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음료회사 창업기를 그래픽 노블로 그려낸 책이다. “어니스트 티”는 공동 창업자들의 문제의식에서 시작된다. 너무 달지 않고, 진짜 차 맛이 나는 음료는 어디 없을까 하는. 그래서 예일대 경영학 교수인 배리 네일버프와 그 제자였던 세스 골드먼이 의기투합해 만든 회사가 바로 어니스트 티였다.
책은 스타트업을 시작하면서부터 거쳐 온 온갖 사소한 단계들부터 그려진다. 단순히 설탕을 적게 넣은 차를 만드는 게 끝이 아니다. 그걸 팔려면, 우선 담아낼 병을 준비하고, 제품을 드러낼 수 있는 라벨을 디자인하고,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공장 설비를 갖추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판로를 개척해야 했다.
가장 눈에 들어왔던 부분은, 단순히 차를 팔아줄 가게를 찾는 게 아니라, 안정적으로 제품을 배급할 유통망을 갖춘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는 과정이었다. 우리는 흔히 유통업이라는 걸 중간에서 물건 값을 떼어 먹는 사람들 정도로 평가절하 하는 경향이 있지만,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그걸 제대로 유통시키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제품을 만든 사람이 일일이 모든 지역에 그걸 납품하러 다니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니까. 코카콜라 같은 대형 업체라면 자체 유통망을 갖출 수도 있겠지만, 물류와 유통이라는 건 단기간에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아닌 이상, 그 또한 중요한 사업의 영역이라고 보는 게 맞다.
그리고 또 하나 마케팅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부분도 눈에 들어온다. 역시 아무리 좋은 제품이 있어도, 그걸 제대로 홍보할 수 없다면 당연히 많은 사람들에게 팔 수가 없고, 그건 사업의 지속성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어디 홍보비가 충분할 수 있을까. 이 점에서 어니스트 티는 뜻밖의 행운을 몇 차례 만난다. 오프라 윈프리나 버락 오바바(당시는 상원의원이었다)가 어니스트 티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퍼지게 된 것. 물론 여기에는 그만큼 언제나 (물이 들어오기만 하면 노를 저을) 준비가 되어 있었던 회사의 자세도 분명 영향을 끼쳤을 것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