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형.누나를 만났다. 이따금씩 만나기 시작해 정기적인 모임으로 발전했는데, 그분들과 있으면 편하고 즐겁다. 어제도 물론 그랬다.

1. A 누나
나보다 한 살이 많은 A누나는 꽤 미인 축에 속한다. 그래서인지 누나의 직장생활 얘기를 듣다보면 화가 나고, 어이가 없을 때가 많다. 상사가 부르더니 갑자기 껴안았다던지, 마누라 없다고 자기 집에 가서 라면을 끓여먹자느니 하는 성희롱성 유혹이 줄을 잇는단다. 휴대폰으로 이상한 전화가 하도 많이 와, 발신자 서비스가 상용화되기 이전부터 그 서비스를 받았는데, 그러고 나서 범인이 같은 직장 남자인 걸 밝혀내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걸리고 나서 아마 굉장히 쪽팔렸을게다). 어제 해준 얘기다.
"과장이 불러서 가봤더니 자기 방 불을 다 끄고 촛불을 켜놓고 있더라고. 그 남자가 앉아서 양주를 손에 들고는 '우아하게 술이나 한잔 합시다'라고 하는거야"
그래서...도망치듯 나왔다고 한다. 요구에 응하지 않아서 해꼬지를 당한 적도 한두번이 아니고, 그런 얘기를 하면서 울먹이고 그러는 걸 보면, 이쁜 여자가 우리 생각처럼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부인한테 일러요!"라고 말을 하지만, 그놈은 보나마나 "A가 먼저 꼬리를 쳤다"고 우겨댈테고, 가재는 게편이니 부인도 그 말을 더 믿을 터, 손해보는 건 A 누나겠지. A 누나가 맘 편히 일할 수 있는 그날은 언제쯤 올까?

2. B 형
난 누나들과는 친해도 형이랑은 친한 사람이 없다. 그렇지만 B 형은 참 좋아한다. 유머감각도 있고, 사람을 편하게 해주니까. 하지만 그 형에게는 고민이 있었다. 결혼 후 십년이 넘도록 애가 없는 것. "우린 불임 부부잖아" 하면서 웃어 보지만, 난 그 웃음이 쓸쓸하게 느껴졌다. 애를 간절히 원하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형만큼이나 성격이 좋은 형수님은 이혼한 남동생의 애를 떠맡았는데, 조카긴 하지만 자기 애도 아니니 맘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게다.

그런데...그 형이 드디어 출산을 했단다. 그 말을 만우절날 들어서, 그리고 그 전에 한번도 애를 가졌다는 말을 안해서 거짓말인줄 알았지만, 정말이란다. 난 진심으로 축하를 보냈다. 형수님 말씀으론 아들 둘을 더 낳자고-이번엔 딸이다-한다는데, 주위에서 본 경험상 첫애가 힘들지 그다음부터는 고속도로다. 형수님의 나이가 만만치 않은 게 걱정이지만, 건강한 애를 둘쯤 더 낳았으면 좋겠다.

참고로 애 아버지가 된 B 형은 내게 "너도 낳아야지!"라고 하신다. 애 낳고나서 제대로 잔 적이 없다면서, 힘들어 죽겠다면서 말이다. 아무래도 내가 재미있게 사는 게 질투가 나는가보다^^

3. C 누나
C 누나는 젊은 시절, 매우 수수한 차림으로 다녔다. 그러던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점점 멋져지더니, 지금 보면 세련된 도회풍의 숙녀다. 나로서는 그 누나가 왜 결혼을 안할까 궁금했다. 그런데 어제, 갑자기 전화를 받더니 급히 가야한다고 총총히 자리를 떴는데, 가면서 이랬다.
"나, 올해 결혼할지도 몰라!"
아, 그렇구나. 전화를 건 사람은 얼마 전에 선을 본 남자라는데, 서로 맘에 드는 눈치란다. 난 여자가 서른다섯을 넘기고 나면 결혼 같은 것은 이제 물건너간 줄 알았는데, 조용히 자기 일을 하면서 미모를 가꾸니 저렇듯 좋은 일이 생기는구나. 미안하다면서 먼저 나가는 누나를 난 진심으로 축하해 줬는데, 그럴 줄 모르고 4인분을 미리 시킨 바람에 내가 2인분을 먹느라 진짜 힘들었다. 안그래도 어제 사우나 가서 체중을 달아보곤 쇼크를 받았었는데... 당분간 체중 못잰다...흐흑.

4. B 형한테 들은 얘기
어떤 여자가 취직 때문에 건강검진을 받아야 했다. 좀 싸게 해볼까 하고 그녀가 찾아간 곳은 보건소. 늘씬하고 미인형이었던 그 여자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냉대의 눈길을 느끼며 "건강진단 받으러 왔어요"라고 했고, 직원은 "보건증 끊어 드려요?"라고 물었다. 여자의 대답, "네"
엑스레이 찍고, 피검사 하고, 그런 신체검사와는 달리 면봉을 거기다 갖다대라느니 하는 해괴한 검사만 하는 것에 의심을 품었던 여자는 결과를 받아들고 더더욱 고개를 갸웃거렸다.
'성병 없음. 매독 없음...'

다음날 회사 총무과에 그걸 갖다내자 거기 사람들은 다 뒤집어졌다나? 참고로 그 보건소는 윤락가 근처라, 주로 하는 게 그런그런 검사증을 끊어주는 거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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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09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렸을때 '테스'책을 읽으면서, 예쁘다고 다 좋은 게 아니구나, 너무 이쁘니까 팔자가 이렇게 사납구나-라고, 테스가 너무 불쌍해서 엉엉 울었더랬죠. 다른 분들은 다 좋은 일이 생기셔서 다행인데, A누님은 걱정이네요...

진/우맘 2004-04-09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때 커피숍 아르바이트 하던 도중에, 사장님이 보건증을 요구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친구한테 항문에 면봉 넣어야 된다는 얘기를 듣고 질겁을 해서 거부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별 것도 아닌데.^^ 원래는 접객 직원들은 다 있어야 하는 거래요. 그런데, 대개 윤락가를 위주로 열심히 점검하다보니 '보건증=윤락녀' 공식이 성립되어 버렸다고 하더군요.
'성병 없음, 매독 없음...' 다행입니다. 혹여라도 있었다면 안 되잖아요.^^;;;;

갈대 2004-04-09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딴지걸기. 해꼬지(X) - 해코지(ㅇ) ㅋㅋ

비로그인 2004-04-09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갈대님 빨대 조심하시라~

마태우스 2004-04-09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스님, 저거 당근이에요^^

비로그인 2004-04-09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대님 뭐라 말좀 해주세요!!! 또 우기십니다.

갈대 2004-04-10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당근이 맞아요..^^

마태우스 2004-04-10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스님, 저거 빨대 모양의 당근이라고 저번에 갈대님과 합의를 봤습니다^^

진/우맘 2004-04-10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뻐요! 아무도 모르게 그런 담합을 하시다니!!!

비로그인 2004-04-10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신호가 와서 휴지를 들고 화장실에 가보니 물소리가 난다. 아주머니가 물을 틀어놓고 청소를 하는 중이다. 한층 아래로 내려가 일을 보면서 생각한다. 왜 내 싸이클은 아주머니의 청소 싸이클과 일치하는 걸까?

여기 들어온 초창기에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5년간 관찰해보니, 아주머니는 화장실에 거의 상주하다시피 한다. 막 출근을 했을 때나, 점심먹기 전에 속을 비우려 할 때나, 오후에 기습적으로 갈 때나, 그 아주머니를 만나는 건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아주머니는 끊임없이 바닥을 대걸레로 닦거나, 변기를 청소 중이다. 대개의 경우 다른 층으로 옮겨서 일을 보지만, 일을 보고 막 나가는 찰나에 대걸레를 들고 들어오는 아주머니를 만날 때는 괜히 미안하다. 이용객이 그다지 많지 않은 화장실을 왜 그렇게 윤을 내려는 걸까?

그래도 여기 아주머니는 점잖으신 편, 실험 때문에 갔던 모대학은 굉장히 과격하다. 일을 한창 보고 있으면 씩씩한 발걸음 소리가 나고, 잠시 뒤 문을 하나씩 열면서 청소하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있는 방의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수줍은 노크로 화답을 해도, 문 밑의 공간으로 대걸레 자루가 들이닥친다. 좌변기면 모르겠지만 쪼그려 앉아있을 때 그런 일을 당하면 굉장히 수치스럽다. 심지어 내 존재를 알리는 노크를 하면 "에이 씨. 빨리 하고 가야 되는데"라는 말까지 해, 날 미안하게 만든다.

아무리 아주머니지만, 여자가 남자 변소에 들어온다는 게 난 싫다. 하지만 고속터미널이고 지하철이고 간에, 공공장소의 화장실을 청소하는 분들은 몽땅 아주머니들이다. 게다가 그분들의 공격성은 정말이지 대단해, 한번은 내가 있는 문을 두드리며 "빨리 나와요!"라고 하기도 했다. 나도 아주머니들이 오는 게 싫지만, 그분들도 엄연히 '여자'분, 남자 변소에 들어오는 게 달갑지는 않을게다. 소변기에 제대로 조준을 못하는 사람, 털다가 흘리는 사람, 물을 안내리는 사람, 바닥에 침을 뱉어놓는 사람, 심지어 오버이트까지 난무하는 우리의 화장실, 게다가 술에 취한 취객들 중 일부는 청소 아주머니들을 성희롱까지 한다니, 웬만큼 모진 맘을 먹지 않으면 그 일을 할 수 없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짜증을 내는 아주머니들의 전투성은 대부분 열악한 상황을 극복해 가는 와중에 생긴 결과이리라. 너무 짜증만 내지 말고, 화장실을 깨끗이 씀으로써 그분들을 도와 드리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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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09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엉?? 오전에 읽고 이제야 코멘트 달아요!! 난 재밌는데 왜 아무도 코멘트를 안달았죠!! 이건 제 생각인데요 마태우스님은 잡담과 술 일기를 책으로 내면 "대통령과 기생충"보다 더 잘팔리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한번 생각해보세요. '시공초월사'에 의뢰해봄이...

책읽는나무 2004-04-09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에게 그런말도 들었습니다....볼일을 보는데....아주머니...대걸레질 하면서..."이쪽발좀 들어봐요!!"........^^
또 이런말도 있습니다...여자는 남자여럿있는 장소에서 여자하나는 당당히 지나갈수 있어도...나자하나는 여자 여럿있는 장소는 절대 지나가지 못한다구요...^^
아마도 화장실의 아주머니들은 그런 당당함으로 바닥을 쓸고....내새끼들 먹여살리려는 강한 모성애로 변기를 씻고 계시지 않겠습니까??....그리고 화장실청소는 남자보다 여자들이 더 깨끗하게 잘하잖아요~~~^^
암튼....볼일보는데 노크해도 좀 참아주셔요..^^...물론 마태우스님은 여자를 좋아하니깐 잘하시리라 믿지만요...^^

마태우스 2004-04-10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스바겐님, 감사합니다. 사실 아무도 코멘트 안달기에 화악 지워 버릴까 삼십분간 고민했습니다. 님의 결단이 글 하나를 살렸고, 그 덕분에 제가 페이퍼 톱50에 남아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우하핫.
책읽는나무님/제가 여자 좋아하는 거 어케 아셨어요? 부, 부끄러워요.
 

 

 

 

 

 

일시: 4월 7일 수요일
누구와?: 친구랑 둘이서
마신 양: 소주 네병을 나눠마셨다. 아무래도 내가 좀 더마신 듯...
좋았던 점: 1차로 먹은 곱창도 맛있었고, 특히 2차에서 먹은 참치찌개의 맛이 죽였다.

친구 S와 요즘 자주 만나는 것 같다. 매우 가정적이었던 S가 어느날 나와 술을 마시고 싶다고 했을 때, 난 '이놈이 나랑 한판 붙고 싶었던게군!'이라며 가벼운 맘으로 나갔다. 그런데, 그게 아니고... 이혼하려고 한단다. 최선을 다해 살아왔는데 이젠 지쳤다나? 그래서 난 그의 말을 들어주며 하염없이 술잔을 비웠고, 다음날 아침 테니스를 치는데 속이 거북해서 무척 힘들었다.

그 뒤에도 S는 계속 전화를 해왔다. "민아, 나 힘들어. 너랑 술한잔 하고 싶어" 난 금요일쯤 되면 다음주 스케줄이 쫙 잡히는 놈이라 그의 요구에 응하지 못한 적도 많았지만, 그래도 몇 번은 술자리를 같이했다. 왜소해 보이는 체격에도 S는 술을 아주 잘 마셔서, 그와 한판 붙고나면 다음날 오전까지 힘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니가 이혼하는데 왜 내가 더 힘들지?' 심지어는 이런 몹쓸 생각까지 했다. '아니 왜 이혼은 안하고 술만 마시자는 거지?'

학생 때도 그런 친구가 있었다. 휴학한다고 1년간 나를 붙잡고 술을 마시던 그 친구는 끝내 휴학을 안하고 제때 졸업을 해버렸는데, 정작 나중에 학교를 쉰 건 나였다!!! 어떤 놈은 군대 간다고 술마시자고 하고, 다른 놈은 애인이랑 헤어졌다고 날 붙잡았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술을 마시는 이유는 술의 힘을 빌어 닥친 일을 잊어 보고자 하는 것이겠고, 굳이 나랑 마시고 싶어하는 건 내가 주량도 웬만큼 되고, 무엇보다 만만해서겠지. 이유야 어찌되었건 어려움을 같이 나누고자 하는 친구로 내가 선택되는 건 좋은 일이다. 몸이 축나긴 하지만 말이다.

옛날에 사귀던 여자친구를 우리집에서 반대해서, 괴로웠던 적이 있다. 그땐 뻑하면 술마시다 울고, 정신을 잃고 그랬으니-무려 5년간이나!-그걸 받아주던 친구들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애도 있는데 이혼을 앞둔 친구는 그때의 나보다 훨씬 더 괴로울 것이다. 그래, 몸이 좀 힘들긴 해도 친구가 날 원하면 가서 마셔줘야겠다. 친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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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08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이혼할 친구 같으면 "야 나 이혼했다. 한잔하자!!"서류정리후 불러내겠죠. 근데 윗분은 혹시 님에게 행복하다고 투정하는게 아닐런지요. 근데 님은 그걸 눈치 못챘는가요?? 그러니 속지 마시고 술좀 줄이십시요

진/우맘 2004-04-08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폭스 만세~~~~

비로그인 2004-04-08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 언니~ 앗싸~ 나 이뽀??

연우주 2004-04-08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폭스는 무조건 언니군...! ^^

다연엉가 2004-04-08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밥 폭스 우주님 순서가 어찌되노?
나도 폭스 만세............. 폭스 이뽀.............

마태우스 2004-04-09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폭스님 만세!
 

 

 

 

 

 

* 코멘트로 달다가, 좀 길어질 것 같아 이리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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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다큐멘터리>로 인해 제 마이리뷰가 100개가 되었습니다. 짝짝짝!! 몇백개씩 있는 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100'이라는 숫자는 당사자에게 의미가 큰 법이죠.


-지금 심정은?
=매우 기쁘구요, 이 기쁨을 알라딘 분들과 나누고 싶어요.
-리뷰의 질이 떨어진다는 평이 있던데...
=그건 저를 음해하는 세력들이 조직적으로 퍼뜨린 루머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저질 리뷰'를 추구하긴 하지만, 저질이라고 반드시 질이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리뷰가 있나요?
=<섬데이 서울>이요. 그거 쓰고나서 14분인가가 추천을 했지요. 음하하하.
-가장 안좋았던 리뷰는?
=<환상의 책>, 폴 오스터 작품인데, "총 8분 중 1분이 이 리뷰를 추천하셨습니다"라고 되어 있어서 얼마나 슬펐는데요. 리뷰 시스템이 바뀌어서 다행입니다.
-리뷰를 쓰는 원칙 같은 게 있나요?
=없지요. 원칙이 있으면 지금처럼 리뷰를 못쓸 수가 있나요? 굳이 말하자면 책에 나오는 주변적인 것만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거죠^^
-존경하는 리뷰어가 있다면?
=아무래도 카이레님이죠. 자몽상자님의 리뷰도 좋아하구요. 마냐님도 참 리뷰를 잘 쓰시고, 그러면서도 많이 쓰십니다. 부럽긴 하지만, 저와 그분들은 길이 다른 것 같습니다. 전 계속 저질 리뷰로...하핫. 
 

-책읽는 나무님같은 분은 책을 읽으면서 노트에다 기록을 한다고 합니다. 님은 책을 읽다가 이거다 그러면 어떻게 하나요?
=책 맨 뒷장에다 써두죠. "나의 모든 것은 책 뒷장에 있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겁니다.
-즐겨 읽는 책은?
=대중 없습니다. 소설, 에세이, 미술, 인문...독서를 워낙 늦게 시작해서, 이것저것 가릴 틈이 없지요.
-어떻습니까? 마이페이퍼가 나오고 나서부터 리뷰를 덜쓰게 된다는 사람도 있던데...
=음...저는 아닌 것 같습니다. 페이퍼는 페이퍼고, 리뷰는 리뷰, 줄여서 페페리리, 이게 제 캐치프라이즈입니다.
-서재 소개에 있는 개는 아직 건강합니까?
=아, 그게요... 제가 개라고 우겨서 그렇게들 알고 계신데, 저게 사실은 북극곰이어요. 이건 비밀입니다. 하핫.
-아, 곰입니까? 어쩐지... 뭘 먹입니까?
=뭐 생선같은 거.. 가끔 닭도 잡아주고.... 냉장고에서 고기가 없어졌다 하면 다 그놈 짓이죠. 
   
 
-곰은 겨울잠을 잡니까?
=그게요, 겨울에 먹을 게 없어서 잠을 자는 거죠. 먹이만 주면 절대 안잡니다.
-곰은 웅담이라는 게...
=저, 지금 마이리뷰 인터뷰 하는 거 아니어요? 자꾸 곰 얘기만 하는 것 같아서...
-아, 그렇죠. 그렇다면 혹시 곰에 관한 책을 읽어보신 적은 있나요?
=이 사람이 정말... 영화 <베어>는 봤어요. 그게 곰 여섯 마리를 돌려가면서 찍은 거라더군요. 곰이 미련하다는 편견을 그때 버렸죠.
-혹시 곰국 좋아하십니까?
=이 사람이 정말....
-곰브리치 책은 읽어보셨어요?
=미술을 알려면 읽어야 한다고 해서 사긴 샀는데, 아직 읽진 않았습니다. 전 달마다 목표를 정해놓고 책을 읽거든요. 근데 그걸 읽으면 최소한 보름 이상은 써야 하니까, 여유 있을 때, 그러니까 이십일 쯤 지났는데 책을 벌써 열권 읽었다, 그럴 때 읽으려고요. 그런데 그런 적은 거의 없구요, 대개는 목표량 달성에 쫓기죠.
-곰띠세요?
=아닙니다. 근데 곰띠도 있어요?
-곰보에 관한 편견은 있나요?
=곰보빵은 좋아해요.
-곰인형을...
=저, 이제 그만하면 안될까요?
-곰방 끝낼께요. 한가지만 더... 으악!

그 이후, 그 기자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썰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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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4-08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짝....축하합니다~~~
고속철 덕분인가요? 출근시간이 더더욱 빨라 지셨네요. 아침부터 기사 날리시느라 애쓰셨습니다, 마기자.
역시, 벤지는 곰이었구나....-.-

연우주 2004-04-08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곰...이구나.

갈대 2004-04-08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하드리옵니다^^ 올해 목표 마이리뷰 100편 달성으로 잡았습니다!!

비로그인 2004-04-08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거 보고 진짜 벤지는 곰이었구나-라고 생각하시는 분 계시면 안될텐데. ^^ 전 일줄에 한권씩이라도 꾸준히 읽는게 목표인데...목표달성 축하드려요~~

가을산 2004-04-08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마이리뷰 100 달성하려면 98편을 더 써야 하는뎅...

다연엉가 2004-04-08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축하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저의 리뷰를 아무도 안봤으면 하는 생각이 막 듭니다.
책을 살려고 망설이는 분만 봤으면 하는 생각말이죠...
혹시 저한테 놀러 오시는 분 저의 리뷰는 제발 읽지 마세요.
요샌 혹 놀러 오시는 분이 읽을까봐 잘 안 쓰집니다.
저 같은 분이 있을련지.....

비로그인 2004-04-08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 맞아~ 책리뷰 읽다가 진짜 아님 안보믄 되지 왜 구찬케 추천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를 하냐고요???? 내꺼 리스트에도 이리스트를 추천하시겠습니까?? 아니오를 누군가가 눌러서 꼭 오점을 남기더군요. 고런걸로 상처받는다는 걸 사람들은 아느뇨? 모르느뇨? ^^

nrim 2004-04-08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나두 100편을 목표로 삼아볼까나;;;

연우주 2004-04-08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의 폭스말에 동감. 내 리스트도 3명 중 0명 추천 있음...ㅠ.ㅠ 아니오 안 눌러줘도 되는데..ㅠ.ㅠ

연우주 2004-04-08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차, 마태우스님 축하!

비로그인 2004-04-08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갈까나 하다 생각났는디요..남은 수십분 걸려 찾아감서, 클릭해감서 마이리스트 만들어 놨는데 어느 한사람이 '아니오' 한방에 날려버림 만든사람은 '우이쒸' 지울까? 말까? 또 고민한다니까요 '아니오' 누른 사람은 벌써 자기가 무슨짓을 한지 누른후 바로 잊었는데...말이죠.. 안그래요 우주님? 안그래요 진우맘님(진우맘님 키다리 아저씨 거 있잖혀??)?

책읽는나무 2004-04-08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보니 99편이더니만...오늘 드디어 100개을 채우셨네요...이거 원~~ 상대도 안되는 분과 초반에 라이벌의식을 느꼈으니......쩝~~~
암튼 축하드립니다....부럽군요.....^^.....리뷰 질과 양이 풍부한게 넘 부럽습니다...^^
아~~
그리고....저기 위에
"책읽는 나무님같은 분은 책을 읽으면서 노트에다 기록을 한다고 합니다~~~"
누가 기록을 한대요??......저 아녀요~~~ 서재 돌아다니다보니 책울타리님이 그러시는것 같던데......헷갈리셨나봅니다.......ㅎㅎㅎ
암튼....그래도 인터뷰도중에 내이름이 거론되어 공중파를 타게되어 무한한 기쁨으로 여깁니다...ㅎㅎㅎ

진/우맘 2004-04-08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스님, 키다리 아저씨는....그럴 만 했지요.(돈독이 올라 옛날꽃날 읽어서 기억도 안 나는 책의 리뷰를 썼으니....)-.-;;;
그리고 책나무님, 왜 이러십니까. 꾸준히 리뷰를 쓰는 님도 제가 존경하는 리뷰어 중 하나입니다. 이 놈의 페이퍼땜시 리뷰를 통 못 쓰니.... 저도 얼른 페페리리, 해야 할텐데.

ceylontea 2004-04-08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이라구요?
전 곰처럼 보이는데.. 개라 하시기에 그런 줄 알았는데... 그래서... 곰이라 말씀하시는 분께.. 개라 알려드렸더니.. 조크라 해서 뻘쭘했었는데.. ㅠ.ㅜ
알라딘 마태우스님 서재 너무 혼동스러~~!!

서재지기 2004-04-08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지기도 열혈히 박수쳐드립니다. ^^ 지기가 마음이 지쳤을 땐... 마태우스님 서재에서 행복을 느낍니다. 마태우스님의 서재를 보면 괜히 이런 말이 나옵니다.

'지기라서 행복해요~'

^^

비로그인 2004-04-08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 넘 귀여워요...곰처럼 보이는데.. 맞아요!! 곰!!
지기님 넘 웃겨요!! 진우맘님과 폭스님 코멘트에 마태우스님 답 대신 다느라 바쁩니다..^^

연우주 2004-04-08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스!!! 그러게 말이야! 아니오는 왜 있는 거야? 글구 그게 누르는 사람들은 뭐야! 그냥 안 눌러줘도 되는데! ^^ 그치? 열혈 흥분!!!^^
 

 

 

 

 

 

권지예가 쓴 <폭소>에는 '스토커'라는 단편이 나온다.
-봉투를 뜯자 여자는 숨이 덜컥 막힐 것 같다. 그 안에서 나온 것은 아르고스(도둑맞은 개)의 목줄이다. 예리한 칼로 여러 차례 죽죽 그어대서 가죽이 너덜너덜해진...
-퇴근을 하니..소포가 들어 있었다. 그 안엔 그날 여자가 팔았던 물방울무늬 넥타이가 잘드는 가위로 채 썰 듯이 잘라져 있었던 것이다.
-코드를 뽑고 전화를 받지 않자..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여자의 이름, 주민증 번호, 생년월일...등을 인쇄하고...
이런 일이 있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왜 하필 나일까 하고 머리를 쥐어뜯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도 스토킹의 무서운 점이다.

나도 스토킹의 경험이 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나랑 사귀었던 여자친구. <사랑의 스튜디오>에 나와서 탄 삐삐를-그땐 삐삐가 최고의 선물이었다-여친에게 선물했는데, 그 다음날부터 '18181818'이라는 메시지가 하루에 수십번씩 찍히기 시작했다. 번호도 몇차례 바꿨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말없이 숨만 쉬는 전화가 그녀의 방으로 걸려왔고, 그녀가 전에 사귀던 남자가 나온 잡지가 난도질당한 채 가위와 함께 배달된 적도 있다. 여친은 그 가위를 부엌용으로 쓸 정도로 무난한 성격이어서, 그런 짓거리를 잘 참아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밖에도..
-크리스마스 즈음, 여친 집에서 여친이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발신자 주소가 없는 카드가 배달된 걸 봤다. 내가 몰래 뜯어봤더니, 거기에는 '必(필)事故死(사고사)'라는 글귀가 프린터에 인쇄되어 있었다. 그 카드는 지금도 내 방 어딘가에 있다.
-전에 사귀던 남자와 깊은 관계-아니 얕은 관계도 있나?-라는 식의 편지가 여러 통...
-둘이 만날 때면 내 휴대폰으로 전화가 온다. 받으면 끊고, 받으면 끊고...
-아무리 비밀번호를 바꿔도, 내 삐삐는 도청당하고 있었다. 여친이 문자메시지를 보내서 확인하려 하면 '음성메시지가 없습니다'라는 말이 나오고...그러니까 그놈이 듣고 지운 거겠지?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공중전화로 여친 집에 전화를 걸었더니, 하필이면 송화음이 안들리는 고장난 전화기다. "나야!!!"라고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소용이 없었는데, 잠시 후 여친 아버지가 받더니 호통을 친다. "야! 너 뭐하는 놈이야? 그렇게 할 일이 없어?????"

꼭 그것 때문은 아니었지만 하여간 여친과 난 헤어졌는데, 여친 말에 의하면 그 이후에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하니, 그 스토커는 그녀와 내가 사귀는 것을 훼방놓는 게 목적이었던 것 같다. 당시 난 우리가 만나는 것을 결사적으로 반대했던, 그래서 우리 집안의 반대까지 이끌어낸 xxx이 범인이 아닐까 의심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충 짚이는 사람이 있다. 내 추측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냥 그가 범인이라고 생각하련다. 그가 범인이 아니라면 또 다른 사람을 생각해야 되고, 그럼 내 머리가 아파지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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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08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말씀하신 스토킹의 구체적인 사례군요. xxx분은 왜 그런거죠?? 마태우스님을 너무 좋아해서?? 사랑이 집착이 되면 정말 무서워지는 거 같아요. 그래도 큰 사고 없이 스토킹이 마무리 된게 다행이네요. ^^

마태우스 2004-04-08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티크님/그래요, 큰 사고없이 마무리되어 다행이지요...
파란여우님/음...매우 심오한 질문이군요. 저도 좀 바빠서, 나중에 답변 올리겠습니다^^

비로그인 2004-04-08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가 전에 사귀던 남자가 나온 잡지가' 그 남자가 알고 싶습니다. 또한 저번 리뷰에 탤런트랑 결혼한 친구도 있던데....그 탤런트도 궁금합니다. (역쉬~폭스 줌마~줌마 기질 나온다)

책읽는나무 2004-04-08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오싹해지네요.....정말 그런일이 있으셨어요??......음~~~

연우주 2004-04-08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에 폭스~ 의견 공감합니다. 저도 궁금합니다!
(어째 폭스바겐님 따라다니면서 코멘트를 덧붙였네요. 결과적으로 마태우스님을 위한 코멘트가 없다는...--; 이상한 결론이 나오는군요)

마태우스 2004-04-09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스님/그 탤런트 이름은 조민희입니다. 여인천하에도 나왔다나 어쩐다나... 과거의 그 남자는 누군지 저도 모릅니다. 의대생이었다고 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