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 자신을 이해 못할 때가 있다. 20여 년 전, 40대이던 때다. 다섯 살배기 조카애가 우리 집에 놀러왔는데 마침 장난감 물총이 거실 소파에 놓여 있었다. 아내가 무슨 주방용품을 인터넷으로 구입했더니 그 회사에서 사은품으로 보내 준 물총이었다. 물총 장난할 만한 여름철이었다.

나도 모르게 애들처럼 그 물총을 갖고 놀고 싶은 마음이 치솟았는데 때 마침 조카애가 놀러왔다가 목격한 거다.

이거 내 꺼.”

하면서 조카애가 그 물총을 손에 쥐는 순간 나는 놀랍게도 가슴 아팠다. 잠깐사이에 소중한 내 장난감을 빼앗겼다는 아픔이었다. 돌이켜보면 참 어이없었다.

나이 들어도 동심은 어느 구석엔가 남아 있다는 증거일까.

 

이번 호반야생화 카페 정모에서 아내가, 경매에 나온 할리데이비슨오토바이를 받았다. 우리 카페의 타고난 경매사 철웅님이 경매품으로 내놓았던 것이다. 물론 장난감이다. 경매 진행을 옆에서 돕는들꽃사랑님이 실제 무거운 오토바이인 것처럼 간신히 두 손으로 받쳐 드는 표정까지 지어 정말 재미있었다.

아내는 내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그런 장난감을 좋아한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남편의 어이없는 동심을 위해 경매 현장에 뛰어든 것이다.

 

지금 그 오토바이가 내 서재의 컴퓨터 앞에 주차해 있다.

금빛 찬란하다.

달리 표현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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