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널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역시 보니파라고 불리는 보수파의 맹목적인 공격 때문이었다. 자신들이 공화국을 수호하는 당사자라고 여기던, 오로지 카이사르를 실각시키는 것만이 인생의 목적인 양 온갖 억지 죄목과 법 논리들, 그리고 자신들이 가진 법적 권력을 총동원해 몰아세웠으니, 수차례 타협을 제안했던 카이사르로서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유일한 다른 선택지는 그냥 모든 걸 포기하고 국외로 망명하는 건데, 이걸 선택지라고 할 수 있을까.)
그 중에서도 유독 강렬하게 등장하는 건 카토다. 마치 자신의 생각 자체를 공화국과 동일시하고 있는 것 같은, 과대망상에 빠져 있는 인물로 묘사된다. 그러니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기존의 관례나 전통(자칭 ‘보수파’로서는 모순적인 일이다)이 허용했던 일을 넘어서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이른바 질서를 지키기 위해 질서를 깨뜨리는 것이라는, 전형적인 자가당착적 인물. 사실 이런 사람을 라이벌로 만나는 건 굉장히 고달픈 일이다.
만약 술라였다면 그는 진작 아무 거리낌 없이 카토를 죽여 버렸을 테지만, 카이사르는 달랐다. 그는 공화국의 전통에 따라 합법적인 방식으로 제일인자가 되고자 했고, 이런 고집은 결국 그 자신을 내전으로 몰아가고 말았다. 공리주의자라면 한 명(카토)의 희생과 다수의 (병사들) 희생 중 전자를 택하겠지만, 세상사가 또 그렇게 간단히 정리되지는 않는 법이니 어렵다.
오늘날에도 법의 적용을 다루는 온갖 정부 기관들이 오직 한 사람을 죽이려고 달려든다면, 이 과정에서 합법과 불법, 편법과 탈법을 종횡무진 오고가면서 물어뜯는다면, 그 상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소크라테스처럼 멋지게(?) 독주를 마시는 것만이 정답은 아닐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