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기에, 전 대통령 박근혜의 발목이 본격적으로 잡힌 것은 20144월의 세월호 침몰 사건 때부터였다. 그 후 그녀는 쉼 없이 세월호에 시달렸다. 그녀가 눈물 흘리는 모습까지 TV를 통해 전 국민에게 보여주었지만 별 소용없었다.

마침내 3년 만에 탄핵당하여 법정에 서게 된 그녀. 공교로운 것은, 그 동안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었던 세월호가 수면 위로 인양되려는 시기와 맞물려져간다는 사실이다. 픽션으로는 결코 따라갈 수 없는 현실의 절묘한 타이밍. 나는 할 말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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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는 주택단지다.

옆집과 우리 집은 거의 같은 시기에 완공됐다. 19968월 중순이었으니 벌써 21년 됐다. 집을 다 지으면 준공검사를 받아야 하고 그런 뒤에야 법적으로 입주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 때 알았다. 다른 지역에서는 어떤지 모르는데 여기 춘천에서는 나무 몇 그루를 집 주변에 심어놓아야만 준공검사를 받을 수 있단다.

옆집어른께서 어린이 키만 한 나무 한 그루를 자기 집 마당가에 심으면 말했다.

이게 목련인데 봄날 되면 꽃잎들이 볼 만할 겁니다.”

21년 동안에, 어린이 키만 했던 그 목련이 지금은 장대처럼 자라 3층 건물인 옆집의 지붕 높이까지 됐다. 키만 큰 게 아니다. 5월쯤 되면 탐스런 흰 꽃을 허공으로 튄 강냉이들처럼 무수히 단다. 처음에는 바라보기 좋더니 그 무수한 꽃들이 바람이 불 때마다 우리 집 안팎까지 날아들어, 그것들을 치우느라 한 달은 쩔쩔 매야 하는 수고를 안기면서 우리 생각이 바뀌었다. 꽃들뿐만 아니다. 가을에는 시든 목련나뭇잎들이 봄철의 꽃들처럼 바람이 불 때마다 전 난리다. 봄가을로, 꽃들과 나뭇잎들을 쓸어내는 일에 지친 아내가 내게 말했다.

옆집 분께 말해서 저 목련나무를 톱으로 베 달라고 할까?”

나는 답하지 않았다. 자칫하면 이웃 간 언쟁이 벌어질지 몰라, 판단이 서지 않는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어린이 키만 한 목련이 3층 높이로 자라는 데 21년 걸렸다. 21년이 세 번이면 63년이다. 인생 뭐 있나? 목련나무가 3층 높이로 자라는 일이 세 번 반복되면 거의 다 가는 게 인생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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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을 봄의 시작이라 한다. 하긴, 절기상 입춘은 벌써 2월초에 있었다.

3월의 산하는 뜻밖에 풀빛 하나 없다. 밭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해마다 느끼는 일이다. 산하는 지난해늦가을의 시들어 마른 빛깔들뿐이다. 푸른 풀빛의 봄 풍경은 4월 중순은 돼야 가능하지 않을까.

사진에서 보이는 푸른빛은 농협에서 산 퇴비들 겉포장과 작년에, 산짐승들로부터 작물들을 보호하려고 둘러친그물망울타리와 5평 넓이 컨테이너 농막이 전부다. 그 외는 무채색이나 다름없이 황량한 지난해늦가을의 시들어 마른 빛깔들.

, 밭의 검은색으로 보이는 것들은 포장지를 뜯어 쏟아놓은 퇴비들이다. 황량한 3월의 봄 풍경에 올 한해 밭농사의 의지(意志)들을 일단 쏟아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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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해 에너지를 제공한다는 풍력발전기. 모습 또한 얼마나 멋진가. 바람 부는 산등성이나 푸른 바닷가에 세워져, 거대한 바람개비처럼 돌면서 우리의 잠들었던 동심마저 깨운다.

그런데 세계일보(2016-04-03)에 이런 기사가 났다.

 

..... 전남도 분석 보고서에서 풍력발전시설 인근 지역 주민은 수면장애, 이명,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고 있다풍력발전시설로 인한 소음에 대해 가까이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도 소음 불편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주민은 풍력발전소 그림자가 집안 내부로 비쳐서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풍력발전기 때문에 남다른 고통을 받게 된 분들이 있을 줄이야. 세상사, , 무엇 하나 간단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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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314일자, 모 신문기사다.

 

단수이 대왕카스테라(대표 엄세웅)는 최근 방송 먹거리x파일에서 일부 카스테라 브랜드들의 부도덕한 제조법을 고발한 것과 관련, 자사 제품은 이와 무관한 웰빙 제품이라고 14일 밝혔다. (하략)”

 

우리 동네에도 카스테라만 파는 가게가 생겨났는데 그 간판의 한자 쓰임이 독특했다. 특히 첫 글자는, 위를 나타내는 과 아래를 나타내는 를 한 데 덧붙인 게 아닌가. 여기저기 자료들을 뒤진 끝에 가까스로 알아냈는데 카드 카자라고 한다. 카드를 위에서 아래로 긁는 행동에 착안한 글자라니 그 기발함에 놀랐다. 이어지는 다른 한자도 살폈다. 는 이 ’, 은 특별할 ’. 은 잡아갈 이라고 한문시간에 배웠다. 그렇다면 간판의 한자들은 카사특랍’?

우리가 쓰는 한자음과 중국 본토의 한자음은 다르다. 중국어 전공자에게 카사특랍이라 적힌 저 한자 간판을 중국말로 어떻게 읽는지?’ 알아봤다. 이내 답이 왔다.

“‘카스터라라고 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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