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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은혜의 지배 ㅣ 거룩한 삶의 실천 시리즈 4
김남준 지음 / 생명의말씀사 / 2005년 4월
평점 :
죄와 싸우는 신자가 힘든 것은
외부에서 밀려오는 죄의 유혹의 강함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죄와 결별하지 못하는 신자 자신의 죄에 대한 사랑 때문입니다.
정상적인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자신 안에 있는 죄의 문제로 인해 고민을 할 것이다. 비록 십자가 때문에 구원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도무지 변한 것 같지 않은 자신의 모습 때문에 수십, 수백 번 절망을 하기도 하고, 맹렬히 회개를 한 후에도 어느 샌가 다시 같은 죄에 빠져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심정이란…….
이 책은 바로 그런 신자 안의 죄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책 제목 『죄와 은혜의 지배』란 불신자에 관한 것이 아니라, 신자들의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갈등을 다룬다. 과연 죄는 어떤 식으로 신자에게 접근해 그를 지배하는가, 신자가 반복적인 죄의 지배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서 신자에게 일어나는 변화는 어떤 것이 있는가. 저자는 이러한 여러 문제들을 서두름 없이 조목조목 진술하고 있다.
하지만 죄는 신자 안에서 절대적인 지배를 이룰 수는 없다. 책의 후반부에는 신자 안에서 죄의 지배의 불완전성과 어떻게 하면 은혜의 지배 아래로 들어갈 수 있는 지를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
저자가 자주 인용하고 있는 유명한 청교도 존 오웬의 저작을 딱 한 번 읽어 본 경험이 있다. 학부 때 어떤 강의의 과제를 하느라 읽었던 책이었는데, 학부를 들어가자마자 읽었던 책이라 뭐가 좋은지, 뭐가 나쁜지도 제대로 구별하지 못했을 때였다. 아주 힘들게 책을 읽으면서, 이 사람 참 책을 힘들게 써 놨구나 했던 적이 있었다.
어쩌면 이 책도 그 때 읽었더라면 좀 지루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끊임없이 죄라는 단어가 반복되고, 죄가 가져온 영향을 굳이 1, 2, 3 하면서 일일이 열거할 필요가 있는가. 죄는 그냥 나쁜 거지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신앙생활을 이제 10년 쯤 하게 되니까 그러한 좀 다르게 느껴진다. 오히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러한 점이다. 저자는 죄의 문제를 매우 깊게 연구하고 파헤치면서, 조목조목 그에 대해 서술한다. 저자의 그러한 세밀한 연구는 독자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죄의 요소들을 그냥 무감각하게 넘길 수 없도록 만든다. 그 무감각함이 얼마나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뿌리에는 어떠한 것이 도사리고 있는 지, 매우 구체적으로 정리되고 있어서 책을 진지하게 읽는 사람이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보를 얻는 것과 그것을 실제 삶에 적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책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좀 길다는 점과(때문에 내가 이 책을 선물로 주려는 걸 보고 신학생들한테가 아니면 다들 무리라고들 했다.) 유사한 내용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사실 책의 내용이 깊으면 내용이 길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보다 세밀한 인도를 받을 수 있다는 데서 의미를 찾으면 되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책 자체는 가볍게 만들어져서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 부피만 빼면 부게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유사한 내용의 반복은 이 책이 애초에는 설교를 목적으로 작성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테면 설교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 언급했던 내용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는 법. 때문에 저자는 자주 반복을 통해 이를 일깨우려고 한다. 사실 이 정도의 깊은 내용을 이렇게 오랫동안 설교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도 놀라운 일이다. 일선의 목회자가 이정도의 깊은 영성과 지성을 설교에 담아 설교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설교를 꾸준히 듣기를 원하는 수많은 성도들이 있다는 것, 이 두 가지 사실을 생각한다면, 앞서 말한 단점은 오히려 감탄으로 바뀌게 된다.
죄와의 싸움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에게라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