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이야기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9
베벌리 나이두 지음, 이경상 옮김 / 생각과느낌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우리는 그곳을 떠나는 최초의 가족들 중에 하나였다.
정권을 잡은 보어 인들은 요하네스버그에 백인만 살기를 원했다.
우리 동네에서 백인이 아닌 사람들은 모조리 떠나야 했다.




. 요약 。。。。。。。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중요한 정책 중 하나였던 인종분리, 아니 인종차별정책을 이르는 말인 ‘아파르트헤이트’. 이 책은 아파르트헤이트 때문에 일어났던 몇 가지 에피소드들을 연대순으로 늘어놓은 일종의 모음집이다.

     재미있는 것은 각각의 이야기들의 주인공이 모두 어린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어린아이들의 눈을 통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인우월주의 정책이, 얼마나 큰 상처를 입혔는가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 감상평 。。。。。。。                     

 

     19,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나타난 과학기술의 폭발적인 발전과 그에 따른 삶의 질의 급격한 개선은, 이제 곧 유토피아가 올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확실히 인간에 대한 신뢰를 품고 있는 이상주의자들은 이대로만 간다면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설교를 그치지 않았다. 과학과 기술만 발전한다면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라는 장미빛 기대.

 

     이러한 기대를 완전히 깔아뭉개버린 사건 중 하나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라는 말도 어이없는 정책이다. 유럽에서 이민을 온 백인들에 의해, 오로지 백인들을 위해, 백인들의 나라를 세우고자 만들어진 이 정책은, 단지 인간을 피부색으로만 구분하고 판단하고, 재단하고, 차별과 비난, 모욕을 하는 멍청한 법률이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의식의 발전과 함께 나가지 못할 때 나타나게 되는 비참한 현실은, 자유와 인권을 향한 외침(의식)을 총(과학과 기술)으로 억누르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처음에는 이 책이 남아공에서 있었던 그 반인류적 정책들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고발하는 르포 형식인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이 책은 그 땅에서 일어났던 그 차별과 폭력을, 그다지 강력한 비난의 어조나 흥분된 없이 그저 담담하게 써 내려가고 있었다. 이런 구성에서 각 이야기의 화자가 어린 아이들이라는 점은 사태의 심각성을 역으로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기능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정확한 영문도 모른 채,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벽에 부딪히고, 상처받는 모습을 통해 독자들은 더 큰 공감대를 갖게 된다. 다만 어린아이의 시각을 사실적으로 이용했기 때문에, 글을 통한 강한 정서적 감동이나 전이가 약하다는 점이 아쉽다.(좀 많이 잔잔하다)

 


     만델라가 대통령이 되었으니 이제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이 아니냐는 말을 할 수도 있다. 물론 그것은 문제 해결에 관한 중요한 시발점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인간들은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는 데 실패하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읽었던 ‘내 이름은 임마꿀레’라는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르완다 내전에서도, 소위 서구 강대국이라고 하는 유럽의 열강들이나 미국들은 자국의 유불리를 따지면서 팔짱을 낀 채 르완다 정부의 대량학살을 방치했고, 오늘도 여전히 관타나모 수용소에는 정식 재판절차를 밟지도 않은 채 단지 미국 정부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수많은 사람들이 수용소에 갇혀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도 미국은 침략전쟁을 통해 수많은 민간인들을 학살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청년들을 기분 내키는 대로 살해하고 있다. 중국은 티벳을 비롯한 소수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말살시키려고 하고 있고, 북한의 당국자들은 수많은 양민들이 굶어 죽어가는 데도 군대를 키우는 데 만 온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여전히 우리에게는 과학의 발전 그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물질적인 무엇에만 계속 집중한다면, 우리는 제 2의 아파르트헤이트, 제 3의 르완다 내전 등을 쉴 새 없이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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