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세력은 자신들의 부족한 정통성을 만회하려고 뭔가 성과를 내려고 안달이었다. 그 중 하나가 전국의 부랑아들을 데려다 갱생을 시켜 국가발전의 역군으로 만든다는 계획이었는데, 이들 “부랑아”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앞서 말했던 난민들이기도 했다. 애초에 축적된 자본 자체가 없는 사람들은 삶의 환경을 개선하는 게 극히 힘들었을 테니까.
온갖 단체들이 만들어지고, 이들은 바닷가나 산지로 보내져 개간사업에 뛰어든다. 개간이 완료되면 그 땅을 분배해주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이게 또 생각했던 것만큼 잘 안 됐나 보다. 애초에 강제로 끌려온 사람들이 많았고, 그들에 대한 처우 또한 열악하기 이를 데 없었다. 가까스로 수 년 간의 노력 끝에 개간에 성공했다고 해도, 행정착오라든지, 그 땅의 원주인이 따로 있었다든지 하는 이유로 제대로 분배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고.(일부 사건은 2000년대 초반까지 와서야 해결되었다고 한다).
사실 앞에서 봤던 내용들은 누가 오더라도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지만, 군사정권에서 이루어진 이 강제 차출/동원에 근거한 개간 운동과 그 안에서 벌어진 다양한 육체적 학대, 합동결혼식(대부분은 서로의 얼굴도 몰랐다) 같은 비윤리적인 조치들은 비판받을 측면이 충분하다. 이 사업을 통해 농지가 늘어나고 수확량이 증가했다는 성과를 인정하더라도 말이다.
과거에 있었던 국내 난민들의 처지를 돌아보면서, 오늘 우리들 가까이에 있는 난민들도 자연히 바라보게 된다. 우선은 다양한 이유로 망명의 문을 두드리는 외국인들에게 여전히 우리는 차가운 반응만 보이고 있고, 여전히 절박한 처지에서 어쩌지 못하고 있는 국내의 여러 소외계층에 관해서도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국가가 나서서 모든 걸 다 해 줄 수는 없는 법이다. 재정적으로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서 낸 세금을 사용할 대는 충분한 공감대, 혹은 정당성을 획득해야 한다. 하지만 가만히 내버려 둔다고 해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면, 차라리 좀 더 빨리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 과거의 실책과 문제를 되돌아보면서 좀 더 나은 정책적 노력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은 저자의 논문을 엮은 거라서 내용이 그리 쉽게 넘어가지는 않는다. 그래도 다양한 도표와 책 뒤편에 실린 그 당시 행정명령서들, 또 생존자들에 대한 구술 인터뷰 자료 등도 포함됭서, 관련 연구를 하는데 좋은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