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복음이다
톰 라이트 지음, 백지윤 옮김 / IVP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복음이란 무엇일까? 신앙생활을 하면서 가장 자주 듣게 되는 단어(요새도 이 단어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가 ‘복음’이다. 그런데 그 ‘복음’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 책의 저자인 톰 라이트는 많은 사람들이 “그 의미가 매우 축소된 버전의 복음”만 알고 있으며, 이건 기독교에 대한 이해에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고 지적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복음의 내용은 이렇다. 1) 온 세상은 죄를 지어 하나님의 분노와 처벌을 받아야할 운명에 처해 있다. 2)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이 분노와 처벌을 대신 받으셨다. 3) 예수를 믿으면 우리도 그 처벌로부터 면해질 수 있고, 나아가 죽음 이후 약속된 천국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저자는 여기서 이렇게 묻는다. 그게 전부인가?





성경신학(신약) 전공자인 저자는 이 문제를 복음서를 좀 더 자세히 읽는 것으로 풀고자 한다. 복음서(와 다른 신약 저작들)의 저자들이 생각한 복음은 징벌과 그 면제라는 좁은 개념이 아니라, “이 세상에 큰 영향을 주는 좋은 일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선언”이었다는 것. 여기에서 선언이란 단순히 상징적이고 공식적인 언급에 불과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리는 일이라는 뜻이다.


복음서가 쓰일 당시 널리 통용되었던 ‘복음’에 관한 이해가 있다. 그것은 황제와 같은 인물들이 자신이 이룬 결정적인 승리, 혹은 어떤 업적을 널리 선전할 때 사용하던 용어였다. 이제 그 조치로 인해 장차 더 좋은 일이 확정적으로 일어날 것이고, 당연히 현재 그 사건을 마주하는 사람들의 삶을 바꿀 것이다. 저자는 기독교의 복음 또한 이런 식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오늘날 많은 교회가 초대 교회의 이 ‘선포’를 매우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변화’나 ‘천국에 가기 위한 방법’으로, 그리고 좋은 소식이 아니라 충고 정도로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면 복음이 갖는 애초의 역동성과 기쁨이 사라지고 대신 지루하고 부담스러운 규칙들이 양산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





복음이 단순한 교훈이나 충고가 아니라 기쁜 소식의 선포라는 지적은 인상적이다. 또, 어떻게 이런 변질이 나타났는지 역사적인 과정을 추적해 본 것도 의미가 있었다. 확실히 초기 기독교 시대의 복음을 들은 사람들과 오늘날의 사람들 사이에는 반응에 명백한 차이가 있다. 어쩌면 그것이 오늘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복음의 개념에 문제가 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는 지적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바른 지식은 바른 믿음의 중요한 요건 중 하나다.


다만 그 “소식”이 우리의 오늘과 내일에 어떤 실제적인 효과와 변화를 일으키는지에 관한 설명이 좀 부족한 건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이 책은 제목에도 나와 있듯 복음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긴 하지만, 그것의 본질이 무엇인가 행동을 권고하는 조언이 아니라 선포라고 강조한다면, 그것이 가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변화의 내용도 아울러 제시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복음의 의미에 관해서 좋은 설명을 담고 있는 책.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