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7월 16일(토)
누구와: 미녀 둘과
마신 양: 소주 두병 플러스 알파.

미녀 둘과 춘천에 놀러갔다 왔다. 남녀사이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통념에 정면으로 반하는 우리 셋, 같이 있으면 늘 편하고 좋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서로가 사심이 전혀 없다는 것이고, 또 다른 이유는 서로의 다름을 존중한다는 거다. 한명이 술을 안먹어도 마시라고 강요하는 대신 마시고 싶은 사람만 마시는 게 우리 모임의 미덕이다. 물론 말이 그렇다는 거지, 오늘도 웬만큼은 마셨다. 송어회를 안주로 소주 1병씩을 마시고, 닭갈비집에 가서 소주 한병을 다시 비웠다. 오는 기차 안에서 내내 잤다.


3년 전인가, 어머니, 할머니, 누나 애들을 데리고 춘천에 놀러간 적이 있다. 그때 춘천댐 근처에서 회를 먹었는데, 옆에 시냇물이 흐르는 환상적인 분위기에 그보다 더 환상적인 회, 그리고 맛이 끝내주는 매운탕을 먹으며 소주를 비웠던 기억은 좀처럼 잊혀지질 않았다. 그다음부터 난 누가 어디 놀러가자고 하면 춘천 가자고 노래를 불렀는데, 막상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어언 3년이 걸렸다.


물론 훼방꾼도 있었다. 기차에서 내려 택시를 탄 뒤 춘천댐을 가자고 했다.

기사: 뭐 하시게?

나: 회 먹으러요.

기사: 아이, 그럼 춘천댐보다 소양댐이 낫지!

나: 어, 그래요?

기사: 춘천댐엔 횟집도 별로 없어. 소양댐에 많지!

즉석 회의 끝에 우리는 소양댐으로 방향을 바꿨다. 2만원 가까이 택시비를 들인 끝에 소양댐에 도착, 하지만 왠지 불안했다. 횟집이 하나도 없었다.

나: 횟집은 어디 있어요?

기사: 저기!

아저씨는 그대로 택시를 돌려 도망가 버렸다. 아저씨가 가리킨 곳은 정통 횟집이 아니라 그냥 휴게소 비슷한 곳인데, “회도 팝니다”라고 써있다. 그런 회를 먹으려고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도대체 왜 이런 사지로 우리를 끌고왔담? 겨우 택시를 잡아타 춘천댐으로 갔다.

나: 소양댐에 횟집이 많다고 해서 왔더니, 하나도 없네요.

기사: 아이, 소양댐엔 횟집이 없지! 청평사로 건너가야 몇 개 있는데, 영 부실해. 횟집 하면 역시 춘천댐에 가야 해.


다시 2만원을 들인 끝에 도착한 춘천댐, 그곳은 횟집으로 붐볐다. 기억을 더듬어 3년 전에 갔던 횟집을 찾았다. 아, 그집은 ‘풀장횟집’이란 간판을 내걸고 여전히 성업 중이었다. 3년 전 내가 그랬듯이 같이 간 친구들도 그집의 환상적인 분위기에 “너무 좋다!”를 연발했다. 회는 여전히 맛있었고, 회를 안먹는 친구를 위해 시킨 감자전과 도토리묵은 좀 지나치게 맛이 있었다. 매운탕까지 먹고 난 뒤 냇가에 발을 담군 채 물싸움을 했다.


끝은 좋았지만 난 그 택시기사 아저씨를 이해할 수 없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지 왜 춘천댐에 가려는 사람을 소양댐에 데려다놓고 도망간 걸까. 오늘 모임의 옥의 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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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7-16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무슨 그런 기사분이 있으시대요? ㅡ.ㅡ 택시 번호라도 적어놓지 그러셨어요!

날개 2005-07-16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마태우스님 글 읽고나면 왜 자동으로 추천을 누르고 있을까요? 미스테리야~

야클 2005-07-16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토요일 보내셨군요. 저 보다 훨씬.

싸이런스 2005-07-16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춘천....약오르다 고소하다 ^^;;;

마늘빵 2005-07-16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택시기사가 돈벌라구 일부러 그런거 아닌가...

soyo12 2005-07-17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한번도 춘천을 가본 적이 없어요.
마치 독일의 그 길을 걷고 싶은 것처럼 아련히 가고 싶은데,
ㅋㅋ 혼자서 갈 용기는 없고, 주변에서는 늘 호응을 안해주네요.^.~

니르바나 2005-07-17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옘병헐! (장편소설속 인물의 어투로)

비로그인 2005-07-17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취해서.. 글이 눈에 잘 안들어옵니다만... 술일기 너무 좋은 생각인것 같아요.
저도 앞으로 써볼까합니다 ㅋㅋ 마태우스님. 이웃이 되었으니 이제 자주올께요. ^-^

로드무비 2005-07-17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도 팝니다'라고 써붙인 식당에서 회 안 사드신 건 정말 잘하셨네요.
그나저나 님이 얼마나 얼빵하게 보였으면 기사님이 그랬을까요?=3=3=3

울보 2005-07-17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로드무비님 너무 해요,,
얼빵,,,
저 춘춴이 고향인데,,
제게 물어보시지,,ㅎㅎ
소양댐은 닭갈비가 많지요,,막국수랑,,,
춘천댐은 회도 많고 오리고기집도 맛난집 있는데,,

▶◀소굼 2005-07-17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흥..춘천얘기하시니 닭갈비가 땡기네요-_ -;

비로그인 2005-07-17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반드시 울보님께 자세에에히 물어보고 춘천 갈겁니다, 그래야 택시비 아끼지...히힛!

진/우맘 2005-07-18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도 팝니다" 집 주인아줌마 남편인게지요....ㅡ,,ㅡ

마태우스 2005-07-18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호호, 그런가봐요^^
별사탕님/제가 진작 알았으면 울보님께 자문을 구했을텐데요...
소굼님/닭갈비, 춘천 건 진짜 맛있더이다. 배가 안고파도 입에서 녹더이다^^
울보님/다음부턴 절대로 안속을 거예요!! 님이 춘천 출신이신 거 몰라뵈서 죄송^^
로드무비님/그러게 말입니다. 하지만 춘천댐으로 다시 택시를 타고 간 건 한 미녀의 말대로 정말로 대단한 결정이었습니다. 전 사실 "그냥 저기서 먹을까?"라고 했었거든요.
가시장미님/아, 네...술일기에 동참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지니 저도 좋습니다
니르바나님/그 기사분, 인상착의는 기억나는데...
소요님/흐음, 어쩔 수 없군요. 저랑 가셔야겠어요^^
아프락사스님/그렇게 생각을 하려해도 택시비가 소양댐과 춘천댐이 비슷하단 말이죠..
싸이런스님/피, 그래도 결국 맛있는 회는 먹었다구요!
야클님/그럼요, 토요일 아주 즐거웠습니다. 하핫.
날개님/그, 그건.... 추천을 유도하는 장치를 비싼 돈 들여서 산 탓입니다. 강력한 기를 내뿜어 추천을 하게 만들죠^^

꾸움 2005-07-18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크..
그 택시아저씨 너무 나쁘다~
그런식으로 돈 벌고 싶으실까 몰라~ 그져~
ㅎㅎ...

기인 2006-05-24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퍼갑니다. 요즘 회 먹고 싶어서 죽겠는데, 토요일에 박사시험 때문에 계속 참고 있었습니다. 토요일날 회를 먹을 수 있을까요? 못 먹을 것 같아요. 같이 시험보는 사람들은 고기파거든요. ㅠㅜ 저는 고기 회 가리지 않는데, 요즘은 회가 이상하게 땡기네요. 이거 저장했다가 거기 꼭 가보려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