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예가 쓴 <폭소>에는 '스토커'라는 단편이 나온다.
-봉투를 뜯자 여자는 숨이 덜컥 막힐 것 같다. 그 안에서 나온 것은 아르고스(도둑맞은 개)의 목줄이다. 예리한 칼로 여러 차례 죽죽 그어대서 가죽이 너덜너덜해진...
-퇴근을 하니..소포가 들어 있었다. 그 안엔 그날 여자가 팔았던 물방울무늬 넥타이가 잘드는 가위로 채 썰 듯이 잘라져 있었던 것이다.
-코드를 뽑고 전화를 받지 않자..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여자의 이름, 주민증 번호, 생년월일...등을 인쇄하고...
이런 일이 있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왜 하필 나일까 하고 머리를 쥐어뜯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도 스토킹의 무서운 점이다.

나도 스토킹의 경험이 있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나랑 사귀었던 여자친구. <사랑의 스튜디오>에 나와서 탄 삐삐를-그땐 삐삐가 최고의 선물이었다-여친에게 선물했는데, 그 다음날부터 '18181818'이라는 메시지가 하루에 수십번씩 찍히기 시작했다. 번호도 몇차례 바꿨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말없이 숨만 쉬는 전화가 그녀의 방으로 걸려왔고, 그녀가 전에 사귀던 남자가 나온 잡지가 난도질당한 채 가위와 함께 배달된 적도 있다. 여친은 그 가위를 부엌용으로 쓸 정도로 무난한 성격이어서, 그런 짓거리를 잘 참아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밖에도..
-크리스마스 즈음, 여친 집에서 여친이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발신자 주소가 없는 카드가 배달된 걸 봤다. 내가 몰래 뜯어봤더니, 거기에는 '必(필)事故死(사고사)'라는 글귀가 프린터에 인쇄되어 있었다. 그 카드는 지금도 내 방 어딘가에 있다.
-전에 사귀던 남자와 깊은 관계-아니 얕은 관계도 있나?-라는 식의 편지가 여러 통...
-둘이 만날 때면 내 휴대폰으로 전화가 온다. 받으면 끊고, 받으면 끊고...
-아무리 비밀번호를 바꿔도, 내 삐삐는 도청당하고 있었다. 여친이 문자메시지를 보내서 확인하려 하면 '음성메시지가 없습니다'라는 말이 나오고...그러니까 그놈이 듣고 지운 거겠지?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공중전화로 여친 집에 전화를 걸었더니, 하필이면 송화음이 안들리는 고장난 전화기다. "나야!!!"라고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소용이 없었는데, 잠시 후 여친 아버지가 받더니 호통을 친다. "야! 너 뭐하는 놈이야? 그렇게 할 일이 없어?????"

꼭 그것 때문은 아니었지만 하여간 여친과 난 헤어졌는데, 여친 말에 의하면 그 이후에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하니, 그 스토커는 그녀와 내가 사귀는 것을 훼방놓는 게 목적이었던 것 같다. 당시 난 우리가 만나는 것을 결사적으로 반대했던, 그래서 우리 집안의 반대까지 이끌어낸 xxx이 범인이 아닐까 의심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충 짚이는 사람이 있다. 내 추측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냥 그가 범인이라고 생각하련다. 그가 범인이 아니라면 또 다른 사람을 생각해야 되고, 그럼 내 머리가 아파지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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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08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말씀하신 스토킹의 구체적인 사례군요. xxx분은 왜 그런거죠?? 마태우스님을 너무 좋아해서?? 사랑이 집착이 되면 정말 무서워지는 거 같아요. 그래도 큰 사고 없이 스토킹이 마무리 된게 다행이네요. ^^

마태우스 2004-04-08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티크님/그래요, 큰 사고없이 마무리되어 다행이지요...
파란여우님/음...매우 심오한 질문이군요. 저도 좀 바빠서, 나중에 답변 올리겠습니다^^

비로그인 2004-04-08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가 전에 사귀던 남자가 나온 잡지가' 그 남자가 알고 싶습니다. 또한 저번 리뷰에 탤런트랑 결혼한 친구도 있던데....그 탤런트도 궁금합니다. (역쉬~폭스 줌마~줌마 기질 나온다)

책읽는나무 2004-04-08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오싹해지네요.....정말 그런일이 있으셨어요??......음~~~

연우주 2004-04-08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에 폭스~ 의견 공감합니다. 저도 궁금합니다!
(어째 폭스바겐님 따라다니면서 코멘트를 덧붙였네요. 결과적으로 마태우스님을 위한 코멘트가 없다는...--; 이상한 결론이 나오는군요)

마태우스 2004-04-09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스님/그 탤런트 이름은 조민희입니다. 여인천하에도 나왔다나 어쩐다나... 과거의 그 남자는 누군지 저도 모릅니다. 의대생이었다고 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