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빔밥은 전주가 맛있다. 서울에도 ‘전주비빔밥’이란 간판을 내건 집이 여러곳 있지만, 전주에 가서 먹는 비빔밥과는 차원이 틀리다. 중학교 때인가 처음으로 전주에서 콩나물 비빔밥을 먹었는데, 그게 어찌나 맛있는지 아직도 기억이 난다. 3년쯤 전 연구를 위해 전주에 들렀을 때 ‘한국관’에서 비빔밥을 먹었다. 가격이 좀 비싸긴 했지만 내가 내는 것도 아니었고, 그 가격보다 두배쯤 되는 만족을 내게 선사했다. 난 그릇에 붙은 밥알 한톨까지 주워먹었다.
남원은 추어탕이 맛있다. 서울의 어느 곳도 남원 원조를 따라갈 수 없다. 하지만 춘천의 닭갈비는 예외다. 춘천의 명동이란 곳에 가서 원조 간판이 붙은 닭갈비집에 들어갔다. 서울 닭과 그다지 차이가 없는 듯했는데, 참고로 난 서울서도 닭갈비, 환장하면서 먹는다. 그래도 춘천 막국수에는 뭔가 신비한 게 있어서, 다른 곳의 막국수와는 비교도 안되는 맛을 내준다.
이렇듯 고장마다 맛있는 게 있기 마련, 내가 근무하는 천안은 호두과자가 명물이다. 가끔씩 원조집에서 포장해서 파는 호두과자를 선물한 적이 있지만, 난 그 호두과자를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 더 나쁜 건, 나만 안먹는 데 그친 게 아니라 어머님께 선물해본 적이 없다는 거다. 요즘 부쩍 엄마한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엊그제 기차에서 파는 울릉도 오징어를 사간 데 이어, 오늘은 원조 호두과자를 사서 엄마와 할머니께 드렸다. 변명을 하자면 내가 호두과자를 안샀던 까닭은 선물용으로 포장된 호두과자는 식어서 맛이 없을 것 같아서인데, 그게 사실이라면 선물용 호두과자가 그렇게 날개돝힌 듯이 팔릴 리가 없다. 아무튼 난 오늘 큰맘먹고 호두과자를 샀고, 할머니는 여섯 개, 어머니는 15개나 드셨다. 그럼 나는? 모르긴 해도 한 열개는 먹은 것 같다. 한개를 무심코 먹었더니 맛이 장난이 아닌지라 자꾸 먹게 되었는데, 이런 것이 바로 원조의 힘인가보다. 1만원짜리를 샀는데 우리 셋이 먹긴 좀 많아 나은 걸 실온에 보관 중인데, 내일 할머니를 꼬셔서 다 먹어버려야겠다. 날씨가 선선해졌어도 오래 두면 변한다고 하니까. 갑자기 병천순대 생각이 간절하다. 비가 와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