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나무 두 그루가 작은 집을 사이에 두고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분명 살고 있는 도시의 한 병원에 입원했는데 바깥 풍경이 낯설다. 동서남북 방향조차 가늠이 안 된다. 내가 "있는" 것은 분명한데 어디쯤인지 모호한 현재. 몸이 아프게 되자 정처 잃은 마음. 몸과 마음은 별도의 것이 아니었다. 몸 가는 데 마음이 따랐다.
그 창은 밖의 빛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안의 어둠을 보관하려고 설치된 느낌이었다.
나는 통증 속에 있었다. 나는 어둠 속에 있었다. 통증이라는 그 깊고 무거운 어둠. 문 밖의 빛 한줌조차 어둠을 보여주는 역에 불과했다.
따가운 햇빛 아래에서 밭일 하다가 지쳐 농막에서 잠시 쉬었다. 그 때 시원한 산들바람이 불었다. 그 풍경을 놓치고 싶지 않아 사진 촬영했는데 과연 그 바람이 포착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