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들이 입성하는 날 - 이사야가 전망하는 하늘나라
리처드 J. 마우 지음, 김동규 옮김 / SFC출판부(학생신앙운동출판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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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고 가벼운 책은 이사야 60장에 실려 있는 예언을 설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석처럼 다양한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는 식은 아니고, 정경적 관점에서(요새 이 단어는 성경에 대한 지나친 난도질을 거부하면서 좀 더 전통적인 관점으로 읽고 설명해 나가는 방식을 가리키는 듯하다), 또 통전적인 관점에서 풀어내는 책이다.


이사야 60장은 구원의 환희로 가득한 예언이다.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는 외침(개역개정판)으로 시작해서, 예루살렘의 완전한 회복을 묘사한다. 저자는 이 예언이 기본적으로 완성될 하나님 나라에 관한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그 예언 속 주요 메시지 네 가지를 뽑아 하나님 나라의 속성에 관해 설명한다.





첫 번째 요소는 “다시스의 배들”이다. “다시스”는 고대 근동 지역에서 멀리 있는 부유한 땅이라는 이미지로, 탐욕에 대한 경고와 연결되어 대체로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용어이다. 하지만 이사야는 회복될 이스라엘의 이미지에 이 “다시스의 배들”이 오고가는 모습을 더한다.


두 번째 요소는 “왕들”이다. 여기서 왕은 이스라엘의 왕이 아니라 이방인들의 왕이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이민족들의 침입에 시달렸던 이스라엘은 이방인들에 대해 대단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해 왔다. 당연히 그들의 왕들은 심판의 대상이 되어야 할 터. 그런데 이사야 60장의 예루살렘에는 이 “왕들” 역시 등장한다.


이 두 가지 요소는 완성될 그 나라의 다양성을 말해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나라는 특정한 민족이나 계층, 사람들을 배제함으로써 순수함을 회복하는 게 아니다. 심지어 과거 이스라엘이 적대적으로(적어도 신앙적으로는) 여겼던 것들(다시스의 배나 이방의 왕들)도 그 곳에 있을 수 있다. 물론 지금 그대로가 아니라 일종의 정화를 거친 뒤 하나님과 그의 백성들을 섬기는 모습으로 말이다. 이건 세 번째 요소인 “이방 나라들의 젖”을 예루살렘의 주민들이 마시게 될 것이라는 내용과도 연결된다.


마지막 요소는 그 성을 비추는 빛이다. 그 빛은 태양이 아닌 하나님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그분이 세상의 모든 불의를 제거하실 것임을 나타낸다.





시종 편안하게 읽혔다. 확실히 내가 이런 방식으로 성경을 읽도록 훈련받아왔음을 자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언뜻 성경 구절들만 잔뜩 늘어놓을 것 같지만, 책은 현대 그리스도인들이 처한 상황과 어려움, 그리고 그 해결책에 관한 고민도 함께 품고 있다.


사실 하나님 나라를 제대로 안다면, 그 포괄적인 성격을 이해한다면, 그것을 단순히 내세의 문제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하나님 나라의 비전은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소망과 방향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사야에서 요한계시록으로 이어지는 새 예루살렘의 환상 사이에 연계점이 있으며, 그 가운데서 공통점과 신학적 발전을 읽어낸다. 성경을 파편적으로만 연구하는 게 익숙한 현대의 학자들에게서 잘 보이지 않는 관점인데, 훌륭한 솜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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