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나는 춘천시 동면 장학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가까운 지내리에는 가산초등학교가 있다. 어느 한 때 수백 명 어린이들이 다닌 학교였음을 입증하듯, 학교 건물도 크고 운동장도 넓다. 하지만 지금은아기를 잘 낳지 않는 세태탓에 얼마 안 되는 어린이들이 다닌다. 학교 전경도 아름다운데 정작 주인공 되는 어린이들이 적으니, 오다가다 보는 어른들(아내와 나) 입장에서 가슴 아프다.

 

우리 부부가 든 모임 중에 호반야생화 카페가 있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현재 모임을 이끌어가는 회장님은 악동이님’. 그 회장님을 곁에서 돕는 여러 임원 중 총무님은 해든솔님이다.

악동이님은 남자 분이며 해든솔님은 여자 분이다. 두 분 모두 한창 젊었다.

 

몇 달 전 안 사실이다. 악동이님과 해든솔님이 가산초등학교 동창이라지 않던가!

그러자 호반야생화 카페 정기 모임이 있을 때마다 내 눈에는 두 분이 어릴 때 가산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뛰노는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물론 환상이지만 구체적으로는 이렇다.

단발머리 한 해든솔이 고무줄놀이를 하고 있는데 짓궂은 악동이가 그 고무줄을 벼락같이 끊어버리고는 나 잡아 봐라 하며 달아나는 모습

 

며칠 후 정기 모임이 있다. 그 날도 나는, 잠깐이지만 그런 환상 속에서 두 분을 바라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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