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과 과장이 된 이후 회의에 참석하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회의에 회의를 느끼며 사는 나지만 회의의 긍정적 기능도 난 인정하는 편이다. 회의 때 뭔가를 보여주려는 게 인간의 속성, 그러니까 회의는 일이 되게끔 견인하는 좋은 수단이다. 내게는 장점이 또 하나 있다. 점심을 준다는 것. 회의 때마다 맛있는 도시락이 나와 회의에 기여한 게 없는 나는 미안한 마음으로 도시락을 먹곤 했었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도시락 대신 만두가 나온다. 물론 난 만두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건 간식이나 에피타이저로서 좋아하는 거지, 만두 한접시가 결코 내 점심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두번 그러다 말겠지 싶었는데 계속 나온다. 어제는 군만두, 오늘은 물만두. 오늘의 물만두가 좀더 아프게 다가온 이유는 아침에도 인스탄트 물만두를 먹고 출근을 했기 때문.
의문이 생겼다. 왜 갑자기 만두를 먹는 걸까. 뒤늦게 만두 살리기라도 하는 걸까, 아니면 학교에 돈이 떨어진 걸까. 전자라면 너무 늦었고, 후자 역시 짜장면 값과 만두 값이 큰 차이가 안난다는 점에서 별반 설득력이 없다. 그런데 왜? 이유를 알고보니 학장님의 지시란다.
“젊은 사람은 모자랄 수도 있겠지만, 전 이 정도면 딱 좋습니다. 나이가 드니까 많이 못먹겠더라구요”
그랬다. 몸이 다소 크신 학장님이 드디어 다이어트에 돌입하신 거다. 하지만 그건 부당하다. 다이어트는 혼자 하셔야지, 왜 우리 모두 굶주려야 한담? 의학과장의 말이다.
“네시쯤 되니까 배가 고파서 간식을 먹었어요”
의학과장보다 훨씬 살이 찐 나는 어땠을까. 어젠 회의가 끝나고 밖에 나가서 오무라이스 한그릇을 밥풀 한톨 안남기고 먹었고, 지금은 삼립에서 나온 ‘고향만주’라는 빵을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만두 때문에 평소보다 식사를 더 많이 한 것 같아 가슴이 아파온다.
나도 학장님의 다이어트에 편승해서 식사량을 줄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위가 커질대로 커진 나로선 그게 불가능하다. 만두를 먹고 오후 근무를 하려니 머리가 어지러워 죽겠는데 어떻게 하란 말인가. 만두 대신 짜장면 곱빼기를 시켜달라! 만두는 점심이 될 수 없다!