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이 두 분야의 갈등을 조화시킬 수 있는 길을 찾아간다. 과학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후에 신학도 공부한 저자는 이 주제에 관해 의미 있는 말을 할 위치에 있어 보인다. 현대 저자는 종교개혁 급진파라고도 불리는, 재세례파 전통의 기독교 공동체 안에 몸을 담고 있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역시 신학과 과학의 형식적 유사성을 강조하는 부분이다. 저자는 이른바 “과학으로서의 신학”을 주장한다. 신학은 과학과 마찬가지로 가설을 세우고 연역적 추론을 사용해 이론을 정립해 나간다. 둘 모두 데이터가 필요하고, 이 경우 신학의 데이터는 성경과 그 해석사, 그리고 실제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의 삶이 주된 데이터다. 과학 역시 흔히 생각하는 ‘객관적 진리’를 도출하는 단순과정이 아니라는 점 또한 이제는 많이 알려져 있는 바와 같다. 오늘날의 과학이론은 증명이 아니라 확증을 추구한다.
그럼 과학과 신학은 어떤 형태로 서로 관계를 맺을까? 이 부분 또한 인상적인데, 저자는 과학의 제 분야들의 계층 모델을 제시하면서, 하나의 계층에 속한 과학은 그 상위 계층의 설명을 필요로 하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이 계층 모델의 가장 기저에 있는 물리학은 그 상위의 화학적 설명으로 해석되는 면이 있고, 다시 화학은 생물학적 설명이 필요하다. 저자는 여기에서 최상위에 신학의 자리를 마련한다. 우주론과 사회과학적 연구를 설명하는 데 신학적 이해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 모델에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뿐 아니라, 심리학과 사회학, 윤리학 같은 사회과학 영역까지 통합되어 있는 점이 독특하다. 서로 다른 학문 분야 사이의 통섭적 연구가 각광을 받고 있는 현재 딱 맞는 설명인 것 같기도 하고. 저자는 자신의 이런 모델이 어떻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지를, 우주의 미세조정이나 영혼, 진화론 등의 주제를 가지고 입증하고자 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