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클라라에게 이입하게 된다. 어린아이와 같은 경이감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폼이 퍽 귀여우면서도, 군데군데 클라라가 기계임을 보여주는 설정들도 함께 등장하는데 그게 또 약간 짠하다.(이 모든 감정도 클라라를 단순한 기계 이상으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면 클라라는 조시가 남자친구인 릭과 함께 있을 때 창가의 단추의자에 앉아 (마치 가구에 불과한 것처럼) 밖을 쳐다보고 있고, 저녁이면 불 꺼진 주방에 남아 냉장고가 내는 “편안한” 웅웅거림을 들으며 그 옆에 서 있다.(좋은 묘사다)
특히 책의 마지막 장면이 퍽 서글프다. 처음에는 조시와 같은 나이 또래였던 클라라였지만, 조시는 자라고 있었고 클라라는 제자리였다. 클라라는 언제와 같은 “마음”일 수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 상황을 더욱 “비극적”으로 만드는 건, 클라라의 그 “한결같음”이다. 단순히 어린 아이의 변덕이라고만 치부할 수도 없는 게, 우리 모두가 그렇게 하곤 하니까.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물건들’은 자라면서 점차 자리를 다른 것들에 내어주기 마련이다. 그런데 클라라는 “물건”이었을까?
확실히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다운 묘사력이 인상적이다. 생각해 보니 이 작가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었던 영화 “네버 렛 미 고”도 굉장히 인상적으로 봤던 기억이 있다(몇 안 되는 추천 영화 중 하나다). 그렇다고 너무 난해하거나 그런 문장들도 아니니, 기회가 된다면 꼭 손에 들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