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영화리뷰는 안본 영화는 보고 싶게, 이미 본 영화의 경우엔 내가 미처 몰랐던 영화의 의미를 깨닫게끔 해준다. ‘메멘토’란 영화를 보긴 했지만 ‘잘 까먹는 남자가 주인공이다’는 것밖에 기억하지 못했었는데, ‘영화, 철학을 캐스팅하다’에 실린 리뷰를 보고서야 그 영화의 줄거리와 그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나서 무릎을 쳤었다 (그때 생긴 멍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영화가 술, 테니스, 책과 더불어 4대 취미인지라 영화를 심심치않게 많이 보지만, 영화 리뷰는 정말이지 허접하기 이를 데 없다. 나라고 잘쓰고픈 마음이 왜 없겠냐만, 스포일러를 피하려다보면 뭘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결국엔 영화를 보고 나서 술마신 얘기나, 같이 본 미녀에 대해 끄적거리다 만다. 아주 우연히 영화 동아리에 가입을 했고, ‘영화의 이해’같은 책들을 스터디하게 되었다. 영화에 대한 내공 쌓기에 혈안이 되었던지라 누구보다 열심히 모임에 나왔고, 관련 자료를 다 읽은 사람도 내가 거의 유일한데, 나는 여전히 허접한 리뷰만 쓰고 있다. 그 동아리에서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영화 사이트를 만든 건 올해 초, 2주마다 업데를 한다는 초창기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다들 각자의 생활에 바쁜지라 영화 리뷰를 쓸 시간도, 아니 영화를 볼 시간조차 없는 듯했다. 영화 동아리의 구성원으로서 아무것도 안하면 안될 것 같아 메인이 아닌 자유게시판에다 허접한 영화 리뷰를 올리기 시작한 건 몇 달 전부터. 하지만 워낙 글이 없다보니 내가 올린 글이 메인에 올라오는 일이 종종 생긴다. 내 영화평 정도를 보기위해 우리 사이트를 일부러 찾을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기에, 난 괜히 미안했다. 엊그제는 내가 ‘그림형제’에 쓴 영화평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너무 주관적인 영화해석입니다. 솔직히 해석도 아니군요. 타당성도 없는 말로 근거로 삼고. 패자부활전을 이은다면서도 거울을 깨뜨렸다 그거 하나로 명백을 이은다고 말씀하시나요? 음. 영화를 비평을 어떻게 하시는지 모르면 배운다음에 하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대체 어떤 비평가가 자기 주관적으로 비판만하고 끝냅니까? 학교는 제대로 나오셨지요?. 문법이 하나도 안이어지고 그냥 불평불만을 꺼놓기만 했네요. 들어와서 그림형제가 아니라 당신의 글을 읽고 불편하네요.]
[전 개인적으로 위의 영화평이 너무 주관적이라고 비판한다기보다 별로 내용상 끌리는 점이 없군요. 글도 잘쓰지는 못하는 것 같고.]
나 역시 이분들의 댓글에 동의한다. 생각해보면 영화 동아리 스터디 후에도 영화에 관한 글을 꽤 읽은 것 같은데 발전이란 게 없다. 잘쓰고픈 마음은 굴뚝같은데 말이다. 그러다가 기회가 생겼다. 한겨레가 어렵다는 지인의 권유에 따라 ‘시네21’을 일년간 구독하게 되었다. 지난주 첫권이 왔고, 난 줄을 빡빡 쳐가면서 첫권을 읽었다. 지금까지 읽은 영화책처럼 시네21 역시 내게 하등의 변화도 주지 못할지, 아니면 일년 후 조금은 나아진 영화평을 쓰게 해줄지. 그나저나 다른 분들은 왜 그렇게 영화평을 잘쓰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