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형.누나를 만났다. 이따금씩 만나기 시작해 정기적인 모임으로 발전했는데, 그분들과 있으면 편하고 즐겁다. 어제도 물론 그랬다.

1. A 누나
나보다 한 살이 많은 A누나는 꽤 미인 축에 속한다. 그래서인지 누나의 직장생활 얘기를 듣다보면 화가 나고, 어이가 없을 때가 많다. 상사가 부르더니 갑자기 껴안았다던지, 마누라 없다고 자기 집에 가서 라면을 끓여먹자느니 하는 성희롱성 유혹이 줄을 잇는단다. 휴대폰으로 이상한 전화가 하도 많이 와, 발신자 서비스가 상용화되기 이전부터 그 서비스를 받았는데, 그러고 나서 범인이 같은 직장 남자인 걸 밝혀내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걸리고 나서 아마 굉장히 쪽팔렸을게다). 어제 해준 얘기다.
"과장이 불러서 가봤더니 자기 방 불을 다 끄고 촛불을 켜놓고 있더라고. 그 남자가 앉아서 양주를 손에 들고는 '우아하게 술이나 한잔 합시다'라고 하는거야"
그래서...도망치듯 나왔다고 한다. 요구에 응하지 않아서 해꼬지를 당한 적도 한두번이 아니고, 그런 얘기를 하면서 울먹이고 그러는 걸 보면, 이쁜 여자가 우리 생각처럼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부인한테 일러요!"라고 말을 하지만, 그놈은 보나마나 "A가 먼저 꼬리를 쳤다"고 우겨댈테고, 가재는 게편이니 부인도 그 말을 더 믿을 터, 손해보는 건 A 누나겠지. A 누나가 맘 편히 일할 수 있는 그날은 언제쯤 올까?

2. B 형
난 누나들과는 친해도 형이랑은 친한 사람이 없다. 그렇지만 B 형은 참 좋아한다. 유머감각도 있고, 사람을 편하게 해주니까. 하지만 그 형에게는 고민이 있었다. 결혼 후 십년이 넘도록 애가 없는 것. "우린 불임 부부잖아" 하면서 웃어 보지만, 난 그 웃음이 쓸쓸하게 느껴졌다. 애를 간절히 원하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형만큼이나 성격이 좋은 형수님은 이혼한 남동생의 애를 떠맡았는데, 조카긴 하지만 자기 애도 아니니 맘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게다.

그런데...그 형이 드디어 출산을 했단다. 그 말을 만우절날 들어서, 그리고 그 전에 한번도 애를 가졌다는 말을 안해서 거짓말인줄 알았지만, 정말이란다. 난 진심으로 축하를 보냈다. 형수님 말씀으론 아들 둘을 더 낳자고-이번엔 딸이다-한다는데, 주위에서 본 경험상 첫애가 힘들지 그다음부터는 고속도로다. 형수님의 나이가 만만치 않은 게 걱정이지만, 건강한 애를 둘쯤 더 낳았으면 좋겠다.

참고로 애 아버지가 된 B 형은 내게 "너도 낳아야지!"라고 하신다. 애 낳고나서 제대로 잔 적이 없다면서, 힘들어 죽겠다면서 말이다. 아무래도 내가 재미있게 사는 게 질투가 나는가보다^^

3. C 누나
C 누나는 젊은 시절, 매우 수수한 차림으로 다녔다. 그러던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점점 멋져지더니, 지금 보면 세련된 도회풍의 숙녀다. 나로서는 그 누나가 왜 결혼을 안할까 궁금했다. 그런데 어제, 갑자기 전화를 받더니 급히 가야한다고 총총히 자리를 떴는데, 가면서 이랬다.
"나, 올해 결혼할지도 몰라!"
아, 그렇구나. 전화를 건 사람은 얼마 전에 선을 본 남자라는데, 서로 맘에 드는 눈치란다. 난 여자가 서른다섯을 넘기고 나면 결혼 같은 것은 이제 물건너간 줄 알았는데, 조용히 자기 일을 하면서 미모를 가꾸니 저렇듯 좋은 일이 생기는구나. 미안하다면서 먼저 나가는 누나를 난 진심으로 축하해 줬는데, 그럴 줄 모르고 4인분을 미리 시킨 바람에 내가 2인분을 먹느라 진짜 힘들었다. 안그래도 어제 사우나 가서 체중을 달아보곤 쇼크를 받았었는데... 당분간 체중 못잰다...흐흑.

4. B 형한테 들은 얘기
어떤 여자가 취직 때문에 건강검진을 받아야 했다. 좀 싸게 해볼까 하고 그녀가 찾아간 곳은 보건소. 늘씬하고 미인형이었던 그 여자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냉대의 눈길을 느끼며 "건강진단 받으러 왔어요"라고 했고, 직원은 "보건증 끊어 드려요?"라고 물었다. 여자의 대답, "네"
엑스레이 찍고, 피검사 하고, 그런 신체검사와는 달리 면봉을 거기다 갖다대라느니 하는 해괴한 검사만 하는 것에 의심을 품었던 여자는 결과를 받아들고 더더욱 고개를 갸웃거렸다.
'성병 없음. 매독 없음...'

다음날 회사 총무과에 그걸 갖다내자 거기 사람들은 다 뒤집어졌다나? 참고로 그 보건소는 윤락가 근처라, 주로 하는 게 그런그런 검사증을 끊어주는 거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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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09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렸을때 '테스'책을 읽으면서, 예쁘다고 다 좋은 게 아니구나, 너무 이쁘니까 팔자가 이렇게 사납구나-라고, 테스가 너무 불쌍해서 엉엉 울었더랬죠. 다른 분들은 다 좋은 일이 생기셔서 다행인데, A누님은 걱정이네요...

진/우맘 2004-04-09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때 커피숍 아르바이트 하던 도중에, 사장님이 보건증을 요구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친구한테 항문에 면봉 넣어야 된다는 얘기를 듣고 질겁을 해서 거부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별 것도 아닌데.^^ 원래는 접객 직원들은 다 있어야 하는 거래요. 그런데, 대개 윤락가를 위주로 열심히 점검하다보니 '보건증=윤락녀' 공식이 성립되어 버렸다고 하더군요.
'성병 없음, 매독 없음...' 다행입니다. 혹여라도 있었다면 안 되잖아요.^^;;;;

갈대 2004-04-09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딴지걸기. 해꼬지(X) - 해코지(ㅇ) ㅋㅋ

비로그인 2004-04-09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갈대님 빨대 조심하시라~

마태우스 2004-04-09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스님, 저거 당근이에요^^

비로그인 2004-04-09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대님 뭐라 말좀 해주세요!!! 또 우기십니다.

갈대 2004-04-10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당근이 맞아요..^^

마태우스 2004-04-10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스님, 저거 빨대 모양의 당근이라고 저번에 갈대님과 합의를 봤습니다^^

진/우맘 2004-04-10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뻐요! 아무도 모르게 그런 담합을 하시다니!!!

비로그인 2004-04-10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