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자궁 미궁 이야기
이즈미 마사토 지음, 오근영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미궁에서는 중심에 이르는 의미는 물론이고 중심에 이르는 과정,

다시 말해 사람이 중심으로 향한 길을 나아가는 행위의 의미도 중요하다.

사람은 미궁 안으로 길을 더듬어가면서 그 더듬어간다는 행위가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인가 하는 질문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요약 。。。。。。。                                                      

        우리는 흔히 풀기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미궁에 빠졌다’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미궁’이 무엇이기에 거기에 빠지면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걸까? 그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미궁’이라는 것이 그리스 신화에 처음 등장했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이 책 ‘우주의 자궁, 미궁 이야기’는 바로 그 ‘미궁’을 소재로 쓴 역사책이다. 역사책이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치사 중심의 내용 전개가 아니라, 순수하게 ‘미궁’이라는 소재에 국한한 역사를 쓰고 있기 때문에, 역사책 하면 나폴레옹, 알렉산더 이런 영웅 중심의 이야기나, 고구려의 역사 영국의 역사 이렇게 한 나라의 역사 이야기만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약간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목차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저자는 미궁이라는 것이 처음 탄생했던 때부터 현대의 미궁 개념에 이르기까지의 2,000년을 훌쩍 뛰어 넘는 긴 시간을 추적해 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궁이라는 소재의 본래 의미가 무엇이며, 그 의미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특별한 감정의 이입 없이 차분하게 서술한다.

 

  감상평 。。。。。。。                                                    

        책을 읽으면서 가장 새롭게 다가왔던 부분은 역시 ‘미궁’과 ‘미로’의 구분이다. 그 둘을 별 차이 없이 섞어 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저자는 그 둘은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말한다. 정리하자면 미궁은 처음부터 중심부까지 단 하나의 길로만 되어 있어서 그 길을 따라가면 길을 잃는 따위의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중심부, 혹은 출구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여러 막다른 길들을 만들어 놓은 것은 미궁이 아니라 미로라는 것이다. 혹시 원래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은 손? ㅎㅎ


 

        이 책의 약간은 ‘자극적인(?)’ 제목은 미궁이 우주의 ‘자궁’과 같이 깊은 의미를 가지고 만들어졌다는 저자의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미궁이란 단지 거대한 함정이 아니라 ‘성장’과 ‘통과 의례’와 같은 극기의 과정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하나의 표지라고 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미궁은 자궁으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이런 설명은 충분한 증거로서 뒷받침되고 있지 않다는 점은 아쉽다. 저자가 책을 쓰면서 참고했던 수많은 미궁도들은 단지 그림일 뿐이지, 설명을 담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해석하기 나름이다. 기록이 아닌 유물들만으로는 그 사이의 빈 공간을 메우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물론 저자는 미궁 연구가로서의 추리력과 적절한 상상력으로 그 틈을 메우고자 하지만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그 상상력에는 여전히 ‘고대의 모신(母神) 숭배사상’과 같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내용들이 영향을 주고 있다.


 

        역사책을 읽는다는 건 언제나 그렇듯 흥미로운 작업이다. 적게는 수 십 년, 많게는 수 천 년 동안 일어났던 일들과 그 기간 동안 살았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하는 기회니까. 또, 대개 역사야 말로 사람을 정말로 지혜롭게 만들어주는 법이다.

 

        그리 어렵지 않은 책이라, 시간이 날 때 두고 틈틈이 읽어볼만한 책. 단 컬러 그림이 많아 값이 약간 비싼 것이 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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