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혈액형 결정론을 그다지 믿는 편은 아니다. A형은 소심하고, B형은 공격적이라든지 하는 말들 말이다. 혈액형은 혈액 내 있는 적혈구의 항원, 적혈구는 산소를 운반해주는 기능을 하며, 단순무식하게 생긴데다 핵도 없다. 그런 놈들이 어찌 복잡다단한 인간의 성격을 규정할 수 있는가. 물론 내가 겁나게 소심하고, A형이긴 하다. 하지만 소심과는 담을 쌓은 아버님이 A형이고, 역시 소심하다고 볼 수 없는 누나, 여동생이 모두 A형인 걸 보면, 내가 소심하다는 것과 A형인 건 그저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혈액형 궁합 같은 것도 믿지 않는다. 그런 건 그저 재미 수준은 되도, 절대적인 진리를 담고 있진 못하다. 애인을 고를 때 혈액형을 고려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데, 혈액형 궁합이 맞는다 그러면 희망을 더 품어볼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오늘 수업에서 외부강사로 오신 분은 교도소에서 십년간 근무한 바 있는 의사였다. 원래 외부강사를 초빙하면 다른 책을 읽는 버릇이 있었는데, 강의 내용이 흥미로워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통계적으로 혈액형과 저지르는 범죄의 유형은 상관관계가 있단다.
A형: 좀도둑이 많다--> 소심한 게 맞나봐!
B형: 살인이 많다--> 과연 공격적이구나!
O형: 폭력범이 많다--> 조폭은 O형이구나!
AB형:강도강간이 많다--> 강도강간이 붙어다니는 이유는 강도가 대개 부녀자 대상이고, 강도질만 하고 마는 놈이 거의 없기 때문이란다. 그니까 AB형은 좀 치사하다고 할 수 있다.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라 대표성이 없다 해도, 혈액형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 통계로 증명되는 걸 보니 신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앞으로도 혈액형을 믿지 않으련다. 혈액형대로라면 A형의 소심한 나는 O형에게 두들겨 맞고, AB형에게 강도강간을 당하고, B형에게 죽임을 당하는 운명이니까.
사족: 그분 말씀에 따르면 소년원과 소년교도소는 교화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며, 그런 데 있던 사람이 나중에 성인 교도소에 간다고 한다. 감옥이라는 것이 교화보다는 격리의 수단으로만 사용되고 있다는 얘기, 대도로 날리던 조세형이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도둑질을 하는 건 한번 범죄자는 영원한 범죄자기 때문이란다. 그런 일련의 사건들이 전과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낳고, 편견은 전과자로 하여금 범죄밖에 길이 없다는 절박감을 심어줄 거다. 교도소가 교화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에는 교도시설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너무도 빈약하기 때문도 있지 않을까. 역시 문제는 복지다. 일반인들에게조차 별반 복지를 제공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재소자의 삶까지 걱정할 단계는 아닌 것 같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