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1월 10일(화)
마신 양: 소주 한병, 맥주 1500

한국의 회식문화는 폭식을 유도한다. 사실 짜장면 한그릇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사실은 아니다. 만두도 같이 먹어야 한다). 그런데 중국집에서 회식을 하면 요리를 먹고 또 짜장면을 먹는다. 공기밥 한그릇은 충분히 배가 부르다. 하지만 일식집에 가면 회와 쯔끼다시를 먹고 나서 매운탕에다 공기밥 한그릇을 먹는다. 식사로 냉면만 먹는 사람도 있는데 우린 꼭 고기를 먹고 냉면을 먹는다. 냉면을 안먹을 수는 없는가? 없다. 그걸 안먹으면 왠지 정리가 안되는 느낌이 드니까. 회식은 그래서 다이어트의 영원한 적이다.

아는 분과 공덕동에서 만나 ‘하나 하나’(제육과 김치찌개를 뜻하며, 그집의 주요 메뉴다)를 시켰다. 공기밥 한그릇에 소주도 한병씩 먹었다. 그리고 나서 2차를 가서 맥주를 각각 1500cc씩 마셨다. 그런데도 집에 가니까 뭔가 허전하고 배가 고프다. 뭐가 문제였을까. 우리 회식문화가 폭식을 유도하는 까닭은, 술이라는 건 사람을 배고프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무리 안주를 많이 먹어도 집에 갈 때면 꼭 떡볶이나 라면 같은 게 생각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술먹은 다음날 지독한 공복감에 잠이 깬 기억이 다들 한번씩은 있지 않은가? 그날 난 안주에 술을 먹은 게 아니었다. 그 대신 밥을 먹으면서 반주를 곁들인 것. 하지만 반주로 삼기엔 술의 양이 너무 많았고, 그 결과 집에 와서 배가 고팠던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배고픔의 유혹을 이기고 자버렸다면 좋을 테지만, 내가 그런 사람이면 오늘날의 몸매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 대신 난 어머니한테 배가 고프다고 했고, 간만에 아들이 밥먹는 게 신이 나 어머니는 돼지고기를 후라이팬 가득 구워 주셨다. 다음날 아침 뼈저리게 후회를 했지만, 이미 체중은 2킬로가 늘어난 뒤였다.

사족: 윤리 문제에 대해 말하고 싶다. 그 하나하나 집에서는 반찬으로 약간 큰 계란말이가 다섯개 나온다. 예의를 차리느라 한 개만 먹는 사이 그는 세상에, 계란말이 세개를 다 먹어치운다. 남은 한 개는 당연히 내 몫이었지만, 달랑 하나 남은 걸 먹기엔 내가 너무 예의가 발랐다. 게다가 그가 자꾸 계란을 주시하는 느낌….난 숟가락으로 계란을 두동강낸 후 반쪽을 먹었다. 그러자 그는 당연하다는 듯, 나머지 반쪽을 먹는다. 계란 한 개, 더 먹을 수도 있고 덜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개 반과 한 개 반이라면 좀 너무하지 않는가? 이 세상이 점점 각박해짐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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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돌이 2006-01-12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섯번째는 왜 건너뛰나요? ^^ 전 연 50회로 끊겠다는 말도 안되는 결심 이후 아직까지는 잘 실천하고 있답니다.

마늘빵 2006-01-12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 죄송합니다. 저도 안주를 잘 축냅니다. 술을 잘 안먹게 되고, 조금 먹고 취하게 되면, 자꾸 먹게 되더군요. 흠.

moonnight 2006-01-12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2번째 집에서 드셨나봐요. 그 집 아주머니 이젠 마태님을 단골로 인정하시죠? ^^ 술을 마시면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중추가 마비된다더군요. 그래서 실제로 배는 부른데도 자꾸만 뭔가 먹고 싶어지는 거래요. ㅠㅠ 이래선 안 돼. 생각하면서도 술마시면서 먹는 안주나 술마신 후 먹는 라면은 어찌나 맛있는지 -_-+ 그건 그렇고 계란말이 세개 반과 한개 반은 너무해욧. 제가 사는 곳에 계란말이 대빵대빵 크고 맛있게 만드는 곳이 있는데 모시고 가고 싶네요. ^^

커피우유 2006-01-12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합니다..안주나라 여왕 백 (__)

2006-01-12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6-01-12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픈달님/6번째는 부리가 해결할 겁니다.
아프락사스님/그때 보니까 안주도 별로 안드시던데요? 매너님이 한 세배는 더 드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달밤님/그, 그게요, 본점은 만원이라 별관을 갔답니다. 앞으로 또 가도 구박받을 것 같아요. 으음, 그게 포만중추가 마비된 탓이군요.... 나쁜 술...
커피우유님/아닙니다. 전 여성 분과 야클님의 안주발에는 무지하게 관대합니다.
새벽별님/그, 그래도 계란말이에는 예의를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2006-01-12 1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6-01-12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음식을 앞에 놓고 주춤주춤하는 것은
계란말이에 대한 예의가 아니옵니다... 오직 잽싸게.

Mephistopheles 2006-01-12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니까 송년회때에도 샤부샤부+정종+소주로 시작해서 중간에 맥주+안주 끝으로 오뎅집가서 정종+소주+오뎅..이였네요.. 마태님 글보니까 그날 엄청 먹었네요.

야클 2006-01-12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난 뭐든 잘 먹는 사람이 좋아요. ^^
그리고 이건 상관없는 얘긴데...

저 계란말이 잘해요. 냐하하~~~~

moonnight 2006-01-12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야클님 진짜요? 저 계란말이 좋아하는뎅. +_+; (불쑥. 엉뚱한 인간이 군침 흘리는 ;;)

모1 2006-01-12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우 2킬로라고 생각하는 전 이상한 사람일까요? 그런데...계란말이 무척 맛있나 봐요? 5개 밖에 안 나오다보니 그 치열함(?)이란..

검둥개 2006-01-13 0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계란말이에 대한 보론이 너무 멋져요. 저두 계란말이를 좋아하거든요.
정말 왜 술만 마시면 더욱더 배가 고플까요. 배가 터지게 안주를 먹으면서 술을 마셨는데도요... 흠흠.

다락방 2006-01-13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난 고기먹고 난 후에 냉면도 좋지만 된장찌개랑 공기밥도 꼭 먹어요. 결론으로 말씀드리자면 죄다 먹어댄다는. 그리고 마태님 말씀처럼 어째서 안주를 많이 먹어도 집에 갈때 라볶이가 먹고 싶고, 오뎅이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걸까요? ㅜㅜ

코마개 2006-01-13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은 인생의 자세가 진지하지 못하군욧!!
좌우명 하나 알려 드리죠.
"먹는데서 밀리면 인생에서 밀린다!"
써두고 아침마다 복창하세요.

한솔로 2006-01-13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재밌다면 재밌는 또는 자학적인 기록이 있군요. 저도 함 흉내 내볼래요.

마태우스 2006-01-13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솔로님/술일기에 달밤님도 동참하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술일기를 쓰시면 좋겠어요.
강쥐님/사실은요 제가 계란말이를 좋아한답니다. 앞으론 안밀릴께요 화이팅.
다락방님/공기밥과 된장찌개도 맛있지요. 죄다 먹어댄다는 님의 말씀 캡 웃겨요^^ 그리고... 안주 많이 먹어도 떡볶이 생각이 나는 건 술먹는 게 에너지를 많이쓰는 노동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요^^
검둥개님/배고픔을 아신다니 님도 진정한 술의 맛을 아는 겁니다. 그리고 계란말이를 좋아하신다니 님도 풍류를 아는 분이세요.
모1님/그 계란말이가 맛도 있지만 제가 워낙 계란말이를 좋아해요 호홋. 글구 2킬로면.. 으으...
달밤님/앗 저의 소중한 야클님을 빼앗어가려구요?
야클님/님이 해주시는 계란말이 먹어보고 싶습니다^^
메피님/그렇군요. 담날 차근차근 따져보면 늘 엄청 먹었다, 이런 결론이 나오지요^^
칼19렌님/앞으로는 예의를 갖추겠습니다^^
속삭이신 분/꾸벅.

2006-01-13 1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kleinsusun 2006-01-17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한끼에 2kg가 차이나요? 마태님 넘 유연하고 탄력적이시다....ㅎㅎ

2006-01-17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1-19 0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1-22 2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1-23 2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