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추린 기독교 교리사
후스토 L. 곤잘레스 지음, 이후정 옮김 / 컨콜디아사(재단법인한국루터교선교부유지재단)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어떤 저자의 책을 대여섯 권 읽어보면, 이제 그 저자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확실히 잡히곤 한다. 앞으로 그 저자가 쓴 책을 계속 찾아볼지, 아니면 이제 그만 보는 게 나을지. 나에게 이 책의 저자인 후스토 곤잘레스는 믿고 봐도 좋은 교회사 관련 저자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한 번 읽고 말게 아니라 구입해서 두고 필요할 때마다 찾아봐야할 책을 내 주는 인물이다.


곤잘레스의 책의 장점이라면 역시 좋은 정리다. 교회사라는 방대한 내용에서 중요한 포인트를 콕 집어내서 전반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 준다. 물론 학술 연구자들은 좀 더 방대한 배경자료들이 필요하겠지만, 나 같은 일반 독자에게 그런 것까지는 필요 없으니까.(필립 샤프의 방대한 전집에 좀처럼 손이 가지 않는 이유다.)


또, 이런 자료들을 그저 늘어놓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읽기 쉽게 풀어놓는 재주도 가진 작가다. 여기엔 과도한 찬탄이나 탄성이 들리지 않고, 역사가로서 가능한 객관적인(물론 세상 어디에도 완전한 객관성 따위는 없다) 서술을 담담하게 해 나간다는 점도 읽는데 부담스럽지 않게 해 주는 부분이다.





이 책은 제목에 나와 있는 것처럼 ‘기독교 교리’에 관한 내용이다. 제목이 좀 딱딱해서, 또 교리라는 것에 대한 선입관 때문에 왠지 무지 지루하고 재미없는 책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전혀 다르다. 물론 이 책이 무슨 무협지나 SF소설처럼 읽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기독교에, 그리고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면 꽤 재미있게 책장을 넘길 수 있도록 쓰였다.


이 책의 특징은 연대기적 서술을 하면서도 동시에 주제별로 통시적인 관찰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열한 가지의 신학 주제들을 배치하는 데, 그 순서가 교회의 역사에서 그 주제를 다룬 순서를 따른다. 이건 어떤 신학 논의가 등장하게 된 이유와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각각의 주제들을 서술하면서는 단지 그것이 처음 나왔을 때의 논의만이 아니라 중세, 근대, 현대의 논의까지를 아울러 설명현서, 주제에 대한 좀 더 복합적인 이해를 돕는다.


기본적으로 이런 구성만으로도 어느 정도 점수를 먹고 들어가는 책이다. 이게 말은 쉽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니까. 2천 년 기독교 신학의 전반적인 흐름에 관해 폭과 깊이를 두루 갖춘 괜찮은 교양서적이다.




교회는 기본적으로 이 2천 년이라는 역사와 전통 위에 서 있지만, 오늘날 많은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이 서 있는 기반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 결과로 나오는 것이 온갖 허접하고 허술한 진술과 스스로는 기발하다고 우쭐대나 실은 이미 이단적이라고 밝혀진 얄팍한 사고들이다. 또, 현재 우리가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는 진술들이 신학 역사에서 특정한 시기의 특정한 몇몇 인물들로 소급될 수 있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그게 절대적인 진리인 양 착각하기도 하고.


또, 저자는 교리란 우리가 절대적으로 지키고 따라야 할 무엇이 아니라, 비유하자면 야구 경기의 파울선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 선을 넘어가면 아무 의미가 없는 무효타인 거고, 그 안에 있어야 유효한, 하지만 일단 그 라인 안에만 있으면 수없이 다양한 상황들을 얼마든지 용납해 낼 수 있는 그런 선이 교리라는 말이다. C. S. 루이스가 말했던 “난간”과도 비슷한 설명이다.


교리는 여전히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그건 교리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라기보다는 그것을 다루는 신학자들의 욕심, 혹은 방식 때문일 것 같다. 곤잘레스가 자주 쓰고 있는 문장 가운데 하나가 “교리는 예배에서 나온다”는 말이다. 애초에 교리가 단순한 지적 토론으로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기억하게 만드는 문장이다. 또, 교리는 예배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교리가 그것을 따르는 사람들을 하나님께 더 가까이 가도록 인도해주지 못한다면 그건 제대로 된 교리가 아닐 수 있다.



좀 더 많은 기독교인들이 교리를 좀 더 편안하고 재미있게, 그러면서도 그 유익을 풍성하게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시작은 익숙지 않아서 좀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첫 발을 떼지 않으면 다음 층으로 올라갈 수 없는 법이니, 조금은 참고 시작해 보면 어떨까. 이 작업에 이 책이 분명 도움이 되겠지만, 아쉽게도 일찌감치 절판되었다. 혹 아직 중고로 구할 수 있을 때 구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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