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엔 하늘을 무척 많이 원망했다. “이놈의 지긋지긋한 비! 그만 좀 와라!”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 비 덕분에 7월 한달간 덥다는 걸 모르고 지낸 게 다행이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8월부터 난 밤낮으로 더위에 시달리는 중이다.
사우디에 갔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더위에 숨이 턱턱 막히긴 했지만, 습도가 별로 높지 않아 땀은 별로 나지 않았다. 근데 우리나라는 늘 습도가 60%를 넘어, 짜증을 부채질한다. 예컨대 지하철 홍대역까지 400미터를 걸어가는 동안, 내 등과 가슴은 다 젖어 버린다. 밤이라고 상황이 달라질 게 없어, 선풍기를 3번으로 틀어도 잠을 이룰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엊그제는 세숫대야에 물을 떠와서 수시로 몸에다 끼얹으며 잤는데, 그래봤자 새벽 세시 이전에 잠이 든 적이 없었다. 우리집 앞에 높은 건물이 하나 있고, 거기서 내뿜는 더운 공기가 죄다 우리집으로 향하니 얼마나 덥겠는가.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난 에어콘을 한번도 튼 적이 없었다. 작년, 재작년에도 그랬다. 에어콘을 틀면 전기요금이 무지 나온다는 생각에 스위치를 누를 수가 없었던 것. 틀려면 더 더운 낮에 틀어야지, 해도 진 밤에 왜 트냐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제부터 마음을 바꿨다. 계기는 내 여동생 때문. 요 며칠간 애랑 같이 우리집에 있으면서 내가 그렇게 아끼는 에어콘을 ‘하루종일’-이건 엄마의 표현이다-틀었단다.
술을 한잔 걸치고 들어간 어제, 난 할머니를 깨워 마루에 자리를 깔아 드렸다. 그리고는 드디어 에어콘 스위치에 손가락을 얹었다. 부웅 소리와 함께 시원한 바람이 나왔고, 짜증나던 열기는 금방 사라졌다. 할머니는 “시원하다”며 좋아하셨고, 나도 간만에 푹 잤다 (그래도 내가 모진 놈은 아닌지라, 새벽 3시 정도에 끈 기억이 난다). 틀어봤자 앞으로 열흘이 고작, 재벌2세답게 팍팍 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