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의 헌법 - 국회의원 박주민의 헌법 이야기
박주민 지음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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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국회의원 박주민이 쓴 헌법 전문 소개서이다. 헌법 전문에 이어 제1조부터 제130조까지, 그리고 부칙까지 헌법에 실려 있는 모든 조항들을 실었고, 여기에 간단히 저자의 안내 코멘트가 덧붙여 있다. 전반적으로 어려운 법 용어를 비법조인인 평범한 시민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풀어내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도 말하고 있지만, 헌법은 오랫동안 그저 상징적인 위치에 머물러 있었다. 모든 권력기관에서 제정하는 법과 규칙들의 가장 상위에 있는 원칙과 비슷한 느낌인지라, 실생활에 막상 어떤 영향을 끼칠까에 대해서는 큰 효능감을 보여주지 않았다. 개헌 논의가 종종 나오긴 했지만, 대부분은 권력구조, 그러니까 대통령 임기를 어떻게 바꾸고, 단임제를 중임제로 하고 뭐 그런 얘기만 크게 보도되는 지라, 더더욱 그들만의 이야기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었다.


하지만 실제로 헌법 조문에는 우리의 삶에 꽤나 밀접하게 다가오는 다양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얼마 전 대통령이 추천한 대법원장 후보자가 낙마를 한 적이 있다. 다양한 의혹들이 제대로 소명되지 않았기에 다수인 야당에서 임명제청안을 부결시켜버린 것인데, 비슷한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부적격의견을 받았던 여러 장관후보자들이 결국 대통령에 의해 임명 강행된 사례들을 보면 결과적으로 좀 다른 모양새였다.


이유는 헌법에 대법원장의 경우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내용(104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케이스는 국무총리(86조)와 감사원장(98조)도 포함되는데, 현대국가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기 마련인 행정부 권력의 비대화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서도 국회의 임명동의권이 좀 더 강화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회 동의를 받아 임명된 감사원장이 지난 1년 반 동안 저지른 일들을 보면 국회의 동의가 또 만능은 아니겠지만.





헌법 조항 중에 흥미로운 내용들이 꽤 보인다. 농지에 관련해서 121조는 실제로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만 농지의 소유권을 주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을 규정하고 있고, 123조에는 국가가 중소기업을 보호, 육성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두고 있기도 하다. 근데 대기업 위주의 경제정책만 짜는 건 위헌 아닌가?


또, 같은 조문에는 국가가 농수산물의 수급균형과 유통구조를 개선해 가격안정을 통해 농어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농수산물과 관련해서 자주 제기되는 게 중간유통업자들의 폭리인데, 헌법에 따르면 이런 부분도 국가는 손을 대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 같고.


여기에 현재는 운영되지 않는, 흥미로운 위원회가 하나 헌법에 규정되어 있다. 제90조에 나오는 국가원로자문회의라는 기구다. 의무설치 기구가 아니긴 한데, 이 회의의 의장이 전직 대통령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정권교체가 되었다면 상대 당 출신의 전직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에게 자문을 하는 공식적인 자리가 만들어지는 셈인데, 잘만 운영 된다면 협치의 좋은 통로가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또 퇴임 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존재하는 듯하다.



물론 완전한 법이라는 건 있을 수 없지만, 적어도 헌법에 규정된 내용들만이라도 제대로 실천된다면 꽤나 괜찮은 나라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좀 더 자주 헌법을 이용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그 안에 담겨 있는 내용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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