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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사나흘 오락가락했다. 그 바람에 부부는 농장가는 일을 잠시 쉬었다. 오늘 모처럼 비도 그쳐 농장에 갔는데 ㆍㆍㆍ 무섭게 자라난 풀들. 6.25 동란 때 온 산하를 뒤덮었다는 중공군의 인해전술 풍경이 저랬을까. 무심이 예초기를 둘러멨지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풀을 깎아야 할지. 결국 풀밭 속에서 길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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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 자신을 이해 못할 때가 있다. 20여 년 전, 40대이던 때다. 다섯 살배기 조카애가 우리 집에 놀러왔는데 마침 장난감 물총이 거실 소파에 놓여 있었다. 아내가 무슨 주방용품을 인터넷으로 구입했더니 그 회사에서 사은품으로 보내 준 물총이었다. 물총 장난할 만한 여름철이었다.

나도 모르게 애들처럼 그 물총을 갖고 놀고 싶은 마음이 치솟았는데 때 마침 조카애가 놀러왔다가 목격한 거다.

이거 내 꺼.”

하면서 조카애가 그 물총을 손에 쥐는 순간 나는 놀랍게도 가슴 아팠다. 잠깐사이에 소중한 내 장난감을 빼앗겼다는 아픔이었다. 돌이켜보면 참 어이없었다.

나이 들어도 동심은 어느 구석엔가 남아 있다는 증거일까.

 

이번 호반야생화 카페 정모에서 아내가, 경매에 나온 할리데이비슨오토바이를 받았다. 우리 카페의 타고난 경매사 철웅님이 경매품으로 내놓았던 것이다. 물론 장난감이다. 경매 진행을 옆에서 돕는들꽃사랑님이 실제 무거운 오토바이인 것처럼 간신히 두 손으로 받쳐 드는 표정까지 지어 정말 재미있었다.

아내는 내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그런 장난감을 좋아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남편의 어이없는 동심을 위해 경매 현장에 뛰어든 것이다.

 

지금 그 오토바이가 내 서재의 컴퓨터 앞에 주차해 있다.

금빛 찬란하다.

달리 표현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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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나는 춘천시 동면 장학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가까운 지내리에는 가산초등학교가 있다. 어느 한 때 수백 명 어린이들이 다닌 학교였음을 입증하듯, 학교 건물도 크고 운동장도 넓다. 하지만 지금은아기를 잘 낳지 않는 세태탓에 얼마 안 되는 어린이들이 다닌다. 학교 전경도 아름다운데 정작 주인공 되는 어린이들이 적으니, 오다가다 보는 어른들(아내와 나) 입장에서 가슴 아프다.

 

우리 부부가 든 모임 중에 호반야생화 카페가 있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현재 모임을 이끌어가는 회장님은 악동이님’. 그 회장님을 곁에서 돕는 여러 임원 중 총무님은 해든솔님이다.

악동이님은 남자 분이며 해든솔님은 여자 분이다. 두 분 모두 한창 젊었다.

 

몇 달 전 안 사실이다. 악동이님과 해든솔님이 가산초등학교 동창이라지 않던가!

그러자 호반야생화 카페 정기 모임이 있을 때마다 내 눈에는 두 분이 어릴 때 가산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뛰노는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물론 환상이지만 구체적으로는 이렇다.

단발머리 한 해든솔이 고무줄놀이를 하고 있는데 짓궂은 악동이가 그 고무줄을 벼락같이 끊어버리고는 나 잡아 봐라 하며 달아나는 모습

 

며칠 후 정기 모임이 있다. 그 날도 나는, 잠깐이지만 그런 환상 속에서 두 분을 바라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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