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4월 7일 수요일
누구와?: 친구랑 둘이서
마신 양: 소주 네병을 나눠마셨다. 아무래도 내가 좀 더마신 듯...
좋았던 점: 1차로 먹은 곱창도 맛있었고, 특히 2차에서 먹은 참치찌개의 맛이 죽였다.

친구 S와 요즘 자주 만나는 것 같다. 매우 가정적이었던 S가 어느날 나와 술을 마시고 싶다고 했을 때, 난 '이놈이 나랑 한판 붙고 싶었던게군!'이라며 가벼운 맘으로 나갔다. 그런데, 그게 아니고... 이혼하려고 한단다. 최선을 다해 살아왔는데 이젠 지쳤다나? 그래서 난 그의 말을 들어주며 하염없이 술잔을 비웠고, 다음날 아침 테니스를 치는데 속이 거북해서 무척 힘들었다.

그 뒤에도 S는 계속 전화를 해왔다. "민아, 나 힘들어. 너랑 술한잔 하고 싶어" 난 금요일쯤 되면 다음주 스케줄이 쫙 잡히는 놈이라 그의 요구에 응하지 못한 적도 많았지만, 그래도 몇 번은 술자리를 같이했다. 왜소해 보이는 체격에도 S는 술을 아주 잘 마셔서, 그와 한판 붙고나면 다음날 오전까지 힘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니가 이혼하는데 왜 내가 더 힘들지?' 심지어는 이런 몹쓸 생각까지 했다. '아니 왜 이혼은 안하고 술만 마시자는 거지?'

학생 때도 그런 친구가 있었다. 휴학한다고 1년간 나를 붙잡고 술을 마시던 그 친구는 끝내 휴학을 안하고 제때 졸업을 해버렸는데, 정작 나중에 학교를 쉰 건 나였다!!! 어떤 놈은 군대 간다고 술마시자고 하고, 다른 놈은 애인이랑 헤어졌다고 날 붙잡았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술을 마시는 이유는 술의 힘을 빌어 닥친 일을 잊어 보고자 하는 것이겠고, 굳이 나랑 마시고 싶어하는 건 내가 주량도 웬만큼 되고, 무엇보다 만만해서겠지. 이유야 어찌되었건 어려움을 같이 나누고자 하는 친구로 내가 선택되는 건 좋은 일이다. 몸이 축나긴 하지만 말이다.

옛날에 사귀던 여자친구를 우리집에서 반대해서, 괴로웠던 적이 있다. 그땐 뻑하면 술마시다 울고, 정신을 잃고 그랬으니-무려 5년간이나!-그걸 받아주던 친구들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애도 있는데 이혼을 앞둔 친구는 그때의 나보다 훨씬 더 괴로울 것이다. 그래, 몸이 좀 힘들긴 해도 친구가 날 원하면 가서 마셔줘야겠다. 친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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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08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이혼할 친구 같으면 "야 나 이혼했다. 한잔하자!!"서류정리후 불러내겠죠. 근데 윗분은 혹시 님에게 행복하다고 투정하는게 아닐런지요. 근데 님은 그걸 눈치 못챘는가요?? 그러니 속지 마시고 술좀 줄이십시요

진/우맘 2004-04-08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폭스 만세~~~~

비로그인 2004-04-08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 언니~ 앗싸~ 나 이뽀??

연우주 2004-04-08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폭스는 무조건 언니군...! ^^

다연엉가 2004-04-08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밥 폭스 우주님 순서가 어찌되노?
나도 폭스 만세............. 폭스 이뽀.............

마태우스 2004-04-09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폭스님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