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이 독특하다. 식물이 국가를 선언하다니, 이젠 어디서 말하고 사고하며, 심지어 조직까지 만들 줄 아는 똑똑한 식물이 태어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물론 다행히 그런 일이 일어난 건 아니다. 식물이 국가를 선언한다는 말은 일종의 비유적인 표현으로, 식물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들이 사는 지구의 생태계 전체를 고려한 새로운 생활 패턴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동물권” 운운하는 식의 과도한 감상주의가 담겨 있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도 살짝 들었다. 동물에 대한 학대를 줄이자는 주장에는 공감하지만, 인권에 대한 정의도 제대로 힘든 마당에 동물의 정치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나쳐 보이는 게 사실. 하지만 이 책의 경우 “식물(의 정치적)권(리)” 같은 걸 말하는 건 아니다.
저자가 지적하는 건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는 인간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그 개체수로만 보면 식물 쪽이 훨씬 더 많다. 또, 지구의 환경을 지금처럼 유지하는 데에도 식물이 가장 큰 공헌을 하기도 한다. 태양으로부터 오는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것은 오롯이 식물이 하는 일이니까. 하지만 우린 지구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그런 식물은 별로 고려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또, 책은 환경을 파괴하는 다양한 행위들에 대한 경계를 담고 있다. 그리고 동물적 방식보다 식물적 방식(예컨대 비중앙집중적인 네트워크 형태, 지속 가능한 자원의 소비 등)이 생태에 좀 더 적합하다는 내용도 보이고. 이런 내용을 읽다 보면 옳지, 옳지 하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그래서 현대인들이 과연 현재의 편리함을 포기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고, 그래서 식물적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면 모두가 정말 행복해 질까 하는 의심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