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의 역사를 공부하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고작해야 수십 년을 사는 인간이 절대로 다 경험할 수 없는 수백, 수천 년의 역사를 훑어가는 건 마치 우리의 한계를 극복하는 문을 살짝 열고 한 발을 내딛는 느낌을 준다. 내가 역사를 읽을 때마다 설레는 이유다.
이 책은 교회음악에 관한 오랜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물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좀 전문적인 음악 이론과 관련된 내용이 나와 다 이해하기는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런 책을 읽어갈 땐 그런 부분은 과감히 쓱 훑고 지나가면 그만이다. 사실 이 책의 중심은 그런 세부적인 음악 변화보다는 그런 변화들이 어떤 사회적 양상의 변화와 연결되어있는지를 살피는 것에 있으니 말이다.
다른 모든 제도나 문화, 양식들처럼, 교회도 시대적 상황에 맞춰 다양한 옷을 입어왔다. 교회 음악도 마찬가지다. 각각의 시대에 살던 사람들은, 단지 이전 시대의 음악을 반복하기만 한 게 아니라, 자기 시대에 맞는 음악을 새롭게 만들어 냈다. 어떤 이들은 새로운 음악이 경건하지 못하다고 경계하기도 하지만, 그런 식의 반항은 역사의 큰 파도 앞에서 곧 묻혀버린다(하지만 여전히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주제가 주제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자의 신학적 입장도 묻어나올 수밖에 없다. 독일에서 태어나 신학을 공부하고 한때 루터교 목사로도 일했던 저자는,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계몽주의의 세례를 축복으로 여겼던 초기 자유주의자들에게 우호적인 입장으로 보인다. 물론 이 부분이 전체 역사를 훑어가는 데 큰 지장을 주지는 않지만,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거나 모두를 어느 정도 시니컬하게 평론하는 태도가 최선인 것은 아니니까.
교회음악에 관해서 이만큼 정리된 책도 없는 듯하다. 관련 정보를 위해서 한 번 읽어볼 만한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