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달의 제단’의 작가 심윤경님이 글쓰기에 관한 강의를 한 날이었다. 수업을 들은 예과 애들 중 오늘의 강의가 어떤 가치가 있는지 알아챈 사람은 별로 없으리라. 일부 애들은 토익 공부를 했고, 어떤 애들은 자기들끼리 떠드느라 바빴다. 물론 대부분은 심작가의 강의를 잘 경청했고, 수업 후 질문도 몇가지 했지만.
작가에 대해 존경심을 갖고 있는 나는 심작가가 수업 후 그냥 가면 어쩌나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고, 심작가는 점심을 함께 한 데 이어 커피까지 먹고 갔다. 그리고 그 동안 걸려온 전화는 “저희 신문에 칼럼 좀 써주세요.”나 “다음 책은 저희랑 같이 합시다.”같은 게 아니라 “고객님!”으로 시작하는, 별반 영양가 없는 전화였다.
심작가의 강의를 들으며 느낀 건, 그녀가 참으로 똑똑한 작가라는 사실이다. 말을 하다보면 한두번 정도는 말이 꼬이는 게 우리네 삶인데, 심작가의 말엔 하나의 삑싸리도 없었다. 전에 이런 사람을 딱 한번 만난 적이 있다. ‘패닉’이란 그룹을 만들었던 이적 씨, 별밤을 맡은 첫날부터 그는 완벽하기 짝이 없는 진행을 했다. 말실수가 하나도 없어 별밤 작가들로부터 ‘기계’란 소리까지 들었던 이적, 오늘 심작가의 강의를 들으면서 난 그를 잠시 떠올렸다. 처음 쓴 장편을 가지고 바로 등단을 해버린 건 심작가의 천재성 때문이지 결코 우연한 건 아니었을 거다.
강의 중 심작가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소질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관심법, 나는 밥을 먹으면서 그게 정말이란 걸 확인했다. 커피를 마시고 난 뒤 심작가는 “서울 가는데 모셔다 드릴까요?”라고 했다. 내가 스케줄을 확인한다며 바쁜 척을 하자 그녀는 관심법의 진수를 보여준다. “할일 없는 거 다 알아요.”
결국 난, 학교로 돌아가 내방 불을 껐고, 심작가의 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그 동안 나눴던 주옥같은 얘기들을 여기다 쓸 수는 없겠지만 심작가의 유머가 정말 대단하다는 것만 밝힌다. 유머평점 10점 만점에 8.3 정도? 점심을 같이 먹은 심작가의 친구도 보통은 아니어서 그 둘이 구사하는 유머에 난 그저 웃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
유머만 그런 게 아니었다. 중국집에서 점심용으로 나온 코스요리를 둘은 하나도 남기지 않았고-난 배불러서 빵을 약간 남겼다-커피를 마시면서 케이크까지 먹는 여유를 보였다. 여기서 난, “좋은 글은 밥에서 나온다.”고 말했던 에릭 시걸의 경구를 떠올렸다.
심작가는 그때 교보 싸인회에 와준 알라디너들에게 감사한다고, 언제 한번 번개에 나가겠다고 했다. “토요일보다는 평일이 좋아요.”라고 했던 심작가는 “생각해보니 주말이 좋아요.”라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녀의 스케줄에 맞춰서 번개를 한번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심작가님, 강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미모와 유머를 갖추신 친구분께도 좋은 시간을 같이 보내준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 추신: 강의 후 심작가의 싸인이 담긴 책 세권을 나눠줬다. 문제를 내서 맞춘 사람에게 줬는데, 3번째 문제가 이거였다.
“심작가가 몇 살로 보이나?”
눈치빠른 애들이라면 정답으로 생각한 스물둘을 고르겠지만, 이것들이 정치적인 마인드가 없어서 그런지 91학번의 나이를 계산해 “서른셋!” “서른넷”을 외친다. 어떤 애가 “서른!”이라고 하기에 “정답에 근접하고 있다.”고 힌트를 줬는데, 그 다음 애가 “서른 다섯!”이라고 한다. 정답은 결국 스물다섯이라고 한 학생에게 돌아갔지만, 애들이 이렇게 직언만 해서야 어찌 큰사람이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