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저는 미모를 겁나게 밝히는 놈입니다. 이 글이 그런 제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퇴근을 하려다 우연히, 정말로 우연히 가수 유니의 사진을 봤다. 보고나서 거의 까무라칠 뻔했다. 그녀는 섹시함이 무엇인지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5초간 정신을 잃었던 나는 평소 비어있던 My picture 칸에 유니의 사진을 저장하기 시작했다. 유니-25까지 저장했을 무렵 난 잊고 있던 기차 시각을 생각했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퇴근을 했다. 다음날, 난 차분한 마음으로 유니의 사진을 들여다봤고, 밑에 달린 댓글들을 분석했다. 많은 이들이 유니의 섹시함을 찬미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많은 숫자가 유니의 미모가 여러번의 성형수술을 거쳐서 이루어진 것이라며 비난을 하고 있었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각고의 노력을 통해 한국 굴지의 기업을 일군 회장이 칭송되듯, 노력해서 예뻐진 것도 찬사 받아야지 않겠는가. 미모만을 떠받드는 이 세상에서, 예뻐질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태어난 얼굴 그대로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가. 그들은 필경 유니가 자신의 삶과는 전혀 무관한, 즉 자신의 애인이 될 확률이 0%에 가까운-연예인이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이리라.
이제 대한민국은 유니가 평정하겠구나 싶었던 나는 인터넷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군인들이 뽑은 가장 섹시한 연예인 부문에서 듣도보도 못한 채연이 유니를 압도적인 표차로 제치고 1위에 오른 것. 눈에 초점이 없는 엄정화를 스타로 띄웠듯, 군인들에게 인정받는다는 것은 섹시 스타로 가는 지름길이 아닌가. 하지만 기사에 나온 채연의 사진을 보니 예쁜 구석이 별로 없다. 군인들이 이제 외모보다는 내면을 따지기 시작했구나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지인 1: 얼굴은 그냥 그런데, 뮤직 비디오 보면 정말 섹시해요.
지인 2: 선생님이 몰라서 그래요. 채연이 얼마나 섹시한데요.
어쩌면 그건 섹시함이 무엇인지에 관한, 30대 후반의 나와 20대 초반의 젊은이들 사이의 세대차를 나타낸 것일 수 있다. 나야 가슴 윗부분이 보일듯말듯하고 망사스타킹만 신으면 헥까닥 넘어가지만, 요즘 애들은 그런 것에 현혹되지 않고 냉정하게 평가한다는 얘기다. 내가 20대 시절의 군인들은 실제로 “할머니도 예뻐 보인다”고 실토했지만, 군대에서도 얼마든지 예쁜 연예인을 볼 수 있는-TV나 인터넷을 통해-요즘 애들은 보다 정확한 판단이 가능한 것. 군인들이 채연을 더 섹시한 연예인이라 했다면, 그 말이 맞을게다.
유니의 사진 중 가장 덜 야한 거예요...
엊그제 저녁을 먹다가 본 군인들 프로에서 날 깜짝 놀라게 하는 사건이 있었다. 초청가수로 송대관이 나와 노래를 부르고 있었던 것. 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인들이 있기에 우리가 편하게 일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법, 국방의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송대관의 출연은 힘들게 복무하는 군인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 아니었을까.
* 유니가 들고나온 노래가 ‘call call call’이라는 건 참 신기한 일이다. 월드컵 가수로 잠시 떴던 미나가 ‘전화받아’를 들고 나온 걸 보면, 섹시한 애들은 전화로 어필하려는 경향이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