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선거로 뽑힌 정치인들이 국정을 운영한다는 개념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그래서 그런지 밥 먹고 하는 일이 온통 이런 고민뿐이었던 고대 철학자들 중에 의외로 민주정을 혐오하던 이들이 적지 않다) 또, 소위 표계산이 쉬운 소선거구제 아래서는, 어떻게 하든 상대 후보보다 1표만 더 받으면 이길 수 있으니, 진영을 가리지 않고 오직 자기편에 더 강한 방식으로 소구하려는 정치인들이 나오기 더 쉬운 것 같기도 하다. 선거가 충성투표 쟁, 정체성 전투의 현장이 되어버린 상황에서는 백약이 무효다.
물론 그렇다고 카이사르의 삼두정치 같은 해결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결국 삼두정치란 실력자들의 야합이었고, 폼페이우스나 크라수스는 결국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으니까. 만약 그 중 정치적 감각이 뛰어났던 카이사르까지도 자신의 정체성에 몰입하는 인물이었다면 로마의 상황은 훨씬 더 안 좋아졌을 것이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카이사르가 만들어 낸 1인 중심의 체제에는, 그 1인의 자질에 너무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
이제 카이사르는 갈리아로 떠났다. 그 유명한 갈리아 전쟁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풀려나올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보자.(그 전에 읽어야 할 책들이 몇 권 대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