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쓰는 메일에는 ‘수신확인’ 기능이 있다. 상대가 내 메일을 열어봤는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기능 말이다. 일부에서는 이게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얘기하지만, 그 정도로 높은 인권의식을 갖지 못한 나로서는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보라고 보낸 메일을 상대가 확인했는지 여부를 아는 게 나로서는 도움이 되니까. 예컨대 수신을 해놓고서 “못받았다”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게 “너 인간이 돼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순전히 그 기능 덕분이 아닌가. 그 메일계정이 죽어있는 건지 아닌지 앎으로써 쓸데없이 죽은 메일주소로 사연을 보내는 일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기능은 가끔, 아니 자주 날 어이없게 한다. “이것 좀 빨리 보내 주세요”라고 다급한 목소리로 연락을 해서 메일을 보내면, 하루이틀 사흘나흘, 심지어 일주일이 다 되도록 열어보지 않는 경우. 급하지도 않으면서 그는 왜 “급하다”고 말을 한 걸까.
-시험문제를 빨리 내달라는 공문을 받고는 그 이튿날 문제를 내서 보낸 적이 있다. 하지만 공문에 적힌 마감 기한을 닷새나 넘기고서야 내가 보낸 메일은 수신확인이 되었다.
-인터넷 신문에서 기사를 써달라기에 보냈다. 마감 날짜가 월요일까지라 월요일 새벽에야 겨우 원고를 보낼 수 있었는데, 메일은 일주일간 계속해서 수신 확인이 안되어 있다. 그 신문은 거의 매번 그랬기에, 나중에는 마감 같은 데 별로 개의치 않고 기분 내킬 때 원고를 보냈던 기억이 난다.
-다른 사람을 모 매체와 연결시켜 준 적이 있다. 그가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한다. “언제까지 보내라고 해서 보냈더니 아직도 확인 안했어. 정말 걔네들 왜그래?” 소개시켜 준 내가 민망했다.
이렇듯 수신확인 기능은 내가 쏟는 정성만큼 상대도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여부를 알려주는 좋은 기능이다. 인권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지만 열어봤는지 아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인권침해가 되는지 모르겠고, 또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인권 수준이 수신확인을 인권침해로 인식할 정도가 되는지 더더욱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