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집어든 경향신문, 다음 기사가 눈에 띈다.
‘비틀린 대학재정, 19개大 땅 소유 여의도 20배…값 10배 뛴 곳도’

요즘 대학이 땅장사를 한다는 건 그리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E 대학은 후문 근처의 땅에 건물을 지어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고, 대학로를 지나다 S대학 소유의 건물을 본 적이 있다. 다른 수입이 없어 등록금만으로 운영하는 걸 알고는 있지만, 학문과 땅장사가 잘 연결이 안되어 눈살이 찌푸려질 때가 많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학교별 토지평가액에서 우리 학교가 1800억으로 당당 1위를 했다는 사실(한양대 1천3백48억원, 홍익대 8백14억원, 세종대 7백98억원). 재단비리로 이사장이 재판을 받는다는 둥, 학교가 부도를 맞았다는 둥 안좋은 기사만 나오던 터라 나도 모르게 밥먹다 말고 만세를 불러버렸다.
우리 학교가 어떻게 기라성 같은 대학들을 제치고 1위를 한 걸까. 기사를 읽어보니 95년에 산 수지 땅이 10배가 올랐다는 것. 그러니 제목에 나온 ‘값 10배 뛴 곳’이 바로 우리 학교 땅이었다. 그래, 맞다. 강남에서 시작된 땅값 폭등은 분당을 지나서 수지, 죽전까지 도달했으며, 별반 한 일 없이 그 땅만 끼고 있던 우리학교는 십년만에 천억원 이상의 이익을 올리게 된 거다.
아까는 만세를 불렀지만 이내 마음이 착잡해졌다. 아직도 땅이 재산증식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된다는 사실에. 십년 동안 땅값이 열배나 치솟는 그런 나라에 무슨 희망이 있을 것이며, 집이 없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주택 보급률이 105%임에도 자기 집이 있는 사람은 45%에 육박한다. 왜? 행자부 자료에 의하면 집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은 무려 1083채, 2등은 819채란다. 전국 10위가 341채고, 30위도 무려 149채다. 집 사는 게 유일한 취미이자 특기인,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집이 많은 내 친구는 명함도 못 내밀 판이다(다섯채). 다들 돈이 없다지만 목 좋은 땅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천문학적 돈이 몰리는 것도 돈을 버는 것은 역시 땅이기 때문일 거다.
노무현의 모든 일에 부정적이긴 하지만, 그가 부동산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건 그래도 바람직하다. 문제는 그에게 그럴 만한 능력이 없다는 것. 참여정부 들어서 아파트 값이 훨씬 더 큰 액수로 올랐다는 보도를 보면서, 말이 많은 사람이 무능하면 말 없고 무능한 사람에 비해 훨씬 더 큰 재앙이라는 옛말을 다시금 떠올린다. 천만다행으로 내게는 그래도 몸을 누일 집이 있다. 감사드릴 일이다.
한가지 더. 갑자기 이사장님한테 시집 안간 딸이 없는지 궁금해진다. 천팔백억이라, 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