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보다보면 어쩜 저렇게 우리 마음을 잘 표현했을까 감탄이 나올 때가 있다. 또한 저게 맞는 말인지 한번 되새겨 봄직한 대사가 나올 때도 있다. 다음 말은 어떤 경우일까. 어머님 손을 주물러 드리려고 억지로 본 <부모님 전상서>에서,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는 김애숙에게 더불어 사는 고모가 한마디를 던진다.

“건강검진 그거, 긁어 부스럼일 수도 있대요. 큰병이라도 발견돼 봐. 그냥 모르고 살다가 죽는 게 낫지...”


사례 1. 건강검진이 긁어 부스럼일까?

70세까지 건강하기만 하시던 친구 아버님, 난생 처음으로 받은 건강검진에서 위암 판정을 받았다. 그것도 말기라 수술도 불가능하다는 거다. 아무런 증상도 없었던 친구 아버님으로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일 수밖에. 그 후 아버님은 다른 암환자들처럼 병원에 입원해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받아야 했는데,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5개월도 못사신 채 돌아가시고 만다. 그러니, 차라리 그때 검진을 안받았다면 그전처럼 사시다 갑자기 돌아가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암이 퍼지기 전에 검진을 받으셨다면 더 좋았을 테니 긁어 부스럼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고, 또 위암이라는 게 계속 증상이 없을 수는 없는 병이긴 하지만, 어차피 5개월밖에 못사실 거, 단 며칠이라도 암을 모른 채 사실 수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별로 논리적이지 못한 생각이 들었었다. 항암치료가 수명연장에 별 도움이 안되고 암의 통증과 맞먹는 고통을 환자에게 준다면 그런 치료를 꼭 해야 할까 하는 생각. 나 같으면 그냥 되는대로 살겠다고 할 것 같다.


사례 2. 이 경우는 확실히 긁어 부스럼?

친구가 건강검진을 했다. 이왕 하는 거, 좀 비싼 돈을 들여 했더니 호르몬 농도 등 별의별 항목까지 다 검사를 해준다. 다 괜찮았는데 류마티스성(류마토이드) 관절염 인자가 양성으로 나왔다. 갑자기 걱정이 된 그 친구, 그 병에 걸리는 게 아니냐고 걱정이 태산이다. 그 인자가 있다고 반드시 관절염에 걸리는 게 아니고, 원인을 모르니 대비책도 없는 판에, 걱정만 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내가 아무리 “맘 편하게 살면 된다”고 해도 친구에게는 별 위로가 안되는 듯했다. 지금도 그 친구는 자기 무릎을 바라보며 혹시 붓지는 않았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을 것이다. 검사는 하되 너무 비싼 검사는 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사례 3. 내 경우

우리 학교에서는 2년마다 정기검진을 해준다. 2002년에는 검사를 받았는데 난 그 뒤 두 번의 검사를 건너뛰었다. 가장 큰 이유는 그전 검사에서 내가 ‘과체중’이 나와, 몸을 만들고 검진을 받자는 깜찍한 생각을 했기 때문. 단지 그 이유뿐일까? 아니다. 사실 난 뭔가 안좋은 병이 발견될까 무섭다. 검사를 꼭 12월에 하던데, 그때는 내가 일년 중 가장 술을 많이 먹는 때가 아닌가. 최근 헌혈 때마다 간수치가 정상치의 맨 위쪽이거나 아니면 넘거나 하는 수준이라 걱정이 되고, 혈압도 좀 높은 편이라 괜히 정밀검사라도 해보자고 하면 무섭지 않겠는가? 또 있다. 나랑 상담했던 젊디젊은 의사가 주당 4회씩 술을 마신다는 내 말에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던 것이 영 기분이 나빴다. 아니 지가 내 술값 보태준 적이라도 있나? 그리고, 내가 마실만 하니까 마시는거지, 왜 어이없다는 표정이람? 그 생각이 나서 과감하게 검사를 제꼈는데, 아무래도 잘못한 것 같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체중이 주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며, 건강상의 이상은 피한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 2006년 정기검진은 꼭 받을거다. 그때까지 안잘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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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02-27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건강검진 하러가기 싫어요..! 위검사 한다면서 이상한거 막 먹이지.. 눈검사 한다면서 불빛 팍팍 쏘아 앞이 안보이게 만들지.. 폐활량 검사한다면서 숨 크게 불라고 하더니 수치 안나온다고 이상하게 쳐다보지..ㅠ.ㅠ

마늘빵 2005-02-27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도 안해봤는데... 이 나이면 이제 해봐야하나...

sweetmagic 2005-02-28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전상서>??

marine 2005-02-28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건강검진 하기 싫어요 입사 시험 치룰 때 하는 건강검진도 부담되요 그런데 저희 부모님은 남들 다 먹는 보약은 안 드시면서, 건강검진은 교과서에 나온대로 너무 철저하게 지킵니다 위내시경이나 대장 내시경도 하신다니까요 알아서 챙기니까 고맙더라구요

maverick 2005-02-28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의료계통의 전문가이신 마태님이 이런글을 쓰시면 우리들은 병원 어떻게 갑니까 이제 ^^ 건강검진의 가장 큰 효과는 배나온 중년 아저씨들 결과 보고 깜짝 놀라서 운동시작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마태우스 2005-02-28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버릭님/배나온 중년 아저씨라, 앗 바로 저잖아요!! 하여간 요즘 운동 겁나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나나님/훌륭하신 부모님이시네요. 제가 양의학 쪽이라 이런 소리를 하는 거지만, 사실 보약 같은 거 별 효과 없지 않나요???
매직님/오오 예리하신 매직님. 방금 고쳤습니다.^^
아프락사스님/님 연배 정도면 하셔야죠.^^
날개님/하지만 날개님의 멋진 날개로 훨훨 나시려면, 검진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전 원래 남들에겐 하라고 권하고, 저는 안합니다.

진주 2005-02-28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너무 깜찍하셔요^^ 몸만들어 건강검진 받겠다는....ㅋㅋ

숨은아이 2005-02-28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헌혈을 꾸준히 하시나 봐요. 근데, 저어, 진짜로 의사들은 헌혈을 안 하나요? 헌혈 싫어하는 분들이 그러잖아요. 의사는 헌혈 안 한다는 둥, 정말 괜찮으면 왜 안 하겠냐는 둥...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힘들게 일하기 땜에 헌혈할 틈이 없어서가 아닐까 생각하지만, 아무튼 정말 궁금해서... (^^)a

드팀전 2005-02-28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2년마다 한번씩 하는데...조형제와 위 내시경 둘다 한번씩 해봤어요.와...미치죠.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건 마치 상한 음식 먹을래 썩은 음식 먹을래 둘 중 하나 선택해 ..그러는 거랑 똑같죠.경험상 각각 해봤습니다.조형제는 하는 동안 계속 끄윽..끄윽...속이 비비꼬이고 시골버스를 24시간정도 털털거리며 타는 기분이 들죠.먹은거 다 게을것 같구.내시경은...아...이건 인간이길 좀 포기해줘야하는데,입으로 침 질질 흘리며..속으로 무언가 길다란게 헤집고 다니는데..이것도 끄윽.끄윽....아 끔직해라.
그러고 보니 올해가 또 한번 해야되는 해이네요. 이번에 또 무었을 선택해야 할 까 벌써 두려운 고민입니다.

마태우스 2005-03-01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빛님/앗 님이 중년이라니 놀랍습니다. 제대로 검사를 받아 보시려면...종합검진을 받아야죠 뭐. 검진센터, 삼성이 먼저 시작했는데 요즘은 병원마다 있는 것 같더군요. 가까운 종합병원을 찾으시면 될 듯...
드팀전님/느낌만 따지자면 내시경보다는 조영제가 낫지 않을까요? 전 한번도 안해봤는데, 그 느낌이 너무 싫을 것 같습니다.(의사 맞아???????)
숨은아이님/헌혈하는 의사의 비율이 일반인에 비해 월등히 낮은가요? 왠지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 동료 중 헌혈하는 사람을 딱 한명밖에 못봤거든요. 건강에 안좋을까봐 그러는 게 아니라, 귀찮아서 그러는 게 아닐까요?
박찬미님/부끄럽습니다. 더 귀엽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샤크 2005-03-01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 손을 주물러 드리려고 억지로 본 ^^;;;;;; 자기입으로 그런말을..헤헤

하루(春) 2005-03-03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그럼 헌혈 못하시겠네요? 흠.. 술과 안주 때문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