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 티의 기적 - 코카콜라가 감동한
세스 골드먼 & 배리 네일버프 지음, 이유영 옮김, 최성윤 그림 / 부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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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음료회사 창업기를 그래픽 노블로 그려낸 책이다. “어니스트 티”는 공동 창업자들의 문제의식에서 시작된다. 너무 달지 않고, 진짜 차 맛이 나는 음료는 어디 없을까 하는. 그래서 예일대 경영학 교수인 배리 네일버프와 그 제자였던 세스 골드먼이 의기투합해 만든 회사가 바로 어니스트 티였다.


책은 스타트업을 시작하면서부터 거쳐 온 온갖 사소한 단계들부터 그려진다. 단순히 설탕을 적게 넣은 차를 만드는 게 끝이 아니다. 그걸 팔려면, 우선 담아낼 병을 준비하고, 제품을 드러낼 수 있는 라벨을 디자인하고,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공장 설비를 갖추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판로를 개척해야 했다.


가장 눈에 들어왔던 부분은, 단순히 차를 팔아줄 가게를 찾는 게 아니라, 안정적으로 제품을 배급할 유통망을 갖춘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는 과정이었다. 우리는 흔히 유통업이라는 걸 중간에서 물건 값을 떼어 먹는 사람들 정도로 평가절하 하는 경향이 있지만,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그걸 제대로 유통시키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제품을 만든 사람이 일일이 모든 지역에 그걸 납품하러 다니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니까. 코카콜라 같은 대형 업체라면 자체 유통망을 갖출 수도 있겠지만, 물류와 유통이라는 건 단기간에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아닌 이상, 그 또한 중요한 사업의 영역이라고 보는 게 맞다.


그리고 또 하나 마케팅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부분도 눈에 들어온다. 역시 아무리 좋은 제품이 있어도, 그걸 제대로 홍보할 수 없다면 당연히 많은 사람들에게 팔 수가 없고, 그건 사업의 지속성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어디 홍보비가 충분할 수 있을까. 이 점에서 어니스트 티는 뜻밖의 행운을 몇 차례 만난다. 오프라 윈프리나 버락 오바바(당시는 상원의원이었다)가 어니스트 티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퍼지게 된 것. 물론 여기에는 그만큼 언제나 (물이 들어오기만 하면 노를 저을) 준비가 되어 있었던 회사의 자세도 분명 영향을 끼쳤을 것이고.




공동 참업자인 두 사람의 성격도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 같다. 교수인 배리는 논리적이고 조직적인 사고가 특징이었고, 세스는 타고난 낙관성과 열정의 소유자였다. 이 두 사람이 서로 각자의 장점을 적용시켜 사업의 위기를 만날 때마다 극복해 과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사실 이런 식으로 일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사람들의 차이점은 너무나 자주 갈등으로 비화되곤 하니 말이다.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들이 생긴다. 그건 얼마나 오랫동안 준비했느냐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어니스트 티의 경우 제품을 담는 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큰 위기가 닥친다. 애초에 비용을 절감하고 생산을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 인수한 공장이 도리어 온갖 불량 등으로 회사에 큰 어려움을 가져왔던 것. 또, 경쟁업체들의 방해나 음료 속 이물질 같은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재정적인 문제도 닥쳐왔다.


사실 어느 것 하나 스타트업으로서는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앞서도 언급한 공동 창업자들의 장점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이 모든 걸 개인적인 자질 덕분이라고만 치환할 수는 없다. 이들이 초지일관 견지해 왔던 경영학적 원칙들은 사업을 성공하는 데 중요한 요인들이었다. 무엇보다 뚜렷한 미션과 정직함이라는 회사의 가치를 끝까지 지켜내려 했던 점이 인상적이다.





하나의 회사를 일궈내고, 그 회사를 통해 좋은 가치를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가는 일은 은근 매력적인 작업이다. 어떻게든 사람을 쥐어짜서, 원가절감을 하는 게 목표인 B급 경영 대신, 기업의 구성원 모두를, 나아가 그 기업의 제품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유익한 가치를 전달하려는 노력은 기업이는 조직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공헌이다.


물론 경영이라는 게 여기 나온 에피소드들만으로 구성되는 건 아닐 것이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온갖 일상적인 일들, 눈에 띄지는 않지만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자질구레한 일들, 때로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거나 정신을 멍해지게 하는 일들로 가득 채워져 있으리라. 그 모든 것들을 헤쳐 나가면서도 끝까지 사업의 미션을 포기하지 않는 일이란 얼마나 힘들지.


최근 이런저런 경로로 스타트업 대표들, 기업을 운영하는 분들과 교제를 할 기회가 많아졌다. 이분들 모두가 사업에 성공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좋은 가치를 실현하는 좋은 회사들이 우리 사회에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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