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영화.
영화는 여성을 중심인물로 두고 그녀들의 삶의 이야기를 펼치는, 여성영화로 분류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영화의 주제는 여성의 주체적인 삶에 대한 강조, 본인의 선택과 그 결과를 떳떳하게 감당하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녀들의 삶은 단순히 남자들에게 의존되어 있는 게 아니니까.
영화는 딱 거기까지다. 영화 속 30대 우주처럼, 가만히 좀 더 어리고 젊은 우주들이 그들만의 인생을 그려갈 수 있도록 응원한다. 지나치게 호들갑스럽지도 않고, 곁에 선 남자들을 비난하거나 추궁하지 않는다. 요샌 워낙 사나운 사람들이 많아서 이 정도만 돼도 안심(?)이다 싶은 느낌이랄까.
물론 영화 자체가 약간 세 명의 인물이 환타지적으로 엮이는 그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슨 신비한 원리가 정말 존재하고 그런 건 아니다. 어쩌면 극히 일어나기 힘든 수준의 우연의 일치가 일어났을 뿐일 지도. 내가 이렇게 살았으니 너희도 이렇게 될 것이라든가, 너희는 이렇게 살지 말아라 라는 식의 이제는 좀 스테레오타입으로 느껴지는 교훈이 아니어서 다행이기도 했다.
다만 뭔가 확 끌어당길 만한 요소가 부족하긴 했다. 영화 전체가 굉장히 잔잔하면서, 서로 다른 인물들이 처한 비슷한 상황이라는 소재 말고는 특별히 눈길을 확 끄는 부분은 부족했다. 그리고 인물들 사이의 감정적 교류도 좀 부족한 느낌. 애초에 드라마 장르로 만들 거였다면 이 부분에 좀 더 공을 들여야 하지 않았을까? 단지 이름이 같다고 해서,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해서 그토록 서로에 대해 애착을 가지게 될까? 심지어 30대 우주에게는 딸도 있는데, 어느 순간 딸은 보조인물 정도로만 여겨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