그것은 북의 주민을 동포는커녕 인간으로도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파괴하는 비인간화과정에 다름 아니었다.

여기에 유신체제의 진면목이 있었다.

 


 

1. 줄거리 。。。。。。。

 

     대한민국이 일제의 지배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직후부터 약 30년 동안 활동했던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에 관한 책이다. 원래부터 한 권의 책을 목적해 두고 쓴 글들은 아니고, 필요에 따라 각각의 인물들에 관한 글들을 써 놓은 것을 모아두었다.

     저자는 여운형을 ‘남북에서 존경받는 지도자’로, 김규식은 남북통일을 위한 협상을 위해 몸 바쳤던 사람으로, 김구는 약간은 지나칠 정도로 완고하며 국제정세에 눈을 돌리지 못해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인물로 평가한다. 반면 이승만이나 박정희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반공사상을 남용하고 일본과의 부적절한 관계설정을 해 결과적으로 큰 해를 끼친 인물로 묘사한다.

     한편, 조봉암은 한국 최초의 진지한 사회민주주의자로 현대의 복지국가 이념과도 비슷한 이상을 오래 전에 제시했던 인물로 높이 평가되고 있으며, 장준하는 유신독재정권과 맞서 남북화해를 위해 애를 썼던 사람으로 그려진다.


 

 

2. 감상평 。。。。。。。

 

     사실 우리는 현대사를 배운 적이 없다. 중학교에서도 고등학교에서도 현대사는 가르치지 않는다. 기껏해야 우리가 배운 인물은 이승만, 김구, 그리고 박정희가 전부다. 전두환이나 노태우 같은 인물들은 배워서가 아니라 그들이 해 놓은 엄청난 비리로 인해 자주 언론에 드러났기 때문이고,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에 이르면 그저 그 시대에 살았기 때문에 아는 것에 불과하다.

     요컨대 우리가 아는 ‘역사’란 삼국시대, 고려, 조선으로 이어지는 왕조시대에 관한 것이고, 그나마 ‘시험에 나오는’ 범위는 일제시대에 관한 것까지다.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과 몇 개의 공화국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배우는 것이 없다는 말이다. 당연히 역사는 우리와는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는 먼 이야기로 여겨지고, ‘역사 바로 세우기’가 뭐가 중요하느냐,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지 하는 인식이 판을 친다. 친일파도 좋고, 독재자도 좋지만, 자꾸 생각을 하라고, 머리를 쓰라고 가르치려는 사람들은 귀찮아한다. 답답한 일이다.

     어떻게 친일파들이 민족주의자로 둔갑을 하고, 악덕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기회주의자들이 국가의 원로가 되었는지에 대한 관심이 없다. 이들이 서로 결합을 한 결과 더 이상 정의가 통하지 않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는데도, 그 때문에 입는 유형, 무형의 손실과 직간접적인 피해가 엄청난데도 말이다.

 


 

     물론 이 책이 이런 현실을 뒤바꿀만한 엄청난 책이라는 말은 아니다. 각 인물들에 대한 저자의 판단을 100% 신뢰할 수도 없고, 서술에는 늘 편향성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대사의 중요한 인물들을 좌우에 걸쳐 선정해 한 데 모아 평가를 해 보았다는 시도는 매우 높이 살만 하다. 또, 저자의 서술이 ‘민족’이라는 주제어를 중심으로 모아지고 있다는 점은 꽤나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역사를 단순히 기록이나 암기의 대상으로만이 아니라 현재와의 연결 가운데서 보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개인적으로 역사 교육을 살릴 수 있는 길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자기가 급할 때만 국민 운운하고, 알량한 애국심에 호소하는 언론과 정치인들, 그리고 뭐가 정말로 ‘우리’를 위한 것인지 차분히 생각하기를 포기하는 대중들은 모두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을 절망가운데로 몰아넣은 공범들이다. 독립운동을 하면 집안이 망한다는 것이 한국역사의 교훈이 되어서는 정말로 위험한 것이 아닐까. 잘 알려지지 않은 현대사의 인물들을 다시 한 번 비춰보고 적절한 기준으로 평가해보려는 이 책의 내용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좋은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용이 내용이다 보니, 서평이 좀 딴 데로 빠진다. 저자의 세계관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지만 위에 언급된 부분에서 관해서는 썩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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