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4월 24일(월)
마신 양: 소주, 폭탄주, 소주
1) 여학생
전에도 얘기했지만 내 지도학생은 다섯명이다. 1인당 평균이 두명인데 내가 많은 이유는 남다른 지도능력을 인정 받아서,라는 것도 이미 얘기했다. 문제는 그들이 모두 남자라는 것. 난 사실 남학생이 더 편하지만, 학생들이 불만이었다.
“신입생 중 여학생을 뽑아 주세요. 우리도 여학생하고 지도모임 하고 싶어요.”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학생지도 담당에게 부탁을 했다. 일은 잘 풀렸다.
“당신처럼 지도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면 여섯명도 문제가 없으리라고 생각해요.”
학생들은 기대에 부풀었고, 미모가 기준이었겠지만, 영입할 후보 여학생의 이름까지 내게 가르쳐 줬다.
막상 분담지도 명단이 발표된 후 학생들은 심한 좌절에 빠졌다. 지도학생은 작년하고 변함이 없었다. 학생지도 담당에게 연락을 했다.
“아, 그거요? 학장님이 잘랐어요. 다 두명인데 다섯명도 많다면서....”
하지만 희망은 있다. 지도학생 중 두명이 본4, 즉 내년에 졸업을 한다. 그리고 남은 학생 중 한명을 내보낼 생각이다. 물론 모일 때는 그 학생도 참석하는 거니, 일종의 위장전입이 되겠다. 그럼 두명이 남는다. 남다른 지도능력을 인정받는 사람이니 세명을 하겠다는데 설마 반대하랴. 음하하핫.
2) 폭탄주
난 폭탄주를 절대로 돌리지 않는 사람이다. 아까운 양주를 왜 맥주와 섞어 마시며, 왜 강제로 먹인단 말인가. 하지만 가끔은 폭탄주를 돌려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학생 하나가 내게 가정용 양주 한병을 선물한 것. 회와 양주는 전혀 어울리지 않기에 할 수 없이 맥주를 시켰고, 너무 독하지 않게 폭탄주를 만들어 ‘원하는 사람에 한해’ 마시라고 했다. 하지만 내 취지와는 달리 폭탄주는 순번에 따라 돌려졌는데, 원래 의도에 상관없이 왜곡된 문화가 동일한 결과를 낳는다는 마이크 무시나의 경구가 떠오르는 대목이었다.
3) 소주
소주 시장의 공룡은 뭐니뭐니 해도 참이슬이다. 두산에서 아무리 특별한 소주를 만들어내도 입맛에 길들여진 참이슬을 이길 수는 없었다. 최근 출시된 ‘처음처럼’ 역시 초창기의 점유율을 바꾸지 못했고, 내 주위 사람 중 처음처럼을 먹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나 또한 ‘처음처럼’이 쓰게 느껴져 쭉 참이슬만 시켜 왔다. 그러던 어느날, 이들이 과연 소주맛을 아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잔 두 개에 처음처럼과 참이슬을 한잔씩 따른 후 어느 게 참이슬이냐고 물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세명 모두 답을 틀려버린 것. 그 중 한명은 “처음처럼은 도저히 못먹겠더라.”며 참이슬을 열렬히 옹호한 사람이었다. 이번 지도학생 모임에서 그걸 다시 시도했다. 네명이 도전했고, 모두 틀렸다.
우리가 술을 마시는 건 그러니까 브랜드를 마시는 것과 같다. 모르고 먹으면 괜찮을 텐데, 상표가 있으니 더 맛있게, 혹은 더 맛없게 느껴지는 거다. 그 사실은 옛날 펩시에서 눈을 가리고 맛있는 콜라를 고르도록 한 이벤트에서도 이미 증명된 것, 하지만 사실과 감정은 다르니만큼 앞으로도 난 쭉 참이슬을 마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