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크리스마스
김경형 감독, 김지수 외 출연 / 알스컴퍼니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 명의 우주.


영화는 세 명의 ‘우주’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사실 영화 제목만 보고서는 무슨 영화일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배우 김지수가 연기하고 있는 38세의 우주는 미혼모로 어린 딸과 함께 시골로 내려와 카페를 차리려고 한다. 그리고 원래 골동품을 팔던 그 곳에서 자신의 옛 모습과 너무나 비슷한 십대 소년과 소녀를 만나게 된다.


오래 전 그녀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사랑하던 남자도 있었다. 어느 날 프랑스로 가겠다는 그의 말에 우주는 함께 떠나기를 주저했고 그렇게 두 사람은 헤어지고 만 것. 그런데 자신이 카페를 차리고자 했던 곳에서 일하던 소년에게 자신과 똑같은 성우주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친구(윤소미)가 있었고, 두 사람 모두 그림을 그리고 있었으며, 소년은 프랑스로 떠나고자 하는 꿈을 말하곤 했다.


여기에 또 한 명의 성우주가 등장하니, 골동품점에 얼마 전 팔았던 구체관절인형을 다시 찾으러 돌아왔던 20대의 우주(허이재)였다. 그리고 마침 그 자리에 있었던 38세의 우주는 그녀의 사연에서 또 자신의 옛 추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밝혀지는 내용은, 놀랍게도 세 명의 우주는 모두 미술을 전공하는 남자친구가 있었고, 그 중 남자는 프랑스로 떠났거나 떠날 예정이었으며, 그 남자는 사실 자신의 친구와 만났거나 친구가 좋아하던 남자였다는 것. 이 무슨...




같은 관계, 같은 선택?


20대의 우주(허이재)는 30대의 우주(김지수)가 밟았던 길을 그대로 따라 걷고 있었다. 그녀는 친구의 남자친구와 만나고 있었고, 그가 만나던 남자는 그녀의 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프랑스로 함께 떠나자고 말하고 있었다. 30대의 지수가 그랬듯 이 제안을 거절하면 어쩌면 그녀 또한 미혼모로서 어린 딸과 함께 살게 될 지도.. 나아가 10의 우주(윤소미) 역시.


바로 눈앞에 자신의 미래가 실제로 살아서 존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두 명의 젊고 어린 우주의 머릿속엔 어떤 생각이 떠올랐을까? 당연히 그들은 우선 놀라거나 어이없어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앞에 있는 남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30대의 우주는 이 사이에서 뭐라 구체적인 조언을 던지지는 않는다. 이미 자신의 삶(과 그 속의 선택)이 다른 두 우주들에게는 하나의 예로 제시되어 있고, 그녀들은 그녀들의 결정에 따른 삶을 살면 된다고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름과 약간의 에피소드가 겹친다고 해서 그녀들이 자신과 똑같은 인생을 살게 될 거라는 건 지나친 생각이니까.






여성영화.


영화는 여성을 중심인물로 두고 그녀들의 삶의 이야기를 펼치는, 여성영화로 분류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영화의 주제는 여성의 주체적인 삶에 대한 강조, 본인의 선택과 그 결과를 떳떳하게 감당하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녀들의 삶은 단순히 남자들에게 의존되어 있는 게 아니니까.


영화는 딱 거기까지다. 영화 속 30대 우주처럼, 가만히 좀 더 어리고 젊은 우주들이 그들만의 인생을 그려갈 수 있도록 응원한다. 지나치게 호들갑스럽지도 않고, 곁에 선 남자들을 비난하거나 추궁하지 않는다. 요샌 워낙 사나운 사람들이 많아서 이 정도만 돼도 안심(?)이다 싶은 느낌이랄까.


물론 영화 자체가 약간 세 명의 인물이 환타지적으로 엮이는 그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슨 신비한 원리가 정말 존재하고 그런 건 아니다. 어쩌면 극히 일어나기 힘든 수준의 우연의 일치가 일어났을 뿐일 지도. 내가 이렇게 살았으니 너희도 이렇게 될 것이라든가, 너희는 이렇게 살지 말아라 라는 식의 이제는 좀 스테레오타입으로 느껴지는 교훈이 아니어서 다행이기도 했다.


다만 뭔가 확 끌어당길 만한 요소가 부족하긴 했다. 영화 전체가 굉장히 잔잔하면서, 서로 다른 인물들이 처한 비슷한 상황이라는 소재 말고는 특별히 눈길을 확 끄는 부분은 부족했다. 그리고 인물들 사이의 감정적 교류도 좀 부족한 느낌. 애초에 드라마 장르로 만들 거였다면 이 부분에 좀 더 공을 들여야 하지 않았을까? 단지 이름이 같다고 해서,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해서 그토록 서로에 대해 애착을 가지게 될까? 심지어 30대 우주에게는 딸도 있는데, 어느 순간 딸은 보조인물 정도로만 여겨지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